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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에 증시 쇼크…실물경제 붕괴 '악몽' 꾸나
'R의 공포'에 증시 쇼크…실물경제 붕괴 '악몽' 꾸나
  • 김지호 기자
  • 승인 2019.08.18 08:15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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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 경기침체 시그널
정부의 반기업정책 등 경제성장률 하락, 증시 변동성 더 키워
일각서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경기침체 안돼 반론도

[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미국에서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 역전현상이 12년 만에 발생하면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엎친 데 덮친 한국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정부의 잇단 반기업정책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안 그래도 큰 국내 증시 변동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바로 경기침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1.20포인트(0.58%) 내린 1927.17로 장을 마쳤다. 장중 1911.72까지 떨어지면서 이달 6일(장중 1891.81)에 이어 1900선마저 위협받았다. 코스닥지수 역시 0.93% 떨어졌다. 이미 지난 5일 ‘검은 월요일’을 겪으면서 면역주사를 맞았고 15일 광복절 휴장으로 직격탄을 피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6일 미국에서 불거진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 영향으로 하락해 전 거래일보다 11.20포인트(0.58%) 내린 1927.17로 장을 마쳤다./사진=연합뉴스
코스피지수는 지난 16일 미국에서 불거진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 영향으로 하락해 전 거래일보다 11.20포인트(0.58%) 내린 1927.17로 장을 마쳤다./사진=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미국 국채시장에서 10년물 금리가 연 1.619%로 떨어져 2년물 금리(연 1.628%)를 밑돌면서 R의 공포가 다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같은 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800.49포인트(3.05%)나 폭락했다. 통상 채권금리는 단기물보다 장기물이 더 높지만 투자자들이 향후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볼 때는 장단기 금리차가 줄거나 역전 형상이 일어난다.

15일(현지시간)에는 금리 역전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10년물 금리는 장중 연 1.475%로 떨어져 2016년 7월 기록한 역대 최저치(1.321%)에 다가섰다.

크레디트스위스는 1978년 이후 2년물과 10년물 미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은 5번 발생했고, 모두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금리 역전 발생 이후 침체가 찾아온 시기는 평균 22개월 후였다. 이로 인해 이번 금리 역전 현상은 이미 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는 3개월물과 10년물 금리 차보다 더욱 악질인 경기 침체 신호로 여겨진다.

물론, 미국이나 우리나라가 아닌 독일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의 전분기 대비 0.1% 마이너스 성장과 4.8% 증가에 그쳐 17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한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이 직접 원인이었다. 또한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이 곧바로 경기침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를 위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채를 2조 달러어치나 사들였고 최근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장기 국채 금리를 내리기 위한 공개 시장조작 수단)로 단기채를 매도하고 장기채를 매수했다”며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차이)가 과거와 비교해 인위적으로 좁혀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전의 장단기 금리 역전에 비해 경기침체와는 거리가 가장 멀다는 지적이다.

세인트루이스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은) 제임스 불러드 총재도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양호하다. 무역마찰이나 세계경제 성장 둔화 등으로 주가하락이 장단기 금리역전을 초래한 현상에 민감할 필요는 없다”며 “장단기 금리역전이 지속되는 모습을 보여야 경기하강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여파와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겹친 우리나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6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09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연 1.172%)와 금리차는 7.7bp(1bp=0.01%)에 불과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8월 12일(6.0bp)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올해 1%대 성장 전망이 심심치 않게 나올 정도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또 다른 외풍이 불어오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불리는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의 이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실제로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12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벌이며 총 1조899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는 2016년 1월 7∼26일의 14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최장이다. 연속 순매도액은 2018년 10월 18∼30일(9거래일 연속)의 2조1128억원 이후 최대다.

당장 금융위원회가 16일 손병두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시장 점검 회의를 열고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재점검하는 등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다시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상반기 국내 주요기업의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40%가량 줄고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17억7000만 달러로 2012년 이후 7년 만에 최소 수준을 기록하는 등 단순히 ‘달래기’로는 해결할 수 없는 실물경제의 붕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태생적으로 성장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길 수 없는 좌파 포퓰리즘 문재인 정부의 한계도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장보다는 분배와 공정경제에 방점을 찍는 좌파 정부 특성상 혁신 규제개혁 등이 없는 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앞이 깜깜한 상태”라며 “부동산시장을 잡겠다는 확고한 원칙 등을 접고 사회간접자본(SOC) 등 부동산 관련 투자를 더욱 늘려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홍 연구위원은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수요가 뒷받침되고 환율이 상승하면서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연준이 내달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짙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연준에 연일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다음 달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서면 2년물 금리가 하락하면서 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연준이 급격한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버블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현재 상황은 21년 전 미국의 신경제 속에 발생한 아시아 신흥국과 러시아 모라토리엄 위기와 맞물려 유사한 상황”이라며 “연준이 1998년과 같이 신속하게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지 미국은 2000년 IT 버블 파열, 2008년 주택시장 버블 붕괴로 인한 금융위기 등 금리인하에 따른 리스크도 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정으로 그간 다른 나라에 비해 증시가 많이 빠졌다는 점은 위안이다. 현재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07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5배에 불과하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증시는 R의 공포보다 주가보다 빨랐던 기업실적 하락이 더 문제였다”라며 “다른 나라에 비해 워낙 빠졌기 때문에 하반기 반도체 업황회복과 미중 무역전쟁 완화, 연준의 금리인하가 이어지면 상승세를 노려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better502@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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