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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토크] '일본 경제보복'이란 표현은 틀렸습니다
[뒤끝토크] '일본 경제보복'이란 표현은 틀렸습니다
  • 김영봉 기자
  • 승인 2019.09.01 09:05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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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최근 일본이 과거사와 연계해 한국에 부당한 ‘경제적 보복’을 취해 매우 우려스럽다.”  특히, '일본의 경제보복'이란 두 음절의 단어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거나 봤을 것이고, 혹은 직접 표현해 봤을 법 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경제 전문가나 언론은 물론 사회 전반에서 흔히들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기자도 무의식 중에 몇 차례 같은, 혹은 유사한 단어를 사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사진=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이 단어는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태국 유력 영문일간지인 ‘방콕포스트’와 인터뷰하면서 한 말이라고 합니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고,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내리면서 관계가 본격 악화 된지도 벌써 두 달을 훌쩍 넘겼는데요. 우리 언론들도 일본의 부당한 경제적 조치에 흔히 ‘일본 경제보복’이라는 제목을 달고, 기사 내용에도 별 고민 없이 쉽게 표기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언론, 정치인, 전문가 등 아주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더군요. 이쯤되면 이미 사회적으로 상징화되어 콘크리트처럼 굳어져 버린 표기법 처럼 보입니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월 25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의 보복성 조치가 있을 경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했지요. 

그래서였을까요? 기자의 지인 한 분은 이렇게 의문을 제기하더군요. "우리가 일본에게 뭘 어떻게 했길래, 일본이 우리에게 보복을 하느냐"고요. 그 순간 기자의 머릿속은 하얘졌습니다. 누군가로부터 뒷통수를 심하게 얻어 맞은 사람처럼 '멍'해졌는데요. 일본의 부당한 경제적 조치에 대해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일본을 먼저 가해 했기 때문에 일본이 보복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구나'라고요.

마찬가지입니다. 태국언론에 적극적으로 우리 상황을 알리고 방어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사용했던 ‘경제적 보복’이라는 단어도 한·일 관계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충분히 오해의 소지를 제공할 수 있겠구나'라고요.  

사전을 찾아 봤습니다. 보복이란 ‘앙갚음’, 즉 상대가 나를 먼저 공격하고 해를 가하면 나도 그 만큼을 되돌려준다는 뜻이라고 쓰여 있더군요. 그런데 우리는 일본에게 당했으면 당했지 결코 먼저 해코지한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왜 ‘경제보복’이라는 단어를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요? 보복과 부당하게 당한 피해는 의미상 천지차이인데 말이지요.  

그래서 이번 뒤끝토크에서는 우리 모두가 당연하게 사용했던 ‘일본의 경제보복’이라는 표현은 틀렸다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앞으로는 써서는 안 될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방송에 나와 이렇게 지적했지요. 일본의 수출 규제는 “보복이 아닌 도발”이라고요. 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제침략으로 규정했습니다. 보복이 아닌 도발 혹은 침략, 공격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닐까요. 반대로 보복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순간, 우리는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라는 의미를 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일본 아베 정부는 지금 우리나라에게 ‘경제도발’ 혹은 ‘경제침략’, ‘경제공격’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여전히 '일본의 경제보복'이란 표현을 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자가 너무 미시적인 화두를 꺼내 든 것일까요? 오늘의 뒤끝토크였습니다.  

kyb@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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