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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토크]너무나 당연했던 총수일가의 대한항공 ‘사유화’
[뒤끝토크]너무나 당연했던 총수일가의 대한항공 ‘사유화’
  • 김영봉 기자
  • 승인 2019.06.16 11:06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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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한진가 이명희·조현아 두 모녀가 대한항공 항공기와 직원 등 회사 자원을 ‘사유화’해 밀수입 하는 등 범죄에 이용했다는 혐의로 지난 13일 1심에서 집행유예와 벌금 등의 유죄가 선고됐지요. 

이번 뒤끝토크는 지난 한 달간 한진가 두 모녀의 재판과정을 취재한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다름 아닌 총수일가의 대한항공 사유화에 대한 내용인데요. 앞서 총수일가는 사적인 일에 대한항공 직원들을 이용해 해외 밀수입한 것을 비롯해 필리핀 가사도우미까지 데려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밀수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진가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13일 인천지법에 출석한 가운데 대한항공 산업보안팀 장 모 상무(빨간색 원)의 경호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사진=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그리고 지난 5월 16일 법정에서 이들 모녀는 판사가 직업을 묻는 질문에 “직업이 없습니다. 무직”이라고 답했습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씨는 최후진술에서 “이 미련한 사람의 부탁으로 열심히 일해준 것 밖에 없는데 조사를 받고 이 자리까지 나오게 된 우리직원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눈물 흘리며 사과까지 했지요. 그래서 이제는 대한항공 직원들을 더 이상 사적으로 이용하지 않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요. 이들 모녀가 법정에 출입할 때마다 수행비서처럼 경호하던 사람이 대한항공 직원인 것을 알게 됐지요. 대한항공 산업보안팀 장 모 상무였습니다. 사실 그는 그동안 총수일가가 경찰서나 법원 등에 출석하면 늘 옆에서 경호를 했던 인물이었지요. 모녀가 재판 받는 이유 중 하나가 ‘주식회사 대한항공’을 사유화해서인데, 재판을 받는 중에도 보란 듯이 사유화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총수일가의 대한항공 사유화가 당연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는 것입니다. 대한항공 측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낼 수 없다고 했으니까요. 

대한항공 한 직원은 산업보안팀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에 대해 “외각경비, 시설경비, 정보보안 등 대한항공 내 보안을 지키는 업무가 주 역할이다”며 “그런데 산업보안팀 상무는 총수일가가 경찰, 소송, 재판에 나갈 때 소위 말하는 길잡이 역할도 하고 있다”라며 크게 문제가 없는 듯 이야기 했습니다. 나중에야 대한항공 직원이 총수일가라는 이유만으로 경호해도 괜찮냐는 질문에 “업무상 맞는 일은 아니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심지어 기자들조차도 당연하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13일 현장에서 일부 기자는 대한항공 직원인 것을 알고 담소를 나눴으니까요. 

지난 5월 16일 밀수혐의로 재판을 받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법원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은 조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 산업보안팀 장모 상무의 경호를 받으며 나오는 모습. (사진=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하지만 전문가들은 직책이 없는 총수일가가 회사의 자산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대한항공은 엄연한 주주들의 자금이 투입된 주식회사고, 총수일가 개인의 구멍가게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총수일가라는 이유로 회사 직원들이 동원되거나 경호한다면 이는 불법이다”며 “기업이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당연히 근거가 있어야 하고, 지출은 그 기업의 영업활동에 필요한 것만 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회사라는 것은 개인소유물이 아니다. 특히 주식회사는 주주들과 경영진, 노동자 모두의 공동소유다”며 “비록 오너가 회사를 창립하고 성과를 낸 것에 대해서는 존경을 받겠지만, 회사를 내 것처럼 마음대로 사용하면 불법이고, 배임 및 횡령에 해당한다”고 강조했지요. 

서론이 길었지만, 기자가 이번 뒤끝토크를 통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총수일가들이 주식회사를 자신의 것으로 당연시하고 있는 것이 당연하게 아니다.라는 당연한 말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그 동안 한국재벌들이 주식회사를 너무도 개인의 것으로 생각해왔기에 그것이 당연시 돼 우리들도 그 타성에 젖어든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명희 전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 했지요. 그럼 이제 공과 사를 구분하고, 이 사유화의 고리를 본인 스스로 끊어야 하지 않을까요? 죽어라 공부해서 대한항공에 입사했는데, 이 유능한 인재들을 경찰서 본인들의 ‘길잡이’나 ‘허드렛일’로 써서 되겠습니까. 그건 낭비지요. 조원태 회장과 총수일가의 결단을 기대해 봅니다.  kyb@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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