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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칼럼] 어수선한 캠퍼스… 대학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강현직 칼럼] 어수선한 캠퍼스… 대학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 강현직 주필
  • 승인 2019.05.16 16:42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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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강현직 주필

요즘 대학가는 매우 어수선하다. 언 듯 보면 중간고사도 끝나고 곧 축제를 맞이하지만 대학 내부의 산재된 많은 문제들이 대학을 압박하고 있다. 8월 소위 ‘강사법’ 시행에 따른 동요, 얼마 전 발표된 교수 자녀 논문 공저자 등재, 해외 부실학회 참석, 교육부의 대학 감사 발표 등

참으로 부끄러운 일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며칠 전 수도권 한 대학에선 입시생 측으로부터 돈을 받고 자신이 속한 학과에 입학하도록 한 대학교수가 검찰에 넘겨졌다. 실기시험 수시 심사위원이었던 교수는 2천만원을 받고 지원자에게 높은 점수를 줘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다.

또 자녀의 입시와 논문 준비에 대학원생 제자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교수가 구속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대학생 딸의 연구 과제를 위해 대학원생 제자들에게 동물 실험을 지시하고 동물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딸 논문을 대필시켜 딸이 SCI급 저널에 논문을 싣고 각종 학회에서 상을 탔다. 교수의 딸은 논문, 수상 경력 등을 실적으로 삼아 치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했다. 이 교수는 딸이 고등학생일 때도 국제청소년학술대회 논문 발표를 위한 자료를 대학원생이 만들게 해 우수청소년과학자상을 타도록 했다.

이 정도면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있으나 이번엔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대·포항공대·가톨릭대 등 대학교수 87명이 자신의 논문 139건에 자녀의 기여가 없는데도 자녀를 공저자로 올려 대학 입시 등에 활용토록 했다가 적발됐다. 특히 한 교수는 아들이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한 뒤에도 계속 자기가 쓴 논문의 제1저자 또는 공저자로 등재해 ‘부자가 함께 쓴 논문’이 43편이나 됐다. 우리 사회의 최고 지성인 교수사회의 삐틀어진 ‘자식사랑’을 보는 듯해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또 최근 4년간 90개 대학에서 교수 574명이 800회 넘게 해외 부실학회에 참석해온 것도 적발됐다. 심사 없이 학술대회를 열고 논문발표 기회를 주는 와셋, 오믹스 등 부실학회에 지방대 한 교수는 11차례나 참가해 3300여만원의 정부 연구비를 썼고 또 다른 교수는 10회 참가해 2700만원의 혈세를 축냈다. 이들은 대부분 국가 연구비에서 출장비까지 받아갔고 마치 권위 있는 해외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한 것처럼 포장했다. 대학교수들의 ‘연구윤리 불감증’이 이 정도인지 참담하다. 뿐만 아니다. 연구비 사적 유용이나 논문 표절도 끊이지 않는다. 표절이 적발돼도 감추고 넘어가는 대학도 많다.

대학가는 또 비리 뿐 아니라 시간강사를 둘러싸고도 잡음이 많다.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개정된 강사법의 8월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은 올 1학기부터 강의수를 대폭 줄였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17개 대학의 올해 1학기 강의 수가 지난해 1학기에 비해 6655개 감소했다. 대학들이 ‘강의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전국 시간강사(약 7만6000명) 중 30∼40%가 올 가을에는 강단에 서지 못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강사 학살’이다. 또 강사 채용에 부담을 느낀 대학들은 초빙교수와 겸임교수 모집이 한창이다. 보통 1,2년 계약직인 이들은 시간강사보다 적은 월100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고 학생을 가르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교육의 발전을 논하긴 어불성설이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인건비로 대학 강단에 서는 그들이 과연 얼마의 열의가 있을지 의문스럽다.

교육부는 ‘대학 연구윤리 확립과 연구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연구부정 행위자는 최대 10년간 국가 연구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고 연구비 부정사용 시 형사고발을 강화하며 연구부정이 많은 대학은 특별 조사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학과 교수에 대한 정부의 평가 방식을 완전히 바꾸고 연구부정자의 교단과 국가 연구사업에서 ‘영구 퇴출’해야 한다. 교수들의 특권의식과 너그러운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연구부정은 뿌리 뽑을 수 없다.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교수 스스로 양심적이고 책임 있는 교육연구문화 풍토 조성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우리 사회 대표적 지식인이고 명예가 사회 어느 집단에 비해 높다. 대학과 교수 스스로 존재 이유를 자각 하고 자성하길 촉구한다. jigkh@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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