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09-20 17:05 (금)
日 '잃어버린 20년'…저성장 덫 걸린 韓
日 '잃어버린 20년'…저성장 덫 걸린 韓
  • 김재현 기자
  • 승인 2019.09.11 08:10
  • 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일본 사례로 본 저성장의 의미 리포트
GDP 1%대 성장, 디플레이션, 고용불안 전철 가능성
중장기 국가경제운영 방향 재설정, 장기 저성장 우려 불식, 지속 성장 기반 확보

[아시아타임즈=김재현 기자] 미중 무역갈등, 홍콩 시위,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적 글로벌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R(경기침체)의 공포'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경기부진'이 아니라며 시장의 충격을 에둘러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준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경고음을 내고 있다.

특히 한국의 GDP 1%대 성장, 디플레이션 가능성, 고용불안, 재정건전성 훼손 등 일본의 장기불황 징후가 발생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중장기 국가경제운영 방향을 재설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장기 저성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지속 성장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로 지금껏 가장 낮은 0.0%를 기록했다. 소수점 자릿수를 늘려보면 -0.038%로 첫 마이너스를 찍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고르는 모습/사진=연합뉴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로 지금껏 가장 낮은 0.0%를 기록했다. 소수점 자릿수를 늘려보면 -0.038%로 첫 마이너스를 찍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고르는 모습/사진=연합뉴스

11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일본 사례로 본 저성장의 의미' 리포트에 따르면,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다면 지금 일본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버블붕괴로 장기 저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일본경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낮게 봤다.

버블붕괴 후 일본 경제는 지난해까지 약 30년간 평균 1% 성장에 그쳤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도 3만 달러 대에 머물며 정체됐다. 특히 2013년부터 본격화된 아베노믹스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졌지만 6년간 평균 1.2% 성장하는데 그쳤다.

최근 소비자물가를 중심으로 물가 수준은 회복세이지만 GDP 디플레이터가 여전히 마이너스로 자신있게 디플레 탈출 선언도 못하고 있다.

우리경제의 사정도 닮은 꼴이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1%로 하향조정됐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첫 0%대를 기록하며 8개원 연속 0%대를 이어갔다. 디플레이션 진입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3분기 연속 GDP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 경기하강 압력이 글로벌 경기여건 등과 겹쳐 디플레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디플레가 시작단계에 들어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1%대 중반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내년에는 디플레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저성장으로 일본은 대외적 영향으로 일본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 일본의 대 세계 GDP 비중은 1993년 17.7%에 달했지만 최근 5%대로 급감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자리에서 밀려남과 동시에 한 때 2배 정도의 격차를 보이던 독일과의 격차도 크게 좁혀졌다. 6% 내외 수준을 유지하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도 1990년대 후반부터 하락해 최근에는 3% 중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한 일본은 1990년대 초반까지 1위에 있던 IMD 국가경쟁력이 1990년대 중반에 10위권으로 하락한 데 이어 최근 20위권 중후반대에 머물렀다. 한편, 포츈 500대 기업 수도 1995년에 148개사에서 올해 52개사로 급감했다. 일본 기업들의 위상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1998년 국민계정 기준에 따르면, 일본의 국민순자산은 1990년 약 3533조엔을 정점으로 하락했다. 2003년에는 1990년 대비 약 23%(약 809조엔) 줄었다. 2008년 국민계정 기준으로는 최고 수준이었던 1997년 약 3586조엔에서 2017년 약 3384조엔으로 5.6%(202조엔) 감소했다.  

가계 관련 소득 측면으로 볼때 고용자보수 규모는 2008년 국민계정 기준으로 2017년 약 274조엔으로 1997년 약 278조엔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자, 배당, 기타 투자소득, 임대료로 구성되는 가계의 재산소득은 1993년 국민계정 기준으로 최고치에 달했던 1991년 48조2000억엔에서 2003년 8조3000억엔으로 약 83% 하락했다. 2008년 국민계정 기준으로도 최고치였던 1994년 41조3000억엔에서 2017년 25조3000억엔으로 약 39% 감소했다.

이로 인해 개인기업소득은 2003년 44조3000억엔에서 2017년 36조엔으로 8조3000억엔이 줄었다. 민간법인기업 소득이 개선됐음에도 개인기업 소득을 더한 전체 민간기업 소득은 2004년 107조9000억엔에서 2017년 100조7000억엔으로 약 7조2000억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2년 0.370이었던 균등화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가 2016년 0.480으로 상승하면서 소득 분배도 악화됐다. 단,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여 사회보장이나 세금 등 재분배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균등화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볼 때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인구 비중을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은 1991년 13.5%에서 2015년 15.7%로 2.2%p 상승했다. 같은 방식으로 구한 어린이 빈곤율도 동기간 1.1%p 상승하는 등 빈곤층은 오히려 증가했다.

경제 전반의 생산성 개선세도 둔화됐다.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총요소생산성의 증가율은 1980년대 평균 1.5% 수준에서 1990년대와 2000년대에  0.7%, 2010~2017년에는 1.0% 수준으로 하락했다. 또한 1980년대에 연평균 3% 중반대의 상승률을 보이던 노동생산성은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0.5% 내외로 정체 수준이다.

더불어 의료, 연금, 복지 등에 지출되는 사회보장급부비 급증과 더불어 세입과 세출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국가채무가 급증했다. 일반회계 기준 총 사회보장급부비는 1990년 47조4000억엔에서 2017년 120조2000억엔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경기 침체의 장기화 등에 따르는 실업, 생활보호, 가족수당 등 각종 복지비 지출 규모는 1990년 5조엔에서 2017년 26조엔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지출은 급증했는데 세입은 반대로 급감함에 따라 재정 건전성이 크게 훼손된 것이다.

일반회계 기준 정부의 초과 세출 규모는 1990년 9조2000억엔에 불과했으나, 이후 지난해까지 28년간 37조엔을 넘었다. 이로 인해 연평균 약 31조엔의 공채를 발행한 일본의 국가채무 규모는 2018년에 1300조엔을 넘었다. 이는 GDP의 237% 수준에 달한다.

김상봉 교수는 "디플레 가능성보다 더 적지만 심각할 경우 일본의 전철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며 "재정정책을 더욱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장기 국가경제운영 방향을 재설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경제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저성장의 위협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경기 흐름을 오판하여 단기 미봉책을 반복함으로써 버블붕괴와 장기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처럼 정책 실기형 장기불황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함으로써 정책 신뢰도를 높여 안정적인 경제 운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891158@asiatime.co.kr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