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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칼럼] ‘마음으로 그려 보기’
[정균화 칼럼] ‘마음으로 그려 보기’
  •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승인 2019.08.18 16:34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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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나는 혈관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태로 수술하는 중이다. 그러니 이성과 기술을 넘어선 어떤 가능성을 향해 마음을 열고 수십 년 전에 내가 배웠던 것을 하기 시작한다. 레지던트 시절도, 의대에서도 아닌, 바로 그 캘리포니아 사막의 어느 길가 작은 마술가게 뒷방에서 배웠던 그것을 시작한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몸의 긴장을 푼다. 함몰된 혈관을 머릿속에 그린다. 내 마음의 눈으로, 이 어린아이의 신경 혈관 고속도로 안에 접혀 있는 혈관을 본다. 두 눈이 가려진 상태로 그 지점에 닿는다. 하지만 이 생명에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우리 각자는, 우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음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운명을 통제한다. 그러므로 나는 이 네 살짜리 꼬마가 오늘 수술대 위에서 죽어 갈 운명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꿈 없는 소년에서 스탠퍼드 신경의학자로,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마술을 배우는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著者 제임스도티』에서 이렇게 소회한다. 한 개인의 체험적 진실과 오랜 과학적 탐구를 씨줄과 날줄로 엮으며 흡인력 있게 전개되는 ‘페이지 터너’이자,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꿈을 이뤄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감동 실화’다. 저자는 어린 시절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어머니는 뇌졸중과 만성 우울증으로 자살 시도를 일삼았다. 자존감 없는 아이였던 그가 자신의 존재를 특별하다고 느끼는 유일한 순간은 마술을 연습할 때뿐이다. 열두 살이 되던 어느 여름날, 그는 동네 마술가게에서 루스라는 할머니를 우연히 만나 눈속임이 아닌 정말로 자신을 특별하게 만드는 마술을 배우게 된다.

그것은 바로 뇌와 마음의 힘을 조절하여 현재의 고통을 완화하고 자신의 소망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놀라운 비법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그는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이자 자산을 쌓은 기업가로 성공하게 되지만 루스의 가르침을 잊고 방탕하게 살다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그는 어린 시절에 배운 마술의 가장 중요한 의미를 깨닫고는 비로소 세상과 더불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삶을 살기 시작한다. 그는 삶의 고비마다 나아갈 방향을 이끌어 주었던 ‘루스의 마술’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밝히고, 이를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자 했다. 이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뇌의 능력’을 기르는 동시에, 그 힘을 자신에게만 이롭게 쓰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공감하는 ‘심장의 힘’을 결합시켜 사람들과의 유대 관계를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써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됐다.

이 경험을 통해 그는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이자, 의료용 기계 ‘사이버나이프’를 생산하는 만든 ‘에큐레이’사를 이끄는 기업가로 성공했다. 어린 시절 소원 목록에 적었던 대로 의사가 되었으며, 7,500만 불의 자산을 소유한 부자가 되었다. 이 세상에서 진정 자신이 원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분리하고 획득하려는 속성을 지닌 뇌의 기능만을 써서는 안 되고, 연결하고 나누려는 심장의 힘을 같이 써야 한다. 뇌에는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지만, 그럴 만한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 주는 것은 바로 심장이기 때문이다. 뇌와 심장이 협업할 때 인간은 연민, 겸손, 친절, 진정성, 사랑, 용서 등의 가치를 품게 되고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루스가 아무 이유 없이 어린 도티를 도와주었듯이, 우리가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바뀌게 하는 것, 즉 세상에 대한 공감과 연민의 힘을 갖는 것이다. 이 연민이 바로 각자 마음의 상처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마음까지 치유하는 진정한 마술임을 그는 열정적으로 전한다. 루스가 나한테 가르쳐 주었던 것을 지금은 ‘마음 챙김’과 ‘마음으로 그려 보기’라고 부른다. 마음 챙김과 마음으로 그려 보기는 평온해지고, 산만함을 없애고, 내면으로 여행을 떠날 때 필요한 훌륭한 기법이다. 연민은 우리 각자 마음의 상처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마음까지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 그것은 가장 큰 선물이자 가장 위대한 마술이다. “자기연민은 최악의 적이다. 만약 우리가 그것에 굴복하면, 이 세상에서 선한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헬렌 켈러>


tobe42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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