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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아베의 경제보복, 정한론과 징비록 데자뷰다
[데스크 칼럼] 아베의 경제보복, 정한론과 징비록 데자뷰다
  • 송남석 기자
  • 승인 2019.07.08 0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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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100년 역사의 반복...의병과 독립군이 불매운동 전면에 나선 네티즌과 묘하게 투사 되어지는 까닭

정부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상응 카드’를 놓고, 정확히 표현하면 ‘좌고우면(左顧右眄) 상태에 빠졌다. 사전에 대비하거나, 준비하지 못한 탓이 크다. 지금도 앞뒤를 재고 망설이면서 '주춤 주춤'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당장 어떤 묘수도 내놓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고작 ‘철저히 국익의 관점에서 대응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대원칙만이 정부의 공식 스탠스일 뿐이다.

일본 정부가 과거 치욕적인 역사를 한국 정치권이 동의해주지 않는다며 경제를 볼모삼아 버틸테면 한번 버텨보라는 식의 치졸한 ‘몽니’를 부리고 나섰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지금 이 순간도 멈칫거리며 시간만 모면하고 보자는 식의 대응이다. 벌써 몇일째인가. 실효성 있는 대책하나 내놓은게 없다. 한국 정치권과 외교, 더 나아가서는 우리 국민 전체를 이른바 ‘졸’로 보고 힘으로 찍어 누르겠다는 저의에 난타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이런 오만함은 결국, 과거 한일관계의 역사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아무리 참의원 선거가 목전에 있고, 승리가 필요하다지만, 아베 정권의 對韓觀(대한관)이 고작 정권 연장을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할 정도로 형편없다는 방증이다. 진짜 문제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데 있다. 일본은 과거 임진왜란 도발 당시에도 표면에 ‘정명가도(征明假道)’를 내세웠다. 하지만 속내는 내부 반발세력의 힘을 정권연장에 이용하려는 음모가 숨어 있었음을 우리는 안다. 지금 일본의 경제보복을 400여년 전 데자뷰의 연속으로 보는 이유다. 아베의, 그 외할아버지가 당시 조선 병합의 이론인 정한론(征韓論)을 폈던 학파의 사상을 고스란히 승계했다는 사실도 이미 알만한 이들은 다 안다. 또, 조선을 강압 탈취하고 제2차 세계대전의 광풍과 함께 인류를 피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장본인이 바로 아베의 외할아버지인 1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 아닌가. 아베 신조와 한국, 기시 노부스케와 조선, 100년의 시차를 둔 지금, 소름이 돋을 정도로 닮아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6일 참의원 선거 유세에 나서 오사카(大阪) 상점가에서 유권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6일 참의원 선거 유세에 나서 오사카(大阪) 상점가에서 유권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렇다면 우리 정부의 대응은 무엇일까. 우선, 핵심 소재 부품·장비의 국산화에 집중 지원하기로 하는 등 중장기 대책을 가동하기로 했다고 한다. 즉, 일본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디스플레이의 3대 핵심 소재 수출 제한에 이어 추가 경제 보복을 현실화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상응 조치 검토 카드다. 갑자기 일본 정부로부터 ‘도둑 펀치’, 카운터블로를 세게 얻어맞고도 일단 정신부터 차리고 보자는 식이다. 즉각 응징에 나설 어떤 무기도 전략도 없다. 조선 말기, 대한제국 조정의 대응과 뭐가 다를까. 되짚어보게 된다.

물론, 우리 정부는 이미 몇 차례 일본의 보복 조치를 예상해 '대응 리스트'를 준비해왔다고 공개했지만, 끝내 속 시원한 한방은 없었다. 이 핑게 저핑게 대 가며 정부가 공언한 리스트 공개 조차도 없었다. 국민들이 나서 "사태가 이지경이 될 때까지 도대체 정부는 뭘 준비하고 했느냐"는 볼멘소리를 내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 아베 정권처럼 치졸한 행태에 똑같이 즉각 맞보복으로 응전하자는 식의 감정적 대응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짐을 보인 아베 정권의 이런 움직임에 전략도 전술도 준비하지 못한 정부와 외교부 일부 고위공무원들의 복지부동에 한숨이 내쉬어질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을 만나 한일간 경제문제 해법 및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을 만나 한일간 경제문제 해법 및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청와대나 외교부, 정부 내부에서 조차 “솔직히 유효한 대응 카드를 찾기 쉽지 않다”는 고백도 없지 않았다. 결국 “외교로 풀어야 한다”는 식의 사후 약방 혹은 하나마나한 원론 뿐이다. 어쩌면 우리 국민들은 일본의 이런 몰상식한 외교적 폭력에 맞대응 할 만한 디테일 하나 없었다는 것에 더 큰 분노감이 치밀어 오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본 정부는 아무리 세게 한국 정부를 두들겨 패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빤히 알고 있다. 이러니 예나 지금이나 일본 정권의 핵심층 중 상당수가 한국을 대등한 이웃국가나 동반자가 아닌 하수로 보는 것 아닌가.      

