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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 초남마을 손재기 이장의 남다른 ‘孝行’
광양시 초남마을 손재기 이장의 남다른 ‘孝行’
  • 정상명 기자
  • 승인 2019.07.10 10:31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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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힘이 닿는 날까지 열심히 잘 모시겠습니다”
광양시 초남마을 손재기 이장./사진=정상명 기자
광양시 초남마을 손재기 이장./사진=정상명 기자
[아시아타임즈=정상명 기자]‘37.7세’ 인구 15만의 광양은 전남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도 울산과 함께 1,2위를 다툴 정도로 시민들의 평균연령이 낮고 청년층이 두터운 곳이 바로 광양이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로 대변되는 광양은 농·수·산업 복합도시라는 특성이 반영됐다.

그러나 숫자만으로는 살필 수 없는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사실.

전형적인 도농복합도시이자 농어업이 주요 기반이었던 광양은 광양읍과 중마동 두 시가지를 벗어나면 여느 농촌과 다르지 않아 머잖아 소멸을 걱정해야하는 자연부락 또한 수두룩하다.

늘어나는 빈집과 80대 이상 노년층이 마을주민의 대다수인 탓에 10년 후에는 몇 명이나 남아있을지 과연 마을이 그대로 있을지 생각만으로도 아쉬움이 깊다.

“누구한사람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그 집은 그날로 바로 빈집이 됩니다. 밤새 안녕이라고 어르신들 안부 챙기는 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입니다”

올해 60을 맞이한 초남마을 손재기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 2018년 7월 마을이장이 됐다.

이장이 된지 만 일 년이 지난 현재, 초남마을에서는 그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방송과 신문 등 언론매체가 마을을 자주 찾을 정도로 화젯거리가 다양했고 그 중심에 손재기 이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고맙지 정말 고마워 우리 자식들보다 이장이 더 잘해. 말도 못해 이런 사람이 세상 어디에 또 있겠어”

“우리 할매들 챙긴다고 매일매일 따뜻한 밥도 해주지, 간식도 챙겨줘, 병원 갈 때도 차로 편하게 태워다 주지 하루라도 우리이장 얼굴 못 볼까 내가 다 걱정이 돼”

마을 할머니들의 자랑이 끊이지 않는다. 회관에 모인 어르신들은 손재기 이장을 향한 칭찬을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다들 한마디씩은 꼭 하려했고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장단을 맞추듯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손재기이장은 부임과 동시에 마을 어르신 무료급식을 계획하고 준비해 지난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매일 서른 명 정도의 어르신이 점심, 저녁 하루 두 끼씩 회관에서 해결하고 있다.

“연로하신 탓에 또 혼자 계셔서 어르신들이 밥을 잘 챙겨 드시지 못해요. 대충 물에 말아 드시거나 김치하나랑 고추장에다 찍어 겨우 한술 뜨는 둥 마는 둥 하고...위생상태도 열악해서 늘 마음에 걸렸지요”

“한 달에 어르신들 식비가 적지 않게 드는데 출타한 자식들이 매달 십시일반 뜻을 모아주고 또 인근 산단 기업들이 후원으로 보태줘서 거기에 맞춰 부족하나마 이렇게 마련하고 있어요”

초남마을 어르신 식사대접 소식이 입에 입을 통해 소문이 많이 났다. 공중파를 통해 행복해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방영이 됐고, 라디오에서 유명 연예인의 입을 통해 전국적으로 소개도 됐다. 광양의 다른 마을에서도 초남마을 어르신 식사를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생기는 등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긍정적인 변화가 더 넒은 세상으로 점점 확산중이다.

“언제고 사라질지 모르는 마을입니다. 다른 것보다 어르신들을 위한 일입니다. 아이들 급식이 당연하듯 어르신들 식사도 더 늦기 전에 이제는 나라에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작은 정성이 수 천 수 만 배 행복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손재기 이장은 오늘도 바쁘다. 여러 일을 하는 와중에 식사메뉴도 짜야하고 업체 관계자를 만나 후원도 부탁해야한다. 또 할머니들 모시고 읍내 병원에도 다녀와야 한다. 돕는 손길 없이 이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을까.

“뜻을 모아준 분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늘 고맙고 또 미안한 맘입니다. 이장부인이 된 탓에 매일 매일 회관으로 출근해 식사를 손수 마련해야 하고...아내가 없었으면 이 일은 처음부터 꿈도 꿀 수 없었을 겁니다”

이런 손이장을 향해 아내 박정희씨는 말한다. “좋은 일이니까 또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 그리고 남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비록 몸이 고되고 매순간순간 신경 쓸게 많지만 이렇게라도 함께하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 함께 하고 있어요”라고.

올 5월부터는 광양시 마을공동체 사업에도 선정이 돼 한 달에 한차례 합동생신상을 마련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좋은 반찬, 좋은 음식을 단 하나라도 더 대접하고 싶은 손재기이장의 간절함이 이렇게 또 결실을 맺었다.

10년 후 초남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비단 초남마을 뿐만 아니라 광양에 있는 수많은 자연부락들은 어떻게 될까. 어르신들이 오래오래 건강했으면 하지만 하나둘 우리 곁을 떠나는 사이사이 마을도 그 모습을 점점 잃어가게 될 터인데.

그나마 따뜻한 온기가 모이고 웃음이 새로이 꽃을 피었기에 초남마을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초남마을에서 시작된 기분 좋은 행복이 오랜 숨결을 품은 이 땅 모든 마을마다 그 역사를 계속 이어가는 작지만 위대한 한 알의 밀알이 되길 기대한다.

“이장 고마워 오래도록 우리 할매들이랑 함께해줄거지?”
“예 제 힘이 닿는 날까지 열심히 잘 모시겠습니다”
jsgeven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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