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균화 칼럼] 통쾌한 一針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기사승인 : 2019-09-18 11:24:0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사막처럼 황량한 환경에서 홀로 자신과 싸우고 있을 청소년들이 생각났다. 혹시나 길을 잃었어도 외로움과 두려움에 발걸음을 떼지 못해도, 그들에게 고삐를 내어 줄 든든한 낙타가 있다면 낯선 세상에 기죽지 않고 그들이 가진 꿈 그대로 당당할 수 있을 텐데. 누군가 곤경에 빠졌을 때 사람들은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는 말을 쉽게 하곤 한다. 나이가 든 어른으로서 내 삶을 되돌아보면 분명히 맞는 말이긴 하지만, 당장 눈앞이 사막이고 절벽일 청소년들에게는 무책임한 말로 들릴 게 틀림없다. 그럴 때 그들의 가슴속에 잠자고 있는 낙타의 존재를 일깨워 줄 방법이 있을까? 스스로 무언가를 해 본 적도 꿈도 없지만 지금부터 오롯이 나를 찾아내고 싶었다.

[나도 낙타가 있다.著者.에릭 에릭슨]에서 딸을 최상의 코스로 키워 반드시 성공시키고 말겠다는 엄마에게 숨 쉴 틈 없이 끌려 다니는 주인공 수리. 설상가상으로 학교에서는 진아 패거리들이 집요하게 수리를 괴롭힌다. 결국 수리는 자신이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생각에 무력감에 빠지게 되고, 마음을 잡지 못해 이리저리 방황한다. 그러다 동물원을 사막으로 상상하며 오아시스를 찾기 위해 물 냄새를 맡는 특별한 낙타 한 마리를 만나게 되는데……

자아정체성 확립기인 사춘기(12~18세) 시기에 내가 누구인지, 사회에서 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개념을 형성해야만 건강한 정체성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이때 정체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인생을 살면서 지속적으로 정서적 큰 괴로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소설 속 주인공 수리 주변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다.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고, 당신이 짜놓은 계획대로 자식이 움직여 주길 바라는 엄마와 진드기처럼 수리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마노와 진아 패거리들, 선물처럼 수리에게 온 친구 새나, 그리고 수리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담임선생님 등등. 수리는 그 사람들과 함께 조금씩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 나간다.

동전의 양면처럼 좋은 것이 모두 좋을 수 없고, 나쁜 것도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우리 청소년들이 수리가 공주에서 갑옷을 무장하고 당당히 전장으로 나선 용기 있는 공주로 변했던 것처럼, 세상은 그의 부모가 짜 놓은 계획대로 그것이 거짓이고 부정이라는 것도 모른 체 살아갔다. 그렇다. 최근우리는 무리하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의 욕심으로 자녀를 의사로 만들겠다는 과욕의 결과를 보게 되었고 청소년, 대학생의 분노를 자아내게 했었다. 새삼 이 책을 떠올린다. 1987년 현직 정치인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방송에서 퇴출당한 후 20년 넘게 거리공연, 블로그, SNS로만 활동을 고집해온 이탈리아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타락한 부패한 권력과 결탁한 기득권층의 만행을 낱낱이 고발한 사회 공감 독설 에세이[진실을 말하는 광대]이다.

당리당락(黨利黨略)에만 몰두하는 기존의 정당 정치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부패한 정권과 결탁한 대기업부터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노동자들의 현실, 고학력 청년 실업자 문제, 고질적인 정경유착과 고용불안, 경제악화로 허덕이는 이탈리아 사회의 부끄럽고 불편한 진실들을 거침없이 경고했다. 또한 강자에 의해 결정되고 지배되는 세계정치의 부조리함에 대해서도 폭넓은 정보를 바탕으로 날 선 웃음과 독설을 쏟아냈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경제는 물론이고 남북 간, 한일 미국 간의 문제, 지소미아 등 어려운 국내외 상황이 산재해있다. 이런 시기에 한편에선 1인 시위, 정치인의 삭발, 야당대표까지 이어지고, 단식이 시작되고 또 한편에선 불의를 덮고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의 막 말.. 이제 각대학생들과 2000여명의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도 드디어 입을 열고 시국선언을 하였다.

참으로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3만 불시대의 정의로운 국민들에게 반성조차 안하며 ‘조로남불’로 편 가르기에 급급한 민낯의 정치인들을 보면서 온 국민을 분열로 몰아놓고 불쾌한 ‘정치 쇼’를 보게 하고 있다. 이제야말로 사회정의를 위해 국민이 믿고 맡긴 ‘통쾌한 일침(一針)’을 ‘검찰’의 수사로 낱낱이 밝혀주길 바란다. “절망을 느낄 때는 역사를 돌아보라. 부정한 자와 권력 앞에 대항할 수 없어 보여도, 결국 그들은 무너져왔다는 것을 기억하라.” <간디>


[저작권자ⓒ 아시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청년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