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니켈 생산국' 인니-필리핀, 원자재·전기차 산업 최종 승자는

김태훈 기자 / 기사승인 : 2019-09-16 23:5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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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소로와코 인근 니켈 광산의 모습 (사진=연합뉴스/로이터)

[아시아타임즈=김태훈 기자] 인도네시아가 내년부터 니켈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뒤 2일 니켈 가격은 1만8785달러를 기록하면서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한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내년까지 니켈 가격이 2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니켈은 스테인리스 철강, 리튬이온배터리 등 생산에 주로 활용되는데 이는 리튬이온배터리가 오래 지속되고, 폭발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역할을 해 중요한 원자재로 인식된다. 그리고 리튬이온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인 만큼 니켈 공급은 배터리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세계에서 니켈을 생산하는 주요 국가는 캐나다, 호주, 러시아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인도네시아, 필리핀이 꼽힌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니켈 생산량은 각각 56만, 34만 톤을 기록했다. 또한 인도네시아산 니켈 광석은 필리핀보다 품질이 높다고 평가받으며 상당수가 중국으로 수출돼 스테인리스 철강이나 니켈선철의 원자재로 이용된다.


문제는 인도네시아가 니켈 수출 중단을 선언하면서 증가하는 전기차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전기차 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어떻게 자동차 가격을 합리적인 수준까지 낮춰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인가이다. 만약 니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한다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음은 물론 공급 부족으로 니켈 가격이 오르면 전기차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전문매체 그린카 리포트에 따르면 오는 2030년 글로벌 니켈 수요는 16배 증가하고, 대부분 리튬이온배터리 생산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소비자가 전기차를 널리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니켈 공급이 우선 확보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인도네시아가 내년부터 니켈 수출을 중단하면서 대체 공급처로 필리핀이 언급되고 있다. 내년 수출이 중단되기 전까지 품질 좋은 인도네시아산 니켈 수출이 올해 빠르게 증가하겠으나 내년부터는 필리핀에서 니켈을 수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올해 인도네시아의 니켈 공급이 증가하면서 필리핀의 니켈 생산량은 10~2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필리핀 경제매체 비즈니스 월드에 따르면 단테 브라보 필리핀니켈산업협회 회장은 “인도네시아가 내년 니켈 수출을 제한하면서 필리핀의 니켈 생산 및 수출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기업들은 그동안 품질이 떨어지는 필리핀산 니켈 광석도 사용해왔기 때문에 광석 품질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피치 산하 피치 솔루션즈도 “인도네시아가 글로벌 니켈 공급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내년부터 수출이 제한되면 부족한 공급을 보충하기 위해 필리핀에서 니켈을 수입하려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며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주로 니켈을 수입하던 중국 기업들은 필리핀을 대안적 공급처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피치 솔루션즈는 2017년 이후 필리핀 정부가 강력한 환경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탓에 내년 니켈 생산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기보다 완만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니켈 원자재 수입 비중을 줄이고, 관련 후방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이는 글로벌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니켈을 이용하려면 인도네시아에 직접 공장을 지어 현지기업과 제조 기술을 공유하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라는 의미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단순한 원자재 수출에 그치지 않고, 고부가가치 산업과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와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산업에 각각 20억 달러, 8억8000만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 7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차량공유서비스업체 그랩에 2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고, 전기차 생태계 기반의 교통 네트워크를 조성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오는 2022년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해 2025년 전체 자동차 생산량에서 전기차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반면, 필리핀은 인도네시아와 달리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전기차 산업 육성 방안은 나오지 않아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 정부의 정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나 포스코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특히 필리핀은 미국과 유럽에 대한 무역관세 혜택을 보고 있어 자동차 수출에도 유리하다.


현대차의 필리핀 법인 현대아시아리소시스(HARI)의 대표를 맡고 있는 페 페레즈 아구도 최고경영자는 “정부는 소비자가 전기차를 더 많이 구매할 수 있도록 세제혜택이나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한국의 제주도처럼 전기차 시험지역을 조성하는 등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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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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