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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칼럼] 피렌체의 추억
[김종호 칼럼] 피렌체의 추억
  • 김종호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 승인 2019.08.21 11:39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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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김종호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푸치니의 오페라 `자니 스키키`는 이태리 토스카나 지방의 주도인 피렌체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유산을 상속 받을 친자식 없이 죽은 부오소 도나티의 유산을 두고 서로 차지하려는 친척들의 추태를 따돌리고, 결혼을 앞둔 딸을 위해 자니 스키키가 유산을 차지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 내용인데 도심을 가로지르는 `아르노 강`과 피렌체의 상징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폰테베키오(오래된 다리)`는 유명한 소프라노 아리아 `O mio babbino caro(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에 노랫말로 등장한다.

아버지를 그리워하거나 아버지를 향한 딸의 사랑하는 마음을 노래하는 것 같은 아름다운 멜로디의 이 아리아는 사실은 결혼을 반대하는 아버지에게 당장 결혼반지를 사주지 않으면 폰테베키오에 가서 아르노 강에 빠져 죽겠다는 철없는 딸의 협박어린 투정의 노래인 것이다.

이 오페라의 대본 작가인 조바키노 포르차노는 1870년경에 출판된 피렌체 우화집에서 자니 스키키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의 소재를 얻었는데 자니 스키키는 많은 재산을 남기고 죽은 부오소 도나티의 유언장을 바꿔서 유산을 챙기는 죄 때문에 지옥에 떨어진 사람으로 단테의 신곡(지옥편 30편)에 그려지는 인물이다.

르네상스의 발상지인 피렌체는 단테, 다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라파엘로 등 수많은 예술가들의 숨결이 묻어있는 도시로 그 위대한 예술가들의 흔적을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전망 좋은 방`과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영화로 더욱 우리에게 알려진 피렌체는 꼭 유명한 명소가 아닌 도심의 골목을 산책하기에도 참 좋은 곳이다.

이 길을 걸었을 위대한 예술가들,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며 걸었을까?

시간이 있을 때 마다 그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골목길을 헤집고 다니며 마음속에 여러 가지 질문들을 던지곤 했다. 유학 생활과 졸업 후에 이 곳 극장에서 활동하며 젊은 시절에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한 나에게 피렌체는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이번에 피렌체 음악원을 졸업한지 30년 만에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피렌체 시내에 숙소를 정하고 5일 동안 있었던 우리는 아침 이른 시간에 두오모와 시뇨리아 광장, 폰테베키오 등 아직 하루의 더위가 시작되기 전의 조용한 도심 속을 산책하곤 했다. 예전에는 많이 볼 수 있었던 작은 공방이나 오래된 옷가게들이 카페나 식당으로 바뀌어 큰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아직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골목들과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가게들 또 아르노 강변 등 유학 시절 거의 매일같이 산책하며 걸었던 곳들을 다시 산책하니 마치 30년 전 학창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아 마음이 한없이 설레었다. 아마도 도심 건물의 외양을 바꾸지 않고 보존하기 때문에 그전의 모습 그대로여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예전의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추억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귓가에 맴도는 `O mio babbino caro`의 선율이 폰테베키오로 나를 이끈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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