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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강주 칼럼] 왕의 씨앗, 태양 품고 피는 연꽃 7월을 덮다
[권강주 칼럼] 왕의 씨앗, 태양 품고 피는 연꽃 7월을 덮다
  • 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 승인 2019.07.10 11:20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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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가족들과 함께 연꽃을 구경하려 덕진연못을 방문하곤 한다. 마치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린 것인데 넓은 연못 위로 아름답게 피어난 연꽃과 방울방울 진주 같은 물방울이 구르는 푸른 연잎 사이로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산책 나온 청둥오리 가족들을 만나게 되는 것 또한 연잎의 싱그러운 향기와 더불어 누리는 산뜻한 즐거움이다.

지난 주말엔 낙상(落傷)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문밖출입도 못하시고 절대안정가료로 고생하시던 어머니께서 조금은 나아지신 것 같아 모처럼 운동 겸 바람도 쏘여드릴까 하여 덕진연못에 다녀왔다. 가는 길에 동생이 하는 말이 “우리가 연꽃 구경하러 가는 날은 항상 비가 왔던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보니 과연 그랬었다. 생각해보면 연꽃이 절정을 이루며 피는 계절이 마침 장마철이 아닌가. 그래서 내 기억 속에 연꽃 구경은 언제나 후텁지근한 외출이었던 것일까. 뒤늦은 깨달음 또한 하나의 기쁨일 줄이야. 그래 오늘도 비가 올까 후텁지근할까 하는 생각으로 도착한 연꽃 가득한 연못가엔 음악분수도 바람도 살랑살랑 시원했다.

때마침 전주차회(全州茶會)에서 26년 째 진행 중이라는 연꽃차회에 모시송편, 송화다식과 함께 말차, 녹차, 홍차 등 여러 가지 차(茶)를 골고루 맛 볼 수 있는 귀한 자리가 20석 가까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어 모처럼 어머니와 함께한 연꽃구경 나들이에 금상첨화라 할 만한 하루였다.

연꽃은 이른 아침에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서서히 꽃잎을 오무려 마치 잠자는 것과 같다고 하였는데 꽃잎에 가려져 있는 씨방과 수술들은 태양을 닮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영롱하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꽃과 잎과 성숙한 열매, 뿌리 등이 모두 귀한 약재와 식재료로 사용되는 식물이다. 연꽃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영혼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차인(茶人)들은 이맘때가 되면 연꽃을 더운 물로 우려낸 연꽃차를 즐기기도 한다. 연꽃차의 맛과 향은 여느 꽃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오묘함을 가지고 있으니 아쉽더라도 말로 표현하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연잎은 하엽(荷葉)이라 하여 탕(湯)이나 차(茶)로 마시기도 하는데 토혈이나 자궁출혈 코피 등 출혈성 질환이나 장염 설사 생리통 등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연의 뿌리인 연근(蓮根)은 열을 내리고 염증 개선의 효과가 있으며 출혈성 질환에 좋으며 특히 코피가 나는 증상에 생즙으로 갈아 마시기도 한다. 연의 열매는 연육(蓮肉) 혹은 연자육(蓮子肉), 연실(蓮實)이라고도 하는데 최근에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서 인기 있는 식재료가 되었다. 비위의 기능을 돕고 신경을 안정시키며 정기(精氣)를 보하고 신장을 이롭게 하며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진다고 하였다.

상주 함창 공갈못에 연밥 따는 저 처자야/
연밥 줄밥 내 따주마 우리 부모 섬겨다오

문득 ‘상주 모심기 노래’의 첫 소절이 귓가에 맴돈다. 아주 오래 전, 친하게 지내던 후배가 즐겨 부르던 노래, 아니 즐겨 불렀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좀처럼 노래를 하지 않는 그가 어쩔 수 없이 돌아가면서 한 곡씩 불러야만 하는 노랫자리가 되면 끝내 피하지 못하고 부르게 되는 노래, 고음불가인 그가 언제나 같은 레퍼토리로 한 옥타브 내려서 상주 함창의 연밥 따는 처자를 불러내던 저음의 노랫가락이 순간 나의 기억 속에 되살아난다. 백두대간 종주 계획을 세우고 주말마다 산행을 하던 그를 만나본지도 벌써 수년이 흘렀다. 잘 지내겠거니 하는 믿음으로 지내온 날들이지만 돌아보니 서로가 참 무심한 세월이었다. 내일은 전화로라도 그간의 안부를 물어야겠다.


kormed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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