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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트랙터 회사에 농민 일자리 책임지라는건 너무해"
이해진 "트랙터 회사에 농민 일자리 책임지라는건 너무해"
  • 김지호 기자
  • 승인 2019.06.18 2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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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트랙터를 만들려는 회사에 '너희가 탐욕적이니 책임지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요. 사회적으로 해결해 줄 일을 기업에 떠넘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업은 연구개발에만 몰두하게 해줘야 하는 게 전체 사회에 도움되는 일 아닐까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혁신 기업에 대한 여러 사회적 요구와 압력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GIO는 18일 오후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 나와 "기업과 규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바꾸지 않으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게 불가능하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 지정 규제와 관련해서도 "네이버는 자산 규모가 5조원 이상이라고는 하지만,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큰 게 아니다"라며 "회사가 성장하고 커지는 걸 부도덕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학회·한국사회학회 공동 심포지엄에 대담자로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학회·한국사회학회 공동 심포지엄에 대담자로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그러면서 "5조원, 10조원 규모 회사가 크다고 규제하는 게 나라에 도움이 되는가"라며 "기업이 크다, 작다는 건 반드시 글로벌 스케일로 놓고 봐야지, 우리나라만 따로 떨어뜨려 놓으면 잘못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구글, 페이스북, 중국 인터넷 기업과 힘겹게 싸우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규모가 커지면 막대한 규제를 적용받아 연구개발(R&D) 등 기업 활동에 몰두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으면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이 GIO는 "수조 원을 R&D에 쓰려면 규모의 경제가 돼야 한다"며 "우리는 옛날식 프레임으로 큰 회사가 나오면 규제를 하고 잡는다"고 재차 지적했다.

그는 "회사는 어떻게 기술이 뒤처지지 않고 이길까 고민만 해도 벅찬데, 사회적 책임을 묻고 탐욕적이고 돈만 아는 회사라고 하는 건 책임이 과한 것 같다"며 "그런 건 정치나 사회에서 해결해주고 기업은 연구개발과 트렌드를 쫓아가고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사회 국가적으로 도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 GIO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업체 구글을 가리켜 "구글은 구글대로 좋은 검색 결과가 있고 네이버는 네이버대로 좋은 검색 결과가 있다"며 "글로벌 검색엔진 외에 자국 검색엔진이 있어야만 다양성이나 문화적인 것을 지켜갈 수 있다"며 말했다.

이어 "네이버가 이런 '제국주의'에 저항해서 살아남은 회사였으면 좋겠다"며 "후손들이 봤을 때 '네이버가 있어서 우리 마음대로 분석하고 잘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0주년을 맞는 네이버 역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의사 결정의 순간으로 2011년 일본에서 도호쿠(東北)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를 꼽았다. 

이 GIO는 "높은 확률로 여진이 온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모든 일이 실패돼도 철수하라고 해야 할지 결정을 내려야 했다"며 "회사 사무실에 가서 너무 큰 압박감에 펑펑 울었다. 성공해서 돈도 못 쓰고 죽을뻔한 것 아니냐. 이런 상황에서 의사 결정하라는 게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다"고 술회했다.

그는 앞으로 회사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20년이 돼서 감도 많이 떨어지고 휴대전화에 글자도 잘 안 보인 지가 꽤 됐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기여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국내에서 포털 서비스를 독점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인터넷에서 네이버를 욕하는 댓글을 보면 엄청 괴롭다"며 "하지만 한국에서 구글 외 다른 검색엔진도 있다는 것이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네이버가 좋은 거름이 돼서 신사업들이 터져 나오고, 후배들이 만든 회사 중에서 네이버보다 더 큰 회사가 나타나는 게 가장 큰 성공”이라며 "기존 수익모델을 계속 지키는 기업은 생명력이 떨어진다. (기업의 미래는) 새로운 도전을 계속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better502@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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