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층 자제들의 대입 스펙이 된 '논문'… 대학원생은 이렇게 말한다

김성은 기자 / 기사승인 : 2019-09-12 09: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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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성은 기자]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의 인사청문 과정에서 밝혀진 조 장관의 딸이 고등학교 시절에 작성한 논문의 '제 1저자' 등재 의혹은 사회적으로 특권층 자제들의 '불공정한 대입'의 한 방법으로 논문이 악용되고 있음을 사회적으로 표면화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미국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의공학 포스터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이 과정에서 서울대학교 교수가 실험실까지 제공했다는 의혹은 '논문 등재'가 더 이상 연구자의 결과물이라는 순수성까지 의심받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학입학 전형에서 '수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대학을 가는 방법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고, 이러한 점을 악용해 논문이 대입을 위한 '스펙'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순수한 학문적 연구와 그 결과를 토대로 작성되고, 그 논문을 작성한 이가 누구인지 등재하는 과정에 이러한 '노이즈'가 낄 수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다. 이번 정권은 그 어느때보다 이러한 가치를 내세웠던 터여서 청년들이 느끼는 상대적 충격은 특히 더 컸다.


특히 대학원실과 랩실에서 밤세워 실험과 씨름하며 논문을 작성하는 대학원생 입장에서는 참 힘이 빠지는 일이다. 교수에 지시에 따라 밤세워 연구하고 머리를 쥐어짜 데이터를 제출해도 '제1저자 등재'는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문 시스템에 대해 그 누구보다 피부에 와닿는 생활을 하고 있는 대학원 생들은 최근의 '스펙 논문' 시대에 대해 들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특권층 자제들의 논문이 순수한 '연구목적'에서 작성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데에 깊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경기도 소재 대학교 생명공학대학원에서 논문을 준비하다 퇴학한 최명한(가명·남·29세)씨는 “논문 작성자에 이름을 넣는 것은 지도교수 재량이지만 보통 실험에 참여한 구성원을 넣기 때문에 조국 장관의 딸처럼 3주 인턴만으로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으며 "내 경험상으로는 모종의 거래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공저 비리에 대한 목격담은 이 뿐만이 아니다. 대학교 2학년부터 대학원 졸업까지 13편의 논문을 쓴 이재연(가명·26·여)씨는 "논문 저자 등재는 사실 이전에도 문제가 많았다. 한번도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인물을 교수의 인맥에 따라 넣어주기도 하고, '내가 이번에 논문에 이름을 넣어 실적 1건을 올려줬으니, 다음에는 나를 넣어달라'는 품앗이 등재도 비일비재하다"며 "특히 국내 학회에 연이 있으면 부실한 논문도 어느 정도 눈을 감아주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실적용, 보여주기식 논문이 만연한 학계에서 '대입 스펙용 논문'이 판을 치지 않는게 더 이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영인(가명·27·여)씨는 "어떤 논문을 자세히 보면 연구자가 직접 해야 하는 통계 작업을 돈 주고 기관에 맡기거나 인맥을 활용한 티가 난다”며 “그런데 그런 논문이 정말 많다"고 지적했다.


지방 국립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오보영(가명·27·여)씨도 "졸업 학기라 서울의 유수 대학원의 논문을 찾아보고 있는데, 어떤 논문은 '도대체 어떻게 심사를 통과했지'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수준 낮은 논문이 많더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근 논문 사태로 드러난 문제 외에도 많은 이유로 인해 국내 학회 논문은 임팩트팩터(연구의 가치를 평가하는 점수)가 낮다는게 기자가 만난 대학원생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특히 이번 조국 장관 문제가 불거질 수 있었던 것은 논문 저자에 대한 심사는 따로 없다는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연 씨는 "논문을 학회에 제출하면 그 쪽에서는 그저 논문내용에 대해 탈락·교정·합격 여부를 통보 할 뿐이었다”고 설명했고, 최명한 씨도 "논문 내용 자체에 대한 평가는 해도 저자에 대한 자격 심사는 국내는 물론 외국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지도교수 즉, 논문의 교신저자가 당연히 제1저자에 대해 잘 알고 넣었을 것이라 믿기 때문에 헛점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학원생들은 논문 관리 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연 씨는 "조국 장관의 딸과 관련된 의혹이 한참 수사 중인데 이는 실험날짜와 방법, 참고문헌, 실험값 등을 기록한 연구노트를 확인하고 질문 몇 가지면 간단히 가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보영 씨는 "석박사 논문 제출 시 연구윤리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는데 실제 강의로 바꾸는 등 이번 사태를 보면 개선이 절실하다"며 "논문심사 할 때도 연구자들이 다같이 들어와서 발표하고, 내용파악과 기여 정도를 판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학원생들은 국내 학계의 입지를 위해서라도 논문 심사 기준 정립과 부실 논문을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데 모두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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