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에 신음하는 바이오주…추석 이후 코리아디스카운트 결국?

김지호 기자 / 기사승인 : 2019-09-16 23: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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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신라젠의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의 임상 3상 실패 등 잇단 악재로 바이오주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특정 종목에 대한 비판만 나오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모든 바이오주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수사와 금융감독원의 바이오주 테마 감리에 이어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취소, 코오롱티슈진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허가 취소, 에이치엘비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목표치 미달 등 바이오주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악재에 시달렸다.


이러다 지난달 신라젠 펙사벡 임상 실패로 결정적 카운터펀치를 맞은 셈이 됐다. 일각에서는 애초 바이오주의 성공 가능성이 낮은 만큼 기대감을 낮춰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뢰부족에 신음하는 바이오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셀트리온의 광적인 개인주주를 의미하는 ‘셀빠’는 금융당국과 언론에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들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에서 공매도 반대 시위를 주도하는가 하면, 셀트리온에 비판적인 언론사를 집단적으로 공격하는 등 모습을 보였다.


장기투자자가 주축인 이들은 그간 서정진 회장과 셀트리온에 대한 믿음을 주가 상승으로 보상받았다. 2014년말 3만8850원에 불과했던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해 3월 5일 장중 39만2000원까지 치솟았다. 이들에게 서 회장과 셀트리온은 곧 ‘정의’였다. 그런데 요즘은 셀빠들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실적 악화 등으로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이들의 ‘충성심’이 약해진 탓이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약개발이 아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업체이나 국내 대표 바이오주라는 점에서 이번 임상실패 여파에 다른 기업과 부정적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사진=연합뉴스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사진=연합뉴스

여기에 일부 기업 임직원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도 투자자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요소다. 펙사벡 임상 3상에 실패한 신라젠이 대표적이다. 문은상 대표 및 특별관계자와 이 회사 임원들이 지난 2016년 12월 코스닥 상장 후 지금까지 팔아치운 이 회사 주식은 총 2515억원(292만765주)어치에 달한다.


특히 펙사벡의 임상 3상 결과를 앞두고 올 7월 신현필 전무가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신라젠 주식 16만7777주(0.25%)를 88억원에 팔아치우면서 투자자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당시 신라젠은 “임상 결과와 관련이 없고 신 전문가 회사를 그만두는 것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임상 결과가 실패로 나타나자 회사 측은 “신 전문에 권고사직을 진행 중”이라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임상도 실패하는 마당에 개인투자자 자금으로 신라젠 임직원만 배불려준다는 ‘배신감’이 투자자에 각인됐다.


◇헬릭스미스-SK바이오팜 등 다른 바이오주가 희망?


기대를 모았던 바이오주가 잇따라 임상 실패로 무너지면서 이제 시선은 다른 바이오주로 쏠린다. 특히 오는 23~27일 자사가 개발 중인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치료 후보물질 ‘VM202’의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하는 헬릭스미스(구 바이로메드)에 가장 관심이 쏠린다. VM202는 신경 손상 시 통증을 유도하는 인자들의 발현을 조절해 통증 감소와 말초 신경 세포 재생을 촉진하는 유전자 치료제다.


임상 결과 발표 전 임원이 지분을 매각한 신라젠과는 다르게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가 지난달 아들인 김홍근씨에게 536억원 규모인 헬릭스미스 34만1125주를 증여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고 있다.


통상 기업 오너가 자녀에 주식을 증여하는 시기는 증여세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가가 바닥이라고 판단하는 때다. 이에 따라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주가가 치솟기 전에 김 대표가 아들에 증여에 나섰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이미 VM202는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재생의학첨단치료제(RMAT)로 지정됐고, 임상 2상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뛰어난 통증 감소 효과를 보인 바 있어 기대감은 더욱 크다. 설령 VM202 임상에 실패하더라도 자회사인 제노피스가 캘리포니아에서 의약품 제조 면허를 획득하고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서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위탁생산(CMO) 사업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한 것도 장점이다.


헬릭스미스 외에 오는 11월 16일 미국심장학회(AHA)에서 단심실(심장을 이루는 좌심실과 우심실 중 하나만 존재) 선천성심장질환 치료제 유데나필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는 메지온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데나필은 2016년 6월 임상3상을 시작하기 전 미국 식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서 품목허가 가능성을 높였다.


또 에이치엘비도 27일 열리는 유럽암학회(ESMO)에서 리보세라닙의 임상 데이터를 공개하고 FDA에 위암 3차 치료 신약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여기에 SK그룹 계열사로 바이오 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도 올해 안에 코스피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재즈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한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은 지난 7월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면서 상장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오는 20일 성장성 특례로 코스닥 상장이 예정된 리보핵산(RNA) 치료제 전문기업 올리패스 등 새로운 바이오 ‘선수’도 속속 등장한다.


◇바이오주에도 ‘코리아디스카운트’ 반영될 듯


전문가들은 성공 확률이 낮은 바이오주에 전문성이 없는 개인투자자가 무분별한 투자에 나선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임상 성공업체가 나오더라도 바이오주의 옥석을 가리는 투자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신약의 상품성 여부, 특허권 보호전략, 생산시설 구축, 판매능력 검증 등 승인 이후 상업화 성공 가능성과 현금창출 능력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투자전략도 보다 보수적이고 현실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 연구원은 “모멘텀 플레이가 많았던 바이오주 주가는 이벤트에 선행해 왔고 가치평가도 해외 바이오주와 막연한 비교로 이루어졌다”며 “앞으로는 일단 임상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가 깔리고 가치평가도 더욱 냉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 연구원은 “파이프라인의 가치평가는 미래현금흐름을 산출한 후 각 임상 단계에 해당하는 FDA의 평균 성공률을 적용해 왔는데 앞으로는 여기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추가 적용될 것”이라며 “임상 초기단계에 있거나 항암제와 같이 개발 난이도가 높은 파이프라인에 대한 디스카운트는 특히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제 투자자들의 시선이 매우 냉혹해지고 차가워졌다”며 “신약개발 제약 바이오주의 재상승에는 글로벌 신약개발에 대한 확실한 증거 등 강한 상승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주가가 크게 하락했지만 한국제약바이오의 신약개발 가능성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며 “지금은 글로벌 시장의 문턱에서 잠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으로 주가는 저점을 확인한 이후 이전보다는 주가 상승 기울기가 크게 하향된 수준으로 완만한 상승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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