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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통신] 2019년 대한민국, '극우'는 누구인가
[여의도통신] 2019년 대한민국, '극우'는 누구인가
  • 김지호 기자
  • 승인 2019.08.13 07:15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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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일본과 한국의 대립이 극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우리 대법원은 상고심 판결을 통해 강제징용자에 대한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에 1인당 1억원씩의 배상을 명령했다.

판결의 해법에 대해 양국 간 의견이 엇갈렸다. 일본은 지난달 1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 등 3개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내렸다. 또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했다. 이에 한국에서는 전국적 불매운동과 반일 시위에 이어 12일에는 똑같이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이들은 모두 국수주의를 강조하는 극우 성향의 정치인이다./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이들은 모두 국수주의를 강조하는 극우 성향의 정치인이다./사진=연합뉴스

대법원 판결 때문에만 일어난 사태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일본 일각에서는 취임 전부터 반일·친북 대통령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아베 신조 총리에 일본이 동맹국이 아님을 분명히 선언했다.

이번 사태는 일본의 잘못이 크다. 아무리 문 대통령이 동맹국이 아니라고 통보했지만 외교 문제를 이유로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에 나선 점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일본의 이번 조치는 단순히 강제징용 청구권에 대한 판결 문제가 아닌 미·중 무역전쟁과 같은 동아시아지역 패권전쟁의 일종으로 판단된다.

어수선한 이때 ‘극우’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린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주장에 조금이라도 동조하거나, 문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거나 혹은 불매운동에 소극적 입장을 보이면 극우라며 도매금으로 매도된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자신에게 교수직 사퇴를 요구한 서울대 제자들에게 “극우 사상을 가진 학생들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하지만 극우는 단순히 좌파 성향·정치인에 반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극우는 거의 모두 국수주의, 국가주의, 인종(민족)주의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아리안 종족의 우월성을 강조한 나치즘이 대표적이다. 자연히 이런 국수주의나 인종주의는 전체주의로 이어지고 이것이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극우의 개념이다.

전세계 극우세력의 대표격인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전세계 극우세력의 원조격인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미국의 큐클럭스클랜(KKK), 러시아의 스킨헤드, 네오나치와 같이 백인우월주의를 내세우거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며 인종차별 발언을 쏟아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에 가깝다. 역사를 왜곡하고 헌법을 개정해 군국주의 망령을 되살려내려는 아베 총리도 마찬가지다. 즉 국수주의나 인종(민족)주의 등은 극우의 핵심이며 이 같은 내용이 빠졌다면 극우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정부에 반대하며 극우로 불리는 진영은 이번 사안을 극단적 맞대응이나 불매운동보다는 외교적 수단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수주의나 민족주의와는 가장 거리가 먼 해법이다. 문재인 정부가 아베 총리에 사과해야 한다는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이에 속한다. 그런데도 엄마부대 앞에는 항상 ‘극우성향 단체’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앞뒤가 맞지 않는 수식어다.

자연히 좌파 진영이나 정부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졌다고 성향과 전혀 다르게 극우라고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 차라리 ‘싫은 사람’, ‘의견이 다르거나 소수에 속하는 사람’, ‘일본에 우호적이고 좋아하는 사람’ 등 이라고 부르는 게 옳다.

이는 한국의 민족주의가 일본의 식민지배라는 특수성 속에 나타났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독일의 나치즘도 제1차 세계대전의 대패라는 상황에서 분노와 상실감을 먹고 몸집을 키웠다. 경제적으로 분배를 중시하는 좌파 진영에 속하더라도 국수주의나 인종(민족)주의, 혹은 소수 의견을 허용하지 않는 전체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세력이나 정치 집단이 있다면 바로 극우라고 불러야 한다.

이와 더불어 ‘극좌’라는 단어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우리나라 정치의 특징이다. 민주주주의 국가에서 극우가 있으면 반대편인 극좌도 있을 텐데 극좌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기도 어색하다. 아니 한국에서는 ‘좌파’라는 단어조차 일종의 욕설처럼 여겨진다. 거의 같은 의미지만 듣기에 좋은 ‘진보’라고 불러야 한다. 즉 우리나라는 극우는 난무하는데 좌파는 없고 착한 진보 정치세력이 많은 이상한 민주주의 국가다. 왜 그럴까.

이 같은 의문은 네이버 지식백과의 ‘사회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사회질문사전’에서 해결된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남쪽은 우파, 북쪽은 좌파로 이념적으로 나뉘었고 6·25 전쟁을 겪고 나니 ‘좌파’는 곧 북한을 나타내는 말이 됐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은 정부에 반대하고 저항하는 사람들을 ‘좌파’, ‘좌익’,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탄압했다. 이에 좌파라는 단어는 일종의 금기어처럼 돼 버렸다. 그래도 우파-좌파나, 진보-보수 의미는 달라지지 않는다.

다행인 것은 문 대통령이 12일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선 안 된다”며 현명한 대처를 주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일본 정부의 부당한 경제 보복에 대해 결연하게 반대하면서도 양국 국민 간의 우호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슬기로운 해법을 양국 정부가 찾아내길 바란다.

better502@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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