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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알리는 거리의 슈퍼맨, ‘레드엔젤’을 아시나요?
한국을 알리는 거리의 슈퍼맨, ‘레드엔젤’을 아시나요?
  • 임예리 기자
  • 승인 2019.09.09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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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임예리 기자] “‘친구도, 가족도 없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이 나다’라고 생각하면 저절로 웃으면서 관광객들을 대하게 되죠.”

습한 날씨 덕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지만, ‘움직이는 관광안내소’ 업무를 하는 박병제 씨는 쾌활하게 말했다.

기자가 박 씨를 만난 곳은 이대 앞이었다. 이대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와 이대 정문으로 가려면 곧장 직진하면 되지만, 유동인구가 많아 복잡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빨간 유니폼을 입은 ‘움직이는 관광안내소’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곧잘 눈에 띄었다.

명동, 신촌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있는 곳의 거리에선 '움직이는 관광안내소'를 쉽게 만날 수 있다.(사진= 임예리 기자)
명동, 신촌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있는 곳의 거리에선 빨간 모자의 '레드엔젤'을 쉽게 만날 수 있다.(사진= 임예리 기자)

‘움직이는 관광안내소’는 서울특별시관광협회가 주관하는 관광안내 사업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관광지에 외국어 특기자들을 배치하여, 구역을 돌아다니면서 도움이 필요한 관광객들을 만나 해당 지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간단한 장소 찾기부터 한국에 대한 정보까지 많은 것들을 알려주기에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선 ‘레드엔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재 서울시내 레드엔젤은 80~90명. 자원봉사로 참여도 가능한데, 등록된 자원봉사자는 약 300여 명이다. 명동, 신촌, 남대문, 광장시장 등 서울 내 주요 관광지 9개 지역에 골고루 배치되고, 보통 2인 1조로 움직인다. 계속 돌아다녀야 관광객들도 쉽게 도움을 요청한다는게 박씨의 설명이다. 

 “저희가 한 곳에서 계속 서있는 게 아니라 관광객들이 많이 있을만한 곳으로 찾아가니까 더 쉽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죠”

중국어 특기자인 박 씨지만, 일본어도 할 수 있어 일본어 안내를 맡기도 한다. 최근에는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의 비율이 6:4 정도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이대는 유난히 중국이 관광객이 많은 지역이다. ‘이화’의 중국어 발음이 ‘돈을 많이 번다’라는 말과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더 인기가 좋다고 한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역시 근처의 먹거리나 볼거리다. 재밌는 점은 관광객의 국적이나 여행지 지역별로 질문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이다.

'레드엔젤'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직접 붙여준 것으로, 현재는 '움직이는 관광안내소'의 공식 별칭으로 사용된다.(사진= 임예리 기자)
'레드엔젤'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직접 붙여준 것으로, 현재는 '움직이는 관광안내소'의 공식 별칭으로 사용된다.(사진= 임예리 기자)

신촌에서 근무한 지 1년 정도라는 신연경 팀장에게는 저렴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곳을 묻는 일본인이 많다. 이대에 여자 옷을 파는 곳이 많은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신촌에 오기전에는 북촌에서 근무했는데 그곳은 서양권 여행객들이 많았다.

"서양권 여행객들은 쇼핑 관련 질문보다 '당신이 생각하는 서울 여행 베스트 3는 무엇이냐' 혹은 '가장 한국스러운 곳을 볼 수 있는 곳은 어디냐' 등을 많이 물어봐요. 물론 광장시장에 가면 한국의 전통 먹거리를 찾는 관광객들이 많아 산낙지와 마약김밥, 육회 등의 음식을 소개하기도 했었어요"   

기자가 인터뷰를 하는 30분 사이에도 4~5팀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레드엔젤을 찾아왔다.(사진= 임예리 기자)
기자가 인터뷰를 하는 30분 사이에도 4~5팀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레드엔젤을 찾아왔다.(사진= 임예리 기자)

박병제씨는 하루에 150~200팀의 외국인 관광객을 만난다. 사람 수로는 300~400명에 달한다.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에는 500명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국적, 나이, 여행 목적이 모두 다른 관광객들을 만나다보니 관광 안내 말고도 다양한 일들을 하게 된다는 것이 박 씨의 설명이다.

"명동에서 근무할 때는 미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고, 얼마 전엔 여권과 돈이 든 가방을 분실한 여행객이 도움을 청했는데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가방을 찾을 수 있었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다보니 스스로 공부하는 것 역시 레드엔젤의 업무 중 하나다. 레드엔젤 팀은 보통 1시간 현장 근무 후 1시간의 대기시간을 갖는데, 대기 시간에도 근처에 새롭게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를 직접 가보거나 주변 지리를 익히고, 외국어 공부도 하기도 한다. 현장 배치 전 교육을 받는데, 교육이 끝난 후에도 한 달에 한 번 다 같이 모여 외국어 스피치나 역할극을 통해 실전 연습을 이어나간다.

움직이는 관광안내소는 기본적으로 1년 365일 ‘운영 중’이다. 관광객을 상대하다보니 레드엔젤팀은 스케줄 근무가 일상이다. 더위나 추위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곧 추석을 맞아 휴가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기자가 만난 레드엔젤 팀원 모두 “추석, 설날 모두 관광객들이 많아지는 시기라 추석, 설날 당일을 제외하곤 모두 근무 예정”이라고 답했다.

인터넷으로 여러 여행 후기를 쉽게 찾을 수 있고, 각종 여행 어플이 발달한 시대지만 여전히 여행지에선 ‘살아 있는’ 도움을 필요할 때가 많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을 위해 오늘도 레드엔젤들은 서울 도심 곳곳을 누빈다.

서울특별시관광협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신사동, 삼청동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고속터미널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늘어나 고속터미널에도 '움직이는 관광안내소'를 배치하게 됐다”며 “이처럼 변화하는 관광 트렌드에 맞춰 향후 움직이는 관광안내소를 유동적으로 운영해 관광객들의 수요에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yeri@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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