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토크] '특고직'으로 불리는 택배노동자, 그리고 휴가의 그늘

김영봉 기자 / 기사승인 : 2019-08-12 17: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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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직장인에게 휴가는 빡빡한 업무에서 잠시 벗어나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이자 당연한 권리지요. 직장인들이 여름철 가장 기다리는 날도 휴가니 얼마나 휴가가 중요한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런데 직사광선이 내리 쬐는 한 여름 무더운 속에서도 휴식이 필요하다며 거리로 뛰쳐 나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난달 15일 처음 광화문 광장에 피켓을 들고 나와 ‘택배 없는 날’을 외쳤친 택배 노동자들인데요. 어쩌면 한두번에 그칠 줄 알았던 이들의 작지만 절박한 외침은 ‘7월 16일과 17일에 이어 22일에 이어 8월1일에도 이어졌습니다. 택배사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과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8월 16일, 17일 택배 없는 날'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그리고 지난 8일이었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시 CJ대한통운 노원터미널에서 4번째 기자회견을 열었지요. 이날은 그냥 밖에 나와서 가만히 서 있기 정말 힘든 뙤약볕이었습니다. 택배노동자들이 광화문 광장이 아닌, 처음으로 택배사 앞에서 간곡한 호소를 하던 날이었지요. 기자를 포함해 회사에서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당연시 여기는 그 ‘여름휴가’를 위해서 말이지요.


현장에서는 8년째 택배 일을 한 한 가정의 아버지가 아이를 데리고 해수욕장 한번 다녀오기 힘들다고 호소하더군요. 도대체 이들의 외침은 왜 이렇게 간절한 것일까요? 바로 이들은 현장에서 오전 7시면 출근해 오후 늦게 퇴근하는 택배노동자입니다. 회사나 법률적에서는 ‘개인사업자’로 불립니다. 노동자와 개인사업자를 넘나드는 이들의 두 얼굴입니다.


사실 법적으로 보면 이들은 노동자도, 그렇다고 개인사업자도 아닌 애매모호한 특수고용직 종사자로 분류가 된다고 하더군요. 이른바 특고직이라고 하는데요. 일은 아침 7시에 출근해 오후 늦게 퇴근하는 노동자에 가깝지만 임금은 수수료를 통해 수입을 얻는 개인사업자의 성격에 가깝다고들 합니다.


그렇다고 딱히 개인사업자라고 부르기도 어색한 부분이 있습니다. 개인사업자라면 자신이 일을 하고 싶을 때 일하고, 또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개인 결정권이 보장되지만, 이들은 대리점과의 계약 때문에 그럴 수도 없는 처지니까요.


(사진=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지난 7월 15일부터 택배노동자들이 '택배 없는 날'을 호소하며 이달 8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지난 4번의 호소에서 이들은 휴가를 가기 위해서는 자기가 맡은 구역과 택배물량을 대신할 사람을 구하고 건당 수수료보다 500원을 더 써야 하는 손해를 감수해야 해 사실상 휴가가기는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휴가를 가기 위해서는 하루 최소 12만5000원(택배 하루 평균 250개 기준)을 써야 하는 처지지요. 참 모순입니다.


그래서 이들이 택배 비수기인 8월 16일과 17일, 1년에 단 이틀만이라도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겁니다. 여기에 택배노동자들이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주 6일을 일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점은 더욱 고려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국내 주요 택배사들은 얼마 전에 ‘택배 없는 날’에 대해 응답을 했지요. 사실상 택배노동자들이 호소한 ‘8월 16일과 17일 택배 없는 날’은 어렵다는 반응이지만, 한진택배와 롯데택배는 택배기사님들의 휴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긍정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점유율 1위, 올해 2분기 영업익 718억원을 벌어들인 CJ대한통운은 야속하게도 어렵다는 입장만 반복했습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이해가 아예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택배업이 택배노동자들만 있는 것이 아닌 고객사, 고객, 대리점 등 모두 연결 돼 있으니까요.


그래도 택배사가 마음먹고 택배노동자들을 위해 1년에 단 이틀만이라도 휴가를 줄 수 없는 상황도 아니지 않겠습니까. 방법은 다양하잖아요. 어찌됐던 택배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에 일조한 사람들도 택배노동자들 아니겠습니까.


택배노동자로 일하고 개인사업자로 불리는 이들 ‘특고직’의 '휴가 그늘'을 걷어낼 수 있는 것은 결국 택배사의 따뜻한 배려일 테지요. 오늘의 뒤끝토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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