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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칼럼] 조국 ‘셀프 간담회’와 인사청문회 감상법
[강현직 칼럼] 조국 ‘셀프 간담회’와 인사청문회 감상법
  • 강현직 주필
  • 승인 2019.09.05 16:43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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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강현직 주필

국무위원 후보자 1명을 놓고 요즈음처럼 나라가 시끄러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국회 청문회 일정이 뒤늦게 오늘로 잡혔지만 후보자는 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전례 없는 초유의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소위 ‘셀프 면죄부’ 기자간담회는 휴식 시간을 빼고 8시간20분, 오후3시 반에 시작해 다음 날 새벽 2시16분에 끝났다. 조 후보자의 간담회는 기이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야당은 일제히 ‘대국민 사기 쇼의 결정판’, ‘국민과 국회를 비웃는 가증스러운 정치공작’, ‘일방적인 분풀이’라고 비난했다.

증인도, 검증 자료도 없이 기자들을 상대로 조 후보자가 변명한 의혹은 크게 네 가지다. 딸의 논문, 장학금, 입시 특혜, 사모펀드 등 질문이 100차례 쏟아졌는데 조 후보자는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송구스럽다’ ‘몰랐다’ ‘부탁한 적 없다’ ‘불법은 없다’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고 일관했다. ‘몰랐다’ ‘알지 못 한다’는 답변은 무려 50차례를 넘었고 ‘이번에 알았다’는 답변이 6차례, ‘검찰 수사 진행 중’이라며 답변을 회피한 횟수도 7차례나 됐다.

국민 대부분의 여론은 ‘개운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재산의 20%가 넘는 10억5000만원을 투자한 사모펀드나 가족 소유 웅동학원 의혹은 ‘모르쇠’로 일관했고 “사모펀드 자체를 이번 기회에 알았다”는 답변이나 기자에게 “웅동학원을 나보다 더 잘 아는 것 같다”고 반문하는 모습은 뻔뻔하기까지 했다. 딸과 관련된 답변을 하며 울컥한 것을 두고 '악어의 눈물'이란 비아냥 까지 나왔다.

조 후보자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장학금에 대한 질문에 딸도 자신도 신청하거나 연락한 적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장학금 규정에는 희망자 본인이 신청하고 지도교수, 학과장, 대학원장의 결재를 거쳐야 한다. 조 후보자는 또 장학금을 반납하려 했으나 "반납이 안 된다고 해서 두 번째 장학금도 어쩔 수 없이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송강재단 측은 "반납 불가 규정이 없고 휴학을 하면 다음 학기에 반납하게 돼 있다"고 한다. 자진 반납이 아니라 강제로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셀프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의 언행은 과거에 보여준 당당한 언행과 숱하게 충돌했다. 딸의 입시부정 의혹에 대해 “젊은 시절부터 진보와 개혁을 꿈꾸었지만 아이와 주변 문제에서 불철저했다”고 자성하는 듯했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들을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여당 한 의원은 “흔들렸던 지지자들을 다시 결집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장관 임명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지지층을 다시 뭉치게 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번 간담회의 주 타깃은 일반 국민이 아니라 이탈 조짐을 보였던 지지층”이라고 고백한다. 민주주의 원칙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기자간담회를 두고 정부와 여당은 ‘성공적인 간담회’로 의혹이 해소됐다고 여론전을 펴고 있는 것이다.

형식과 장소, 내용과 시기 모두 문제투성이인 기자간담회를 누가 먼저 ‘국회에서’ 갖자고 했는지도 궁금하다. 민주당이 먼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라고 조 후보자에게 제안했다면 스스로 국회를 폄하하고 역할을 망각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집권 여당의 대변인이 기자간담회 사회를 맡은 것도 지탄받을 일이다. 여당이 장소도 대신 빌려주고 대변인이 사회도 봐주는 입법부의 독립성과 행정부에 대한 견제 권한을 스스로 무력화한, 행정부의 ‘들러리’를 자처한 셈이다.

국민들은 조 후보자와 가족이 사회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탈법을 저지르고 변명하는 것도 짜증나지만 소위 ‘합법적인’ 특혜와 기회를 부끄럼 없이 누린 데 따른 박탈감이 더 큰 상처로 남는다고 말한다. ‘평등과 공정, 정의’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특혜와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후보자를 용인한다면 역사는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할까.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간담회를 “대통령이 법과 제도, 나아가 정당정치의 규범을 무시하고 뛰어넘은 것은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넘어선 권력 남용 내지 초법적 권력행사”라고 비판했다. 한 정치학자는 “기득권을 비판했던 조 후보자가 다른 정치인들과 같이 일방통행 행보를 하는 게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가 오늘 인사청문회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 얼마나 진실한 답변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셀프 기자간담회’처럼 변명과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또 다시 국민을 기만하는 일탈이 될 것이다. 조 후보자 스스로 사는 길이 무엇인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사실 뒤에 숨어있는 ‘진실’은 분명히 다르다. 여당도 가설로 시간을 끌며 방어자를 자처해선 안 된다. 지친 국민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당리당략을 떠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청문회가 되길 바란다.


jigkh@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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