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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강주 칼럼] ‘채소의 왕’ 아욱국을 끓이다
[권강주 칼럼] ‘채소의 왕’ 아욱국을 끓이다
  • 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 승인 2019.06.12 10:36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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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내가 사는 곳은 농촌은 아니지만 비교적 시골마을인지라 골목을 지나면서 동네를 한 바퀴 돌다보면 주택 담장 안팎으로 한 평 두 평 조그만 빈 땅이라도 놀리지 않고 상추나 고추 파 등을 심어 가꾸고 있는 이웃들이 많다. 텃밭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쑥스럽다손 치더라도 살짝살짝 비라도 뿌려준다면 금상첨화요, 그도 여의치 않으면 짬짬이 물 몇 바가지만 퍼 나르면 그만일 터이니 큰 밭 가진 이 부러울 것 없을 것이고, 햇살과 바람에 몸 비비면서 커가는 채소들을 지켜보는 것도 신기하고 감동스럽지 않을까. 게다가 요즘 같은 때에는 된장에 풋고추 상추쌈이면 점심 한 끼 정도야 맛깔나게 해결할 수도 있으니 난 그저 그 땅 한두 평 가진 사람도 부러울 따름이다. 몇 평 더 늘려 가꾸는 이들의 채소밭에는 아욱을 심은 곳도 눈에 띄는데, 벌써 키가 1m는 됨 직하게 자라나서 열매가 줄줄이 영글어가고 있다.

아욱을 한자말로는 동규(冬葵)라고 하는데 국을 끓여 먹는 잎사귀는 동규엽(冬葵葉)이요 그 뿌리는 동규근(冬葵根)이니 그 씨앗은 당연히 동규자(冬葵子)라. 대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며 혈액을 맑게 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대소변 장애나 방광염 피부염 부종 등을 치료하는 약재로도 사용되며 유즙분비장애와 유선염 치료에 응용하기도 한다. 아욱은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 등이 풍부하여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에도 좋은 식품이다. 중국에서는 ‘채소의 왕’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 있는 식재료라고 하는데 필자도 어려서부터 즐겨 먹던 기억이 있다.

아욱은 데쳐서 쌈으로 먹기도 하고 소금물에 잘 치대서 순을 죽이고 풀물을 뺀 다음 다슬기나 된장을 넣어 끓이거나 쌀뜨물로 아욱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죽을 쑤어 먹기도 하는데 부드럽고 맛도 순해서 누구나 친해질 수 있는 식재료이다. 특히 신장, 방광의 기능이 약해지기 쉬운 소양인 체질에 더 좋은데 재료손질에 손길이 좀 가고 간혹 미끈한 느낌이 싫다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알고 보면 그 미끈한 성분이 아욱이 몸에 좋은 이유 중 하나이다. 신장, 요로, 방광의 결석증이나 대소변이 시원치 않은 사람들이 자주 먹으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는 아욱국을 아주 맛깔나게 잘 끓이신다. 채식주의자이신 아버지는 아욱국을 특별히 좋아하시는데, 올해는 두어 달 전쯤 뒤로 넘어져 거동이 불편해지신 어머니께서 도통 솜씨 발휘를 안 하시는지라 봄부터 지금까지 구경조차 못하셨나보다. 문득 아욱국이 생각나셨는지 며칠 전 아버지께서는 아욱을 한 아름 사들고 오셨다. 아마도 평생 처음 있는 일이지 싶은데, 마트에서 한 봉지, 길거리 노점에서 한 봉지, 모퉁이 가게에서 한 봉다리, 이렇게 세 곳을 거쳐 조금씩 사들은 것이 한보따리가 되었다. 한 곳에서 사지 않고 세 군데서 조금씩 나눠 사오신 86세 노인의 의중을 여러분들은 혹 짐작하실 수 있는지... 우리 가족들은 그냥 조용히 웃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모처럼 건더기도 듬뿍인 아욱국을 국그릇 가득 맛나게 먹을 수 있었는데, 한 솥 가득 아욱국을 끓여 놓으시고 가족들이 아욱국을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시고 하루 만에 어머니는 기어이 병원에 입원하셨다. 넘어지면서 다친 부위가 시일이 경과하여도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점점 악화되어 MRI검사를 해보니 X-ray에서는 보이지 않던 골절이 여러 군데서 확인된 것이다. 아뿔싸! 뒤통수는 언제나 뒤에서 맞는 것인가. 취미 삼아 일구시는 텃밭에 꽈리고추 3포기, 오이고추 3포기, 청양고추 5포기, 가지 3포기, 호박 2포기, 옥수수 9포기, 내가 좀 거들기는 했지만 아픈 몸을 이끌고 꾹꾹 눌러 참으시며 어린 채소 모종을 손수 심어 놓으시고, 어머니는 아욱국도 조금 밖에 안 드셨는데... 내일은 소금물에 아욱 빡빡 치대서 다슬기 넣고 맛나게 아욱국 끓여 병문안 가야겠다.


kormed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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