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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칼럼] ‘또라이’ 정신
[정균화 칼럼] ‘또라이’ 정신
  •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승인 2019.06.11 11:19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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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어느 추운 밤, 한 무리의 고슴도치들이 추위를 견디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가시로 서로를 찌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찔리기 싫어서 멀찍이 떨어지면 추위를 피할 수 없었다.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던 고슴도치들은 결국 서로에게 찔리지 않고도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는 거리를 알아냈다. 이후로 고슴도치들은 이 거리를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훌륭한 매너를 지켜주는 간격으로 불렀다. 이 우화에 등장하는 고슴도치는 우리 인간들과 매우 비슷하다. 우리 각자가 상대방 또는 우리 자신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따뜻함을 가능한 한 많이 나눌 수 있으면 이 지구상에는 지금보다 훨씬 적은 또라이들만 존재할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 생물학 교수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은 이런 갈등의 본질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협력 방법을 독일 우화를 빌려 설명한다. 참다가 병나기 전에, 한 번은 갚아줘야 인생이 살 만해진다. [참아 주는 건 그만하겠습니다, 著者 로버트 서튼]에서 말한다.

세상에는 치사하고 비열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또라이가 너무나 많다. 직장 내 또라이 문제도 마찬가지다. 언어폭력으로 시달리는 직장인이 많은데, 그들이 겪는 고통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선임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신입간호사들은 환자들에게 신경을 덜 쓰게 된다. 무례한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은 육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해질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또라이들의 행동은 전염되기 쉽다는 것이다. 또라이와 함께 일을 하게 되면, 자신도 또라이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바로 그런 대다수의 ‘우리’를 위해 저자가 8,000통의 고충 자문 메일을 통해 정리한 ‘또라이 퇴치 기술 종합 매뉴얼’이라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이지만, 과학적 근거에 기반 한 조언과 전략들을 읽어가다 보면, 자신의 품격을 지키면서 인생에 유해한 사람들을 좀 더 능숙하게 다루는 명쾌한 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 한 구인구직 플랫폼에서 실시한 ‘직장인의 일과 직장 내 인간관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71.8퍼센트가 업무 스트레스보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심하다고 했으며, 인간관계의 갈등으로 실제 퇴사나 이직을 해봤다는 비율도 54.4퍼센트로 나왔다고 한다. 진짜 힘든 건 ‘일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봐야 하는 대목이다.

“도와주세요! 또라이를 상대하느라 미칠 거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로버트 서튼은 전작 《또라이 제로 조직》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자의 반 타의 반 ‘또라이 전문가’로 불리게 됐다. ‘또라이’는 문제아, 악동 등을 뜻하는 비속어지만, 최근에는 권위에 주눅들지 않고 관습에 굴복하지 않으며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옳다고 믿는 것을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밀어붙이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또라이들의 시대』저자인 알렉사 클레이와 키라 마야 필립스는 여러 단체와 기업에서 일하는 동안 사회 변화의 수천 가지 모델을 접하면서 자유롭고 유연한 비주류 경제권의 힘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5000여 건의 사례를 분석했다. 그리고 이 가운데 가장 특별한 사례 30여 가지를 모아 책으로 엮었다. 갱단, 예술가, 복제품 생산자, 사회적 기업가 등 수많은 창조적 또라이를 심층 취재하고, 그들이 어려운 조건 속에서 어떻게 사업을 키우고, 운영하고, 확산시켰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자세히 밝히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제프 베조스(아마존), 일론 머스크(테슬라), 브라이언 체스키(에어비앤비), 트레비스 칼라닉(우버), 리처드 브랜슨(버진), 손정의(소프트뱅크), 레이쥔(샤오미) 등 지금 주목 받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인들은 한때 또라이 취급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큰 성공을 거두자 세상은 그들의 성공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난리다. 지금도 우리는 더욱 긍정적 또라이 정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2013년 6월 13일에 데뷔한 방탄소년단(BTS)은 온라인에서부터 시작됐었고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9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그룹'과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했다. 이 또한 또라이 정신의 표본이 되었다. “당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한다면, 모든 것은 쉬워진다”<저커버그>


tobe42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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