벌써 몇일째 일본의 도둑펀치에 응전태세, 혹은 유효한 대책 조차 내놓지 못하고 그로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해롱’거리는 우리 정부와 외교부의 양태에 실망감만 커진다. 반면, 이미 우리 소비자들과 네티즌들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현실화하고 나섰다. 더 이상 미적거리며 '헛발질'만 거듭하는 정부의 대책을 기다리기 보다는 민간이라도 스스로 나서겠다는 결기다. 일부 네티즌과 유통업계는 벌써 일본산 제품 불매는 물론, 구체적인 불매 대상 제품명까지 거론하는 등 아베 정권을 향해 제대로 된 한 한 방을 날릴 실탄을 장전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불똥은 애먼 산업계로 떨어졌다. 미일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이중고에 더해 사실상 한일 경제전쟁의 방아쇠까지 당겨졌기 때문이다. 산업 및 경제계 일각에서는 상응 조치로 일본 기업이 상당 기간 대체하기 어려운 메모리 반도체 등 품목의 대일 수출을 제한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 산업계 모두 제 살 파먹기 식, 혹은 자승자박 식 경제·무역 전쟁의 불씨가 솟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당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 출장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부문 핵심 경영진들을 대동, 일본을 방문해 해법 찾기에 돌입했다. 접촉 대상은 일본 내 반도체 핵심소재를 생산하는 협력업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부회장의 방일이 아베 정권의 제재의 틈새인 베트남 등 해외 생산 기지들을 이용한 우회 수출입 등 피해 최소화 루트 마련에 있지 않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갈수록 꼬여가는 한일 관계 속에 가장 속이 타는 신 회장 역시 양국 간 궁극적인 접점을 찾아 도일했다는 후문이다.

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을 초청해 함께 한 비공개 오찬회동 조차 참석하지 못한 이유다. 청와대는 이날 재계 총수들과의 회동 사실을 공개하긴 했지만, 참석자가 몇 명인지 어떤 그룹 총수가 참석했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함구로 일관했다. 재계에서는 이 자리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어쨌든, 정작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는데, 이번에도 결국 목마른 자들이 스스로 우물을 파는 꼴이 됐다. 정부와 외교부는 왜 당당하게 전면에 나서 사태를 리드하고 컨트롤하지 못하는가.

서애 류성룡이 임진왜란을 겪은 뒤 쓴 '징비록'.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애 류성룡이 임진왜란을 겪은 뒤 쓴 '징비록'. 연합뉴스 자료사진

“왜적이 강을 건널 수 있겠는가. 왜 부질없이 성을 쌓아 백성들을 고단하게 하는가.” 임진왜란 직전, 조정에서 전쟁에 대비해 성 보수 지시가 내려가자, 한 양반이 유성룡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900회를 넘는 외침에 시달렸다. 얼마나 많은 이가 죽고 다쳤을까. 그것은 안보를 가벼이 여긴 우리의 과보다.”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 중 한 대목이다. 지금 우리 경제 상황에 빗대어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해로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427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과거가 우리에게 주는 현재의 교훈이다. 우리는 이처럼 치졸한 일본의 구태에 대해 그동안 어떤 대비를 해 왔던가. 2019년, 올해에도 한국 정부는 일본 아베 정권에 또 한번 보기 좋게 쥐어 터졌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핵심소재 등의 수출을 규제하는 사실상의 경제보복 조치를 내리자 국내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여론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일 서울 은평구의 한 마트에 일본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핵심소재 등의 수출을 규제하는 사실상의 경제보복 조치를 내리자 국내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여론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일 서울 은평구의 한 마트에 일본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결국, 또 다시 국민이고 소비자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 국민들은 언제나 대외적인 위기상황 앞에 ‘의병’, 혹은 ‘독립군’이란 이름으로 초개와 같이 목숨을 바쳐가며 싸워왔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도 같은 맥락이다. 분노한 네티즌의 거침없는 외침은 분명 400여년 전 임진왜란 당시 의병이나 딱 100년 전 독립군과 무엇이 다를까. 그 때나 지금이나 매 한가지인 것은 각종 잇권을 틀어쥔 채 온갖 잇권을 향유하던 자들의 침묵이자, 정부나 확고한 컨트롤센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실종돼 버린 채 또 다시 역사의 아픔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어진다.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한일 간 역사를 재조명해 볼 때 묘하게 크로즈업되는 데자뷰를 말이다. 지금의 정부는 당시 부패하고 비겁했던 조선 조정과 과연 무엇이 다른가.<아시아타임즈 송남석 국장> songnim@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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