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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토크] 대형마트 종이박스 사용금지, 소비자는 어디 있나요
[뒤끝토크] 대형마트 종이박스 사용금지, 소비자는 어디 있나요
  • 임서아 기자
  • 승인 2019.09.05 05:28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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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걷은 유통·호텔업계 친환경 바람, 애먼 소비자들의 불편만 키우는 것 아닌지 되돌아 볼 때

[아시아타임즈=임서아 기자] "비닐봉지 사용 금지는 환경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서 이해하고 동참해요. 하지만 종이박스는 집에서 재활용하는데, 굳이 그것까지 막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앞으로 대형마트에서 종이박스도 사라진답니다. 사실, 종이박스는 대형마트들이 소비자 편의 제공 차원에서 무상 제공해왔던 것 아닙니까. 비닐봉지 사용 금지 이후 소비자들과 마트업계 간에 자연스럽게 정착돼 온 관행이었지요. 이런 모습은 대형마트 뿐 아니라 중소형 매장에서도 흔히 있었던 일이고요.   

게다가 종이박스는 가정에서도 손쉽게 재활용이 가능해 별 부담 없이 훌륭하게 비닐봉투 대체 역할을 해 왔던 셈인데요. 이젠 이런 관행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니 아주 아쉽네요. 지난달 29일 환경부와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농협하나로유통 등이 협약을 맺고 매장 안에서 자율 포장대와 종이박스를 없애기로 했다니 '종이박스' 실종은 이제 시간문제인 셈이겠지요. 

지난달 29일 환경부와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농협하나로유통 등이 협약을 맺고 매장 안에서 자율 포장대와 종이박스를 없애기로 했다./연합뉴스
지난달 29일 환경부와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농협하나로유통 등이 협약을 맺고 매장 안에서 자율 포장대와 종이박스를 없애기로 했다./연합뉴스

'친환경 문화의 확산과 정착이 취지라고 하는데요. 시계를 되돌려 보겠습니다. 앞서 환경부와 대형마트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서 지난 4월,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는 대신 재사용 종량제봉투와 장바구니 등으로 대체하도록 했지요. 당시 비닐 쓰레기가 환경오염의 중요한 요인인 만큼 줄여보자는 취지에 동의하지 않은 소비자는 별로 없을 겁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비닐봉지 저감에 적극 동참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소비자들은 환경보호라는 대명제 아래 상당한 불편을 감수하면서 종이박스를 대체재로 사용했지요. 그런데 정부가 이번엔 그 종이박스 마저 없애겠다는 겁니다. 그동안 소비자들이 조건없이 동의해 주니 정부가 엄청난 힘을 얻은 걸까요. 구매한 물건이 많은데 종이박스 마저 사용하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은 작은 장바구니나 종량제 봉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물론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흔쾌히 따를 용의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번 종이박스 사용 금지는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종이박스는 재사용이 되는 소재 아닙니까. 가정에서도 비교적 쉽게 분리수거가 가능하고요. 마트 입장에서도 넘치는 종이박스를 재활용할 필요가 있으니 한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닙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부의 이번 종이박스 사용 금지는 공감하기 참 어렵네요. 공감할 수 있는 명분도 별로 없어 보입니다. 이 참에 정부가 무작정 밀어붙이기 식 정책을 강요하기 보다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좀 더 듣고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흐름이 대형마트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특급 호텔들까지 나서 일회용 욕실용품을 줄이겠다고 발표하고 나섰지요. 호텔들이 어메니티 대신 대용량 제품을 사용하겠다고 한 겁니다. 어메니티는 여행용 사이즈로 제작된 샴푸나 린스 등 편의용품을 뜻합니다. 

어메니티만 줄여도 연간 2억개의 플라스틱 상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랍니다. 소비자들도 환경보호라는 좋은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호텔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곳이기도 하지만 소비자에게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란 특수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일부 소비자들은 대용량 제품에 위생 문제를 제기 합니다. 제품의 성분이 리필과정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수도 있고, 전에 사용한 투숙객의 이물질이 혼입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인데요. 호텔은 다중 이용시설인 만큼 '위생'이 특히 중요한 공간 아닙니까. 호텔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면서도 소비자들의 불편과 불안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사실 정책의 성패는 대의 명분과 소비자 설득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정부의 정책이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이라고 느낄 때 소비자들의 반발은 거세지기 마련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정부가 좀 더 확실한 명분을 찾아내든지, 아니면 소비자들을 충분히 설득하든지 노력이 필요한 때 아닐까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돌아가지 않을 길을 제시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라고 보여집니다. 이번 주 뒤끝토크 였습니다.

limsa0514@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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