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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칼럼] 얼어붙는 한국경제 정부의 역할
[김용훈 칼럼] 얼어붙는 한국경제 정부의 역할
  •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 승인 2019.07.17 17:25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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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이어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완전 긴장모드다. 당장 생산라인을 돌리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는 가운데 시야를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투자마저 멈췄다. 기준금리의 인하를 예고하며 경제를 돌리려고 하는 정부와 달리 시중의 돈들은 투자가 아닌 안전자산의 사재기로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1분기 예금과 보험, 주식 등의 자금운용 규모가 35조4천억이며 이는 작년 동기간 보다 14.3% 감소한 수치임을 발표했다. 가계의 주식과 펀드운용자금이 지난해 1분기에는 4조2천억이 유입됐지만 올해 1분기는 3조1천억이 빠졌다. 돈은 시중으로 돌지 않고 은행의 예금으로 몰리거나 금과 달러를 사는데 투자됐다. 은행 총예금이 지난 5월말 1,430조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시중에 돈이 돌아야 경제가 움직일 텐데 이러한 상태로는 정부가 금리를 내려도 투자를 기대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이러한 우리 경제 환경에 손을 들고 있다. 상장기업은 유상 증자를 하려던 계획을 던져버리고 토지매각으로 몸집을 줄이고 있다.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증시도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하자 신주에 대한 메리트도 떨어지고 그렇게 자금을 확보해서 투자한들 작금의 상황이라면 수익을 기대하는 것도 어려운지라 위기를 견뎌내는 것으로 선회한 것이다. 그런데 그 규모가 의외로 크다. 한국예탁결제원의 발표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전체 상장사의 유상증자 규모가 전년 동기보다 58.1% 줄었다. 유상증자를 이용해 자금을 모집한 비율이 10%도 넘지 못한 것을 보면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꽤나 심각한 셈이다. 게다가 법인의 파산신청도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움츠리고 버틸 힘도 또 버티고 난 뒤 다시 일어날 힘도 추스르지 않는 것이다. 사업하기 힘들어졌다. 경제는 돌지 않고 임금은 오르고 지켜야 할 약속들은 많아지니 아예 손을 털기로 결정한 것이다. 파산건수가 회생건수를 앞지를 추세를 보이니 하반기 우리 경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 폭탄은 우리 경제에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소재의 국산화를 하자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시간을 요하는 일이고 기술적으로 거쳐야할 난관이 많아 쉽지 않다. 때문에 우회 전략을 사용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생산에 차질을 맞닥뜨리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시장의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으로 기업들은 위기돌파능력이 뛰어나다. 누구보다도 이를 헤치고 나갈 파이팅이 넘치는 그들이 아예 패를 던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진퇴양난의 한·일 무역 분쟁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직접 끄며 적진을 돌고 정황을 파악한 삼성전자의 부회장이 모바일과 가전분야 경영진을 불러 긴 회의를 가진 것은 앞으로의 갈 길이 꽤 불투명하고 길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의 사정을 잘 모른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며 규제를 풀고 제도를 바꾼다고 하지만 기업들은 규제 때문에 앞으로 나가기가 어렵다. 제도와 틀에 맞추다 보면 사업의 형태마저 바꿔야하는 경우도 만나니 웬만한 파워가 아니면 기업의 시작도 쉽지 않다. 세계 경제상황은 정부가 바꾸기 어렵지만 국내 경제상황과 사업기반환경은 정부가 조정할 수 있다. 기업하기 좋다는 것은 바꿔 말해서 외국기업이 찾아오고 국내기업이 탈코리아를 외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기업현장에서 노사가 분쟁으로 소리가 커지는 것이 아닌 화합으로 수출 탑을 쌓는 모습이어야 한다.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우며 목소리 높여 외치는 국민들이 많아지면 정부는 긴장해야 한다. 정책을 잘하면 나라 안에 마찰이 없다. 부조리가 있고 불균형이 있기에 소리가 높아진다. 어느 때보다 정부의 활약이 중요한 때이다. 경제를 돌리려면 기업을 돌려야 한다. 기업들이 판을 펼쳐야 돈이 돌고 경제에 탄력이 생긴다.


laurel56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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