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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칼럼] 공직후보자의 빗나간 ‘자기관리’
[강현직 칼럼] 공직후보자의 빗나간 ‘자기관리’
  • 강현직 주필
  • 승인 2019.08.22 17:23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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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정부가 개각을 할 때마다 한 번도 평탄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고위공직자 능력과 자질, 도덕성 등 적격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15대 국회가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감사원장·대법관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를 처음 도입하고 참여정부와 17대 국회는 대상을 확대해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과 장관 등 모든 국무위원이 청문회를 거치도록 했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 부동산 투기부터 탈세, 자녀의 병역기피, 위장전입, 음주운전 등 고위직 후보자의 낙마 잔혹사는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범죄를 '7대 인사 배제 기준'으로 설정하고 철저히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개각에서도 어김없이 숱한 의혹들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나라가 흔들릴 정도로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지명 초기 조 후보자의 과거 사노맹 이력이 논란이 되더니 75억 투자약정 사모펀드 논란, 조 후보자 부인과 동생의 전처 간 부동산 거래 의혹, 동생 부부의 위장이혼과 채무 변제 회피 의혹 등이 추가로 제기됐다. 여기에 조 후보자 딸의 장학금과 논문 제1저자 등재 논란까지 더해졌다.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딸이 두 차례 유급에도 불구하고 6차례나 장학금을 받았고 고등학교 재학 시절 2주간의 인턴 활동만으로 의학 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드러나자 인터넷 게시판에는 특혜 논란에 배신감과 허탈감을 토로하는 젊은이들의 분노가 넘쳐나고 있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후 청문회 단골 의혹 3종 세트는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다. 그 중 가장 자주 등장한 의혹은 바로 ‘위장 전입’, 부동산을 사거나 자녀의 학군·학교를 고르려는 목적으로 실제로 살지 않는 곳에 주소를 등록하는 범법 행위로 부동산 투기와 연관성을 가지고 있어 위장 전입 의혹은 투기란 꼬리표를 항상 달고 다녔다. 부동산 투기 목적의 위장 전입으로 낙마한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 2명(장상, 장대환), 이명박 정부 4명(박은경, 김병화, 천성관, 신재민), 박근혜 정부 3명(이동흡, 김병관, 안대희), 문재인 정부 1명(조동호) 등 총 10명에 이른다.

‘세금 탈루’도 빼놓을 수 없는 의혹이다. 임대 소득 축소 신고, 재산 축소 신고, 다운계약서 작성, 주식 신고 누락, 증여세 탈루 등 다양한 세금 탈루로 12명의 낙마자(장대환, 이기준, 남주홍, 이춘호, 천성관, 김병화, 신재민, 이동흡, 김병관, 안대희, 조대엽, 박성진)가 나왔고 논문 표절과 중복 게재, 본인이나 자녀의 이중국적, 자녀 병역 비리와 군·취업 관련 특혜, 고액 스폰서 혐의 등의 의혹이 청문회마다 국민을 실망시켰다.

국무총리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5명이나 낙마했다. 김대중 정권 때 첫 여성 총리 후보자였던 장상 당시 이화여대 총장은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 장남의 이중국적 문제 등이 불거져 국회 인준이 부결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40대 총리론’으로 해성같이 등장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박연차 전 회장에게 수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도덕성이 흠집 나 인사청문회 나흘 후 자진 사퇴했고 박근혜정부 초대 총리 후보자였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은 전관예우, 토지 불법 증여 등이 불거지면서 물러났다.

이와 같은 낙마는 자기관리가 안된 사람들이 후보자로 지명된데 기인한다. 겉으론 세상의 도덕군자로 보이지만 막상 검증에 들어가면 의혹이 양산되고 논란에 쌓인다. 도덕관과 국가관을 입으로만 외치며 실천하지 않는, 스스로 자기관리 해오지 않은 사람들이다. 자기관리란 교육학에 나오는 용어로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려고 행동적 학습원리를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관리는 학습자 자신의 행동을 관리하고 자신의 행동을 책임지는 것이 핵심이며 학습자들이 자신들의 학습에 대해 통제하는 것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양심에 부끄러움이 되는 일에는 관여하지 말자’는 규칙을 만들어 지키며 살았다고 한다. 평소 정의에 어긋나고 도리에 어긋난 이익은 그 어떠한 것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채근담에도 ‘분수에 맞지 않는 복과 까닭 없이 얻은 이득은 조물주의 낚싯밥이 아니면 인간세상의 함정’이라고 했다. 정당한 대가나 노력 없이 얻어진 재물이나 이득은 신이 자신을 시험하기 위해 던진 미끼가 아니면 사람들이 파 놓은 함정이라는 것인데 후보자들의 의혹 논란을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프랭클린은 또 ‘유리, 도자기 그리고 명성은 쉽게 깨지며 결코 원상태로 되돌리지 못한다’고 했다. 정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얻은 명성은 쉽게 추락하고 한번 추락한 명성은 깨진 유리를 다시 붙일 수 없듯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으로 공자의 ‘의롭지 못한 부와 귀는 나에게 뜬구름 같다’(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와 크게 통한다.

일부 혹자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며 두둔하지만 고위공직자자 되려면 최소한의 도덕성, 준법성, 국가관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30년 넘게 봉사한다는 심정으로 살아 왔다는 한 공직자는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치지 마라(李下不整冠)’는 각오로 공직을 수행했다고 한다. 인선을 잘못하고 의혹이 다 풀리지 않은 후보의 임명을 강행하며 ‘이런 분들이 더 일 잘한다’고 말했던 대통령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작은 일이라도 오해 받기 쉬운 일은 하지 않았다’는 독백이 공허하게 들리는 아침이다.


jigkh@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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