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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 거부하는 정부…日 잃어버린 10년 되풀이?
디플레이션 거부하는 정부…日 잃어버린 10년 되풀이?
  • 유승열 기자
  • 승인 2019.09.03 15:57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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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저물가 일시적…연말부터 정상으로"
"4분기 저물가에 저성장까지…이미 시작단계"
"수요부진도 저물가 영향…고용정책 궤도수정 필요"

[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2분기 경제성장률이 1%로 하향조정된 가운데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0.0%를 기록하며 8개월 연속 0%대를 이어가자 디플레이션(이하 디플레)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일시적·공급측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디플레에 들어갔다고 관측했다. 이들은 최악의 경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답습할 수도 있다며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현 상황이 디플레의 정의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정책협의회'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아시아타임즈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정책협의회'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아시아타임즈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정책협의회'에서 "디플레란 물가 수준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장기간 하락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저물가 상황은 수요측 요인보다 공급측 요인에 상당부분 기인해 디플레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공급측 요인과 정책요인을 제외한물가상승률은 1% 초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농산물·석유류 등을 제외하고 별도로 편제하는 근원물가는 1% 내외에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역시 디플레 징후로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디플레는 통상적으로 물가수준의 하락이 자기실현적 기대 경로를 통해 상품 및 서비스 전반에서 지속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그러나 최근 저물가 현상은 물가하락의 광범위한 확산성 및 자기실현적 특성이 나타나지 않은 점, 공급측 및 제도적 요인이 상당 부분 가세한 결과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농축수산물가격의 기저효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란 점도 강조했다.

김 차관은 "11월까지는 현재보다 더 낮은 수준이 기록될 수도 있지만 연말부터 0% 중후반 수준으로 올라서 내년 초에는 정상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 역시 "연말경에는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내년 이후에는 1%대로 높아질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저인플레이션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디플레를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와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미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우선 3분기 연속 GDP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다. 이는 수출 부진 등 무역조건 악화에 기인한 것으로, 수출의 경기하강 압력이 글로벌 경기여건 등과 겹쳐 디플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또 저물가를 공급측 요인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수요 부진의 영향도 크다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경기 상황은 급격한 고용비용 상승으로 인한 고용상황이 악화되고, 이로 인해 수요가 부진해진데 따른 것"이라며 "이것이 경기하강과 겹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도 암울하다. 농축수산물가격의 기저효과로 물가는 올해 11월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어 12월부터는 경제성장률의 하락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즉 4분기에는 저성장·저물가가 동시에 관측된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디플레가 시작단계에 들어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1%대 중반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내년에는 디플레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교수는 "디플레 가능성보다 더 적지만 심각할 경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며 "재정정책을 더욱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교수는 "재정정책은 물론 시기적으로 적절한 통화정책의 대응도 필요하다"며 "수요 부진을 회복할 수 있도록 고용정책의 궤도 수정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ysy@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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