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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칼럼] ‘실현 가능한 꿈’
[정균화 칼럼] ‘실현 가능한 꿈’
  •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승인 2019.08.20 14:23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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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1937년 5월28일 정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루스벨트 대통령이 워싱턴 DC에서 원격조종 단추를 누른 순간 개통된 다리를 차량들이 건넜다. 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현수교라는 금문교 건설 구상에 전문가들은 거센 조류와 깊은 바다, 강풍과 안개라는 입지조건에서는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샌프란시스코만을 오가는 페리선 운항업자들을 주축으로 한 거센 반대를 뚫은 주역은 설계와 감독을 맡은 스트라우스. 대학 졸업논문으로 베링해협을 가로지르는 87㎞짜리 교량 건설계획을 제출했던 토목공학자 겸 시인이었던 그는 시 의회를 설득해 1928년 건설허가를 받아냈다. 문제는 자금. 공사비를 3,500만 달러로 책정하고 채권을 발행했지만 대공황이 발생하자 아무도 채권을 인수하지 않았다. 스트라우스가 은행가들을 설득해 간신히 착공한 게 1933년 1월. 강철 와이어만 지구를 다섯 바퀴 돌 수 있는 분량이 투입된 공사는 4년4개월 만에 끝났으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했다.

당시 이탈리아계 이민 2세인 「지아니니」는 190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수의 대중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탈리아 은행을 설립하였다(1930년 ‘Bank of America’로 개명). 1906년에 발생한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인해 큰 위기를 맞았으나 지아니니는 고객과 “재난 속에서도 믿을 수 있는 은행”이라는 탄탄한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 또한 그는 주택 대출, 자동차 대출 등 다양한 형태의 신용 대출을 활성화시켰고, 영화, 캘리포니아 와인 등 그 당시 미개척 산업에도 자금을 지원하였다. 월트 디즈니의 백설 공주에 200만 달러를, 그리고 성공적 건축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받은 금문교 설립에 600만 달러를 대출해 준 사람도 그였다.

‘실현 불가능한 꿈’이라 불리던 다리의 건설이 실현된 것은 설계자인 ‘조셉 B.스트라우스’의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대공황에도 불구하고 1931년에 3천 5백만 달러의 채권이 승인되어 마침내 1933년에 착공하여 1937년 5월에 개통하였다. 금문교의 건설은 1996년 미국토목학회(ASCE)가 선정한 현대 토목건축물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다. 골든게이트 교 또는 금문교는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와 캘리포니아 주 마린 군을 연결한다. 금문교는 아름다운 주홍빛의 다리다. 금문, 즉 골든게이트(Golden Gate)라는 명칭은 골드러시 시대에 샌프란시스코만을 부르던 이름이다. 다리의 총 길이는 약 2,800m이며, 걸어서 건널 경우 40~50분 정도 소요된다.

筆者도 두 번인가 도보로 횡단했었다. 다리를 지탱하는 두 개의 탑의 높이는 227m로 건설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이자 가장 높은 현수교 탑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도로면은 수면에서 66m 높이에 있으며 수심이 깊어 대형 배도 통과할 수 있다. 거대한 다리를 지탱하는 케이블은 직경이 약 90cm나 되는데 2만 7,572개의 가는 케이블을 꼬아서 만든 것으로 포트 포인트에 그 단면이 전시되어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금문교보다 더 긴 장대(長大) 교량도 있고 첨단 시스템이 도입된 다리도 많다. 하지만 금문교만큼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는 다리는 매우 드물다. 이는 금문교가 초 장대 현수교라는 기술적인 측면과 함께 주변 지역을 상징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스트라우스’는 금문교가 공식적으로 개통된 바로 다음 해에 사망했으며, 지금은 다리 근처에 건설 초기에 그가 맡았던 중요한 역할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동상으로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장대 교량이 다수 건설됐다. 그중 인천대교(仁川大橋)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시공, 세계 7위(세계 5대 사장교)대한민국 1위의 길이의 최장거리 교량으로 총 연장 21.38km이다. 또한 서해대교는 서해안시대 국가 물동량의 수송을 원활하게 해주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2000년 11월 10일 개통, 총연장은 7310m로, 대한민국에서 총 연장은 세 번째로, 교량의 길이만으로는 두 번째로 긴 다리이다. 이제 우리도 다리공사는 물론 해저 터널 시대를 열었다. 서울의 한강다리가 어느새 32개가 되었다. 이 다리의 숫자는 경제 발전,물류소통의 의미이다. 새삼 영화 ‘콰이江의 다리’가 떠오른다. 극한적인 상황 속에서도 法과 원칙을 지키고 문명 건설하려는 한 영국군 지휘관의 거룩한 모습을 그렸다. "法이 없으면 文明도 없다."


tobe42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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