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 칼럼] 선동 아닌 실리 찾는 극일(克日)이 필요하다

강현직 / 기사승인 : 2019-08-09 15: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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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강현직 주필

일본의 경제 도발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시행령을 공포하고 관보에 게재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아베정권은 전략물자 수출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무역보복이라는 것을 아베도 사실상 시인하고 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실로 다양하다. 반일(反日)을 넘어 극일(克日)로 가고 있다. 정부·기업·국민 대단결에 의한 ‘극일’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각오로부터 일본제품의 불매운동에 나선 국민들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차제에 경제와 기술 독립의 출발점을 마련하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밀제어용 감속기 생산 중소기업을 방문해 "임진왜란 때 일본이 탐을 냈던 것은 우리의 도예가와 도공들이었다"며 "우리가 식민지와 전쟁을 겪으면서도 우리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도 기술력"이라고 강조하고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로 우리 제품으로 대체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극일행보를 이어갔다.

시민들도 극일 호소를 지지하며 일본제품 불매 운동과 일본 여행 취소 등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식민 지배의 불법성은 물론 반인륜ㆍ반인권적 강제노동과 성노예화 만행에 대해 최소한의 사과조차 없는 일본 정부와 핵심 소재ㆍ부품 공급을 무기 삼아 국제분업구조를 훼손하고 있는 아베 정권의 무도한 보복에 상당 기간 이어질 어려움을 감내한 채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도 잇따라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돌파구 찾기에 부산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한 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그룹 비상 회의를 주재하고 “흔들림 없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자”고 강조하고 있다.

모두 힘을 모으고 있지만 한심한 대응도 눈에 띤다. 문 대통령은 뜬금없이 남북협력을 통한 ‘평화 경제’를 앞세워 일본을 넘자는 제안을 들고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일을 겪으며 평화경제의 절실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일본경제가 우리 경제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경제 규모와 내수 시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도발을 계속하는 등 남북경협 실현 가능성이 낮음에도 ‘평화 경제’를 통해 일본을 이기자는 것은 착각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은 더 한심하다. 책임 없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 사람들이 정치인라고 하지만 도 넘은 언행은 비난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것도 여당인 민주당의 전현직 의원들이 "도쿄 올림픽을 보이콧하고 일본을 여행금지구역으로 확대하자"거나 "일본 가면 암에 걸린다" 등의 도움이 안 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내년 총선 구도를 친일 대 반일의 이분법적 구도로 만들려는 의도가 읽힌다. 민주정책연구원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한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에서 "일본의 무리한 수출규제로 야기된 한일 갈등에 대한 각 당의 대응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고, 원칙적인 대응을 선호하는 의견이 많다"며 "총선 영향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해 논란을 샀다. 야당은 “경제보복에 나라가 기울어도 총선에 이용하면 그뿐이라는 천인공노할 보고서” “정권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난 보고서”라며 온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시국에 여당은 총선 유불리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극일(克日)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결의와 함께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극일을 위한 행동 요체는 정부는 정부의 일을, 국민은 국민의 일, 기업은 기업의 일, 정치권은 정치인으로서의 역할, 각자 맡은 본분과 소임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핵심 소재와 부품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통해 기초체력을 키우고 그동안 원천 기술 개발보다 국제적 분업구조에 안주한 산업구조의 취약성을 넘어 설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더는 국민들을 선동하거나 정쟁에 이용하려는 언행을 자제하고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각계에서 분출되는 대응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실리를 찾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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