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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강주 칼럼] 꽃과 꿀을 함께 먹는 과일, 무화과
[권강주 칼럼] 꽃과 꿀을 함께 먹는 과일, 무화과
  • 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 승인 2019.09.04 16:02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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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며칠째 계속되는 초가을의 빗줄기가 창밖의 나뭇잎들을 적시고 있다. 깊은 곳 마른 흙 속속들이 생명의 기운이 스며들어 더욱 강건해지기를 바라며 실내에 남아있던 화초들도 촉촉한 빗속으로 나들이 보낸다. 회양목 그늘 아래 여름 내내 놓아두었던 호접란이 봄에 꽃을 피웠던 그 꽃대에 그대로 줄줄이 붉은 꽃망울을 달고 서 있다.

어제는 부모님과 친하게 지내시는 이웃 노부인께서 무화과를 한 상자 가득 담아 오셔서 온가족이 저녁 후식으로 뜻밖의 무화과 잔치를 하게 됐다. 그 댁 대문 밖에서 자라고 있는 무화과나무에서 손수 따 모아 오신 것이다. 우리 집 화단에도 중앙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무화과나무가 한 그루 있어서 간간이 달달한 무화과 맛을 볼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수년 전 그 댁에서 시집 온 나무라고 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무화과(fig)는 꽃이 피지 않고 생겨나는 열매라는 뜻으로 무화과(無花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며, 소아시아가 원산지로서 중동과 지중해 지역 사람들이 많이 먹는다고 한다. 추위에 약한 식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남부지방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무화과는 참으로 신기한 과일이다. 꽃받침이 부풀어 올라 과일 모양을 이루었고, 그 속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꽃들이 숨겨져 있는데 마치 하나의 우주를 품고 있는 듯한 모습의 과일이다. 우리가 먹는 부분은 바로 꽃과 꽃받침을 이루고 있는 부분, 그리고 그 속에 가득 차 있는 꿀물같이 달콤한 과즙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맛은 달고, 소화를 돕고, 입맛을 돌게 하며 설사를 멈추는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무화과에 들어있는 풍부한 식이섬유와 단백질의 분해를 돕는 피신(ficin), 펙틴(pectin) 등의 성분들은 변비 해소와 소화기능 개선에 효능이 있다.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polyphenol)이 풍부해서 피부노화를 막고 탄력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폴리페놀은 무화과의 껍질에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껍질까지 먹는 것이 좋다. 무화과 껍질은 얇고 연하기 때문에 과육과 함께 먹어도 부담감이 전혀 없다. 미인의 대명사처럼 불리어지는 고대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석류와 무화과를 즐겨 먹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한편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암효과 및 당뇨를 개선하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는 연구 자료도 찾을 수 있었다.

검색을 해보니 “무화과의 종류는 밤하늘의 별만큼 많다”고 표현한 애호가가 있었는데 과연 그의 말처럼 완숙한 과일의 색깔이 매우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무화과(common type) 이외에도 푸른색인 것, 노란색인 것, 붉은색 또는 갈색, 검은색 혹은 무늬가 있는 것 등 너무나 다양해서 이제껏 이러한 것들을 모르고 있었다는 나 자신이 놀라웠다.

어떤 미식가는 무화과의 맛을 이렇게 표현해 놓은 곳도 있었다. “등 뒤에서 불꽃이 터지고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지는, 소위 미각이 대오각성(大悟覺醒)하는 그런 맛이다.” 그것은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해져서 향후 무화과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kormed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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