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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칼럼] ‘노인자살률 1위’와 정년연장 공론화
[강현직 칼럼] ‘노인자살률 1위’와 정년연장 공론화
  • 강현직 주필
  • 승인 2019.06.13 16:14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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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강현직 주필

우리나라 노인들이 다른 나라 노인들보다 불행하다면 불편한 말일까. 노인에 관한한 우리나라는 두 가지 부분에서 OECD 국가 중 1위다. 불행히도 하나는 치명적인 노인자살률이고 다른 하나는 노인빈곤율 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2019 자살예방백서’를 보면 노인자살률은 58.6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18.8명)의 무려 3배가 넘는 1위로 나타났다. OECD 회원국 중 노인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 ‘건강문제’, ‘부부·자녀·친구와의 갈등 및 단절’, ‘외로움’ 등을 들었다. 학자들은 노인이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로 현실적인 절망감을 꼽는다. 노인이 직면하는 현실적인 문제는 첫째가 경제적 상실감이다. 직장에서 은퇴한 뒤 금전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자기 존중감과 명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또 노환에 따른 건강악화와 사회 참여가 줄어들면서 느끼는 고립감, 노년기에 겪게 되는 배우자와 친구의 죽음도 막대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도저히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면 우울증이 오고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도 노인자살률 못지않다. 노인빈곤율도 OECD 회원국 평균의 3배가 넘을 뿐만 아니라 상승 속도도 최고라고 한다. 특히 여성노인의 경제 상황이 남성노인의 경제 상황보다 더 열악해 60세 이상의 중고령 여성이 세대주인 가구의 빈곤율은 59.2%, 70세 이상인 여성 세대주 가구의 경우 빈곤율은 74.9%에 달한다. 노인 빈곤율이란 전체 가구 가처분소득의 중위소득(우리나라 가구를 소득 순에 따라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위치한 가구의 소득)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노인 비율을 뜻하는 것으로 60대 이상 여성가구주는 10명중 6명이상이 빈곤층에 속한다.

또 노인빈곤율의 상승 속도가 빠른 것도 문제다. 노인들이 처한 경제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것으로 노인들이 생계를 꾸리기 위해 밥벌이에 나서야 하고 노인들은 폐지수집과 같은 비임금 자영업이나 청소용역, 택배 배달과 같은 저임금 임시직 일자리로 내몰린다. 우리 사회에서 노년에 접어드는 것은 곧 경제적 능력의 상실을 의미하며 노년에 대한 대비가 없다면 계층 하락을 예고한다. 여기에 노인복지도 OECD 국가들 가운데 최하위에 속할 정도로 형편없다. 노년이 당당하기보다 우울과 자살 생각에 취약해진다. 과하게 표현하면 우리 사회에서 노인의 의미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자’일뿐이다.

노인들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주인공 부부의 찡한 사랑이야기 만큼 다른 부부의 아픈 사연도 가슴을 울린다. 평생 자식을 키우며 온갖 어려움을 이겨왔지만 아내가 치매에 말기암 판정을 받게 되고 자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울 수 없다는 생각에 연탄불을 피우고 아내와 동반자살을 선택한다. 주차관리소에서 일하는 70대는 치매에 걸린 아내가 밖에 나가 길을 잃을까 대문을 잠그고 매일 출근한다. 어느 날 우연히 바지에 피가 묻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암 말기라는 것을 알고 나서 아내 혼자 떠나보낼 수 없다며 화롯불에 불을 붙이고 가스가 새어나갈 창틈, 문틈을 테이프로 붙여 자살을 선택한다. 이 같은 비극적인 영화 내용이 현실로 나타나 뇌졸중으로 투병 중이던 80대 남편이 안방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60대 부인과 함께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 노부부의 자살은 빈곤과 건강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최근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될 정도로 노인 인구 비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사회발전의 지속가능성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정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노인 현실을 비춰볼 때 정년 연장은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이는 노인연령과 직결되고 노인연령을 상향하게 되면 기초연금, 국민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지하철 무임승차 등 각종 복지 혜택 기준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수급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높이면서 50대에 정년한 사람들은 ‘연금 크레바스’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복지혜택이 뒤로 미뤄지면 그만큼 복지공백이 생기게 된다. 노인 자살과 빈곤에 대한 대책이 우선되고 정년 연령과 노인연령을 논하는 것이 맞다. 노인이 사랑받고 존중받는 존재임을 일깨우고 경제적인 궁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인복지 정책이 앞서야 한다.


jigkh@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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