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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칼럼] 슬픈 나라의 풍경
[정균화 칼럼] 슬픈 나라의 풍경
  •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승인 2019.09.08 10:28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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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이것이 정말 나의 길일까?”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길이 주어져 있다고 하지만 그 길을 찾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 해답을 찾아 우리는 바깥 세계를 향해서만 눈과 귀를 열어둔다. 인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우리가 자기 본연의 길에서 멀어지게 되는 까닭은 소명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이다.

종종 우리는 소명을 자기 인생이 원하든 원치 안하든 따라야만 하는 지고한 가치나 이상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소명은 자신의 의지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명은 내가 살아가면서 이루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말하기에 앞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말해주는 ‘내 인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 때 발견할 수 있다. 이 땅에 살면서 자기 할 일을 다 하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 길에서 벗어나고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도피이다.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著者파커 J.파머]는 모든 사람이 본연의 자리에서 다른 사람을 인도해야 하며 또한 다른 사람에게 인도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최근 政局을 보면서 진정한 나의 길을 돌아 볼 시간이라고 본다. 온 나라가 한 달가량 ‘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공방, 가짜와 진실공방으로 온 국민 모두 피곤하고 공분(公憤)했으며 편 가르기에 빠져있었다.

이런 국가적 소모전에 쏠려있던 기간 중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부부와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숨진 가장 A씨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다른 가족을 숨지게 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씨 자택 현관에서는 월3만7천원인 우유 값을 7개월 동안 내지 못해 25만9천원이 미납됐음을 보여주는 고지서도 발견됐고 소지품에서는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다'는 내용을 담은 유서가 발견됐다.

지난 5월 어린이날 시흥 시에서는 4살, 2살 두 자녀와 함께 30대 부부가 차량 안에서 숨졌다. 당시 남편에게는 7천만 원 상당의 채무로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가족과 함께 목숨을 끊었다. 또 의정부시에서 50살 남편과 46세 아내, 17세 고등학생 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렇듯 서민들의 경제적 상실감이 자살을 부르고 동반자살까지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 잇단 일가족 자살은 우리 사회 심각한 양극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경고음이기도 하다.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빈곤층이 겪는 박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의 지원 말고는 마땅히 기댈 곳이 없다는 위기감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이럴수록 정부 지자체 사회단체의 부단한 노력과 이웃과의 소통을 늘리는 사회안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때다.

이런 상황에서도 위정자(爲政者)들은 각종 비리와 권력 다툼에 혈안이 되어 서민의 아픔을 못 보는 현실이요, 슬픈 나라의 자화상이 되었다. 한 달 동안 우리는 두 얼굴을 갖은자의 각종 부정 입학비리를 보며 청소년은 좌절하고 있다. 정말 슬픈 나라의 풍경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초·중·고생 9천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 아동·청소년 권리에 관한 국제 협약 이행 연구: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5.6%가 하루에 3시간 이상 공부한다. 초등학생 41.4%, 중학생 46.1%, 고교생 48.6%로 진학함에 따라 그 비율이 높아졌다. 반면 44.2%의 응답자는 하루 여가 시간이 2시간 미만이고 고교생 54.8%, 중학생 40.4%, 초등학생 34.5%였다. 일주일간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청소년도 23.5%로 조사됐다. 최근 1년 동안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청소년은 33.8%에 달했다. 죽고 싶은 이유는 학업 문제(학업부담, 성적 등)이 37.2%로 가장 높았고, 미래(진로)에 대한 불안 21.9%, 가족 간 갈등 17.9%, 기타 14.4% 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감당할 수없는 스트레스와 고통, 절망감에 빠지고 본인 혼자서 해결하려 모든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문제의 해결책을 못 찾을 때 삶의 막바지에서 자신의 목숨을 끝내려한다. 그러나 생명은 소중하다. 어떤 이유에서든 나의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끝내는 것은 어떤 종교적 가르침에도 위배되며 사후에도 용서 받지 못하는 죄악이다. 그렇다. 누가 어떤 자리에 오르든 서민의 눈물을 닦아 줄 진실 된 지도자를 국민은 원한다.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볼 진실 된 시간이 되길 바란다. “진실도 때로는 우리를 다치게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머지않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가벼운 상처이다.”<앙드레 지드>


tobe42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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