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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채 칼럼] ‘사이버 보안’과 영화 ‘기생충’
[정순채 칼럼] ‘사이버 보안’과 영화 ‘기생충’
  • 정순채 서울중랑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공학박사
  • 승인 2019.06.26 10:48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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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채 서울중랑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공학박사
정순채 서울중랑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공학박사

현재 대한민국의 정보통신망 등을 침입하기 위한 해킹시도가 1일 1백만건(패킷. Packet) 이상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이와 같은 대량의 패킷 공격이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5G가 상용화 되는 등 IT 강국인 한국은 중국을 비롯한 북한 등 세계의 해커들이 흥미를 느끼는 환경이다.

우리가 외국에서 인터넷 이용 시 속도가 느려 답답함을 느낀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빠른 것을 원하는 우리의 특성상 영향인지 몰라도 막힘없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컴퓨터 등 사이버 보안 방어막을 뚫기 좋아하는 해커들이 활동하기에는 아주 적합한 인프라(Infra)를 갖추고 있다.

필자는 5월 30일 개봉된 신계급주의 사회의 가족희비극을 그린 ‘기생충’이란 영화를 관람했다. 이 영화는 제72회 칸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우수한 작품이다. 4년 이상을 지하벙커에 숨어 지내는 ‘근세’, 그리고 생일축제 중 살인을 한 ‘기택’도 지하벙커에 숨어 지내게 된다. 이들은 주인 모르게 음식을 섭취하는 등 불만 켜면 없어지는 ‘바퀴벌레’와 숙주를 공격하는 ‘기생충’의 이미지로 씁쓸함을 느끼게 했다.

현재 사용 중인 컴퓨터에는 지하벙커에서 주인도 모르게 생활하는 영화 기생충과 같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각종 악성코드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계적으로 발생되는 악성코드는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거나 기존 악성코드의 진화로 다양한 변종이 활동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은행을 방문하거나 주변을 배회하면 감시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현재에는 마스크를 착용, 또는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은행을 방문해도 주변인들의 관심이 적다. CCTV 설치 등 정보통신과 미세먼지 등 환경의 변화로 경계를 늦춰 사람들의 인식도 변한 것이다.

사이버 보안에도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 적용된다. 경미한 사고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듯이 사이버 공격도 반드시 징후가 있다. 컴퓨터가 늦어지면 사이버 공격 등 뭔가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 경미한 사고와 다수의 징후를 무시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원자력 안전을 책임지는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이 해킹을 당하고도 4년간 발견하지 못하는 등 유입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은 드론이 격추된 5. 20. 이란 미사일 시스템 등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도 미국 정부와 석유·가스 등 에너지 관련 기업 상대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는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버전쟁 중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현재의 인터넷은 다양한 기술적인 방법으로 구축이 매우 잘되어 있어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국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1주일만 지속되면 국가 기능이 마비된다. 컴퓨터 보안은 이상이 없다 해도 이상이 있다고 접근해야 한다. 사이버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의심’과 ‘관심’이 중요하다. 보안은 잘해 놓아도 오래 가지 못하며, 후에는 귀찮아서 해이해지게 된다.

환자가 몸이 아파 병원에 갔으나 의사도 처방을 할 수 없는 병이다. 의사는 비타민을 신약으로 소개하여 복용하도록 하여 환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 바로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다. 그러나 사이버 보안에서는 이와 같은 처방을 할 수 없다. 사이버 보안은 지속적인 의심과 관심으로 숨겨진 악성코드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기생충과 바퀴벌레와 같은 악성코드는 제거될 것이다.


polin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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