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08-26 04:30 (월)
‘고객 갑질’, 우체국 택배원의 '울분'...15kg 짐 들고 아파트 15층까지
‘고객 갑질’, 우체국 택배원의 '울분'...15kg 짐 들고 아파트 15층까지
  • 김영봉 기자
  • 승인 2019.07.23 07:41
  • 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우체국 택배원이 고객의 무리한 요구에 15kg 아이스박스를 들고 아파트 15층까지 걸어서 배송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기 때문인데, 택배원이 고객에게 사과를 하며 경비실에 맡기거나 엘리베이터가 수리된 후 배송하면 안 되겠냐고 정중하게 부탁 했지만 고객은 거절하며 가지고 올라오라고 요구 한 것이다. 즉 고객이 갑질을 한 셈인데, 이 때문에 택배원은 찌는 무더운 날씨에 무거운 물건을 들고 15층까지 숨을 헉헉대며 걸어서 올라가야만 했다. 

우체국 위탁택배원이 지난 18일 고객의 무리한 요구에 어쩔 수 없이 15kg 아이스박스를 들고 아파트 15층까지 걸어서 올라가야만 했다. (사진=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23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우체국 본부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우체국 위탁택배원으로 일하고 있는 택배노동자 A씨는 지난 18일 경기도 S아파트에 택배 배송을 하면서 고객의 무리한 요구로 15층까지 걸어서 올라갔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지난 18일 경기도 S아파트 16층에 아이스박스(무게 약 15kg)를 배송하기로 한 A씨는 배송을 위해 엘리베이터에 섰지만, 엘리베이터는 3층에 멈춰서 내려오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는 사실을 알았고, 고객에게 전화해 경비실에 맡기고, 퇴근하시는 분이 가져가시는 건 안 되겠냐고 정중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고객 B씨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답하면 돼 줄임말)였다. B씨가 “안 된다 가지고 올라오라”며 거절한 것이다. A씨는 무거운 물건을 16층까지 올라가기엔 다소 어렵다는 판단에 B씨를 재차 설득했다. “엘리베이터가 수리되면 다시 배송해드리면 안 될까요”라고 이야기 한 것인데, B씨는 명령조로 “나도 내려 갈 테니 갖고 올라 오세요!”라고 요구했다는 얘기다. 

A씨가 15kg이나 되는 아이스박스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데, 내려온다던 B씨는 7층, 8층이 되어서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15층에 다달아서야 B씨가 내려왔고, 택배를 받은 B씨는 A씨의 얼굴만보고 그냥 올라갔다.  

우체국 위탁택배원 A씨는 아시아타임즈와 통화에서 “그 더운 날씨에 담 범벅에 헐떡이는 얼굴을 보고도 미안하다는 말도, 그 흔한 생수병도 없이 사람 무시하고 그냥 올라갔다”며 “제가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에 그 아주머니에게 ‘너무 하시는 것 아니냐’고 한 마디 했지만 그냥 얼굴만 보더니 올라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A씨는 “당시 15층을 오른다고 체력을 너무 써서 내려오는 10층 계단에서 힘들고 분해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버티며 겨우 내려왔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A씨가 고객의 갑질이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민원으로 인한 그 후 뒷일 처리가 복잡하고, 재계약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이런 고객들의 갑질이 종종 발생하지만, 저희가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이유는 민원 때문이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일하던 중 우체국에 불려가 고객에게 사과전화를 해야 하고 심하면 고개도 숙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이 심하고 문제가 될 경우 1년 후 계약을 할 때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예전에 3번 민원이 들어오면 재계약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객들 가운데는 좋은 분들도 많지만, 택배노동자를 부려먹으려고 하는 분들도 많다”며 “돈의 가치, 직업의 귀천을 떠나 요즘은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사를 해도 인사를 받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많이 각박해졌다. 택배기사도 한 집안의 아들이고 가장인데, 이런 점을 고객들이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kyb@asiatime.co.kr

관련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