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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토크] 17년째 해결 안된 우체국 집배원 과로사의 '슬픈 자화상'
[뒤끝토크] 17년째 해결 안된 우체국 집배원 과로사의 '슬픈 자화상'
  • 김영봉 기자
  • 승인 2019.05.23 04:28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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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1. 장시간 노동이 집배원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최근 5년간 173명이 사망했고 1244명은 사고를 당했다. 최근 우편물은 매년 9%씩 증가하고 있지만 지난 5년간 집배원 증원은 6.1%에 불과했다.(2002년 4월 24일, 오마이뉴스 기사 일부내용)

#2. 전국우정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11월 18일 공주유구우체국의 오모(31)씨가 배달 업무 중 심근경색으로 사망했고, 용인송전우체국 소속 김모(46)씨는 업무 중 오토바이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뒤 같은 달 24일 숨졌다. 1만 6000명의 집배원으로는 부족하다. 인력 증원을 해 달라.(2013년 12월 2일)

(사진=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17년이 흘렀지요. 우체국 집배원이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사 했다는 문제가 불거지고, 전국집배원노동자협의회(준)가 서울 용산 철도웨딩홀에서 집배원 노동자들의 살인적인 노동실태를 드러낸 후 말입니다. 위 사례들은 기자가 집배원 노동실태에 대해 찾다가 네이버 뉴스에 가장 오래된 기사 기록부터 사례로 가져 온 것입니다.    

17년 전 집배원들의 노동실태를 가져온 이유는 최근 이틀사이 집배원 3명이 잇따라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일 공주우체국에서 일하던 35살의 이은장 청년은 일을 마치고 잠을 자다가 돌연사 했습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결과지요.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지난 14일 집배원들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과로사로 사망한 우체국 집배원은 무려 82명입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임에도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는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외쳤습니다.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에도 그랬고, 10년이 훌쩍 흐른 2013년에도, 그리고 17년이 지난 오늘도 우체국 집배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과로사 하고 있습니다. 17년 전과 오늘날을 비교하면 세상은 급변했지요. 온라인 쇼핑이 등장했고, 휴대폰 하나로 대부분의 물품을 주문하고 또 하루도 안 돼 주문한 물건을 택배로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그런데요. 이렇게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도 우체국 집배원들의 노동여건은 17년 전, 용산에서 집배원들이 살인적인 노동실태를 외칠 당시에 멈춰서 한 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으로 인한 택배물량 증가가 매년 8% 이상 성장하고 있는데도 말이지요. 

사실 우체국 집배원들의 열악한 노동여건은 지난 2002년부터 매년 제기돼 왔습니다. 그러나 이를 담당하는 우정사업본부는 말만 개선하겠다고 했을 아직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고, 정치인들은 논란이 될 당시에만 목소리 냈을 뿐 다른 이슈에 고개를 돌렸지요. 이를 알려왔던 언론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20일 오후 충남 공주우체국 정문 앞에서 열린 '고 이은장 집배원 과로사 순직 인정 및 갑질 책임자 처벌 무료노동 즉각 중단 결의대회'에서 고인의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오후 충남 공주우체국 정문 앞에서 열린 '고 이은장 집배원 과로사 순직 인정 및 갑질 책임자 처벌 무료노동 즉각 중단 결의대회'에서 고인의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히 지난해 열악한 근무 등으로 20여명의 집배원이 사망하자, 우본은 부족한 집배원 2000여명을 증원하기 위해 국회에 417억원의 예산을 증원해 달라고 요청했지요. 그러나 국회 야당 의원님들은 공무원 공화국을 만들려고 하냐며 외면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3년간 2188명의 집배원이 공무원으로 전환돼 ‘공무원 공화국’을 만드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지요. 

그렇게 증원이 무산된 올해도 어김없이 집배원들은 하루 평균 12시~14시간을 일하며 과로사 하고 있습니다. 연간 2745시간 일하고 있는 셈입니다. OECD회원국 평균(2016년 1763시간)보다 982시간 더 일하고 있는 것이지요.  

최승묵 집배노조위원장은 기자에게 “부족한 인력 탓에 집배원들은 탈진할 정도로 매일 일을 하고 있다. 통상 하루에 배달하는 우편만 1000여 통, 여기에다 등기우편물과 택배가 200여건 정도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주 우체국 같은 경우는 최근 5년간 인원이 전혀 충원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업무가 점점 과중됐고 결국 이 사단이 다시 터진 것”이라고 말이지요.

우리 사회는 너무 오랫동안 이들 집배원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방관해 왔습니다. 17년 동안 말이지요. 집배원을 고용한 우정사업본부도, 예산을 증원할 수 있는 국회도, 또 관심가지고 알려야 하는 언론도요. 이제는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형이자 동생인 이들 집배원들의 죽음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우본과 국회와 언론, 그리고 국민 모두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주세요.    kyb@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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