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합병론 논란…이동걸의 소신과 현실

유승열 기자 / 기사승인 : 2019-09-19 15: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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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자회사 설립해 업무 분리…정책금융 역할 분리
기재위 소속 산은, 정무위 소속 수은…진짜 형제 아냐

[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지난 10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취임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미래를 이끌어야 할 정책금융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개편해야 할 때"라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합병을 면밀한 검토를 거쳐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개인 차원의 소견일 뿐임을 재차 강조했지만, 이 발언은 금융권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10일 서울 여의도 소재 산업은행 본관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산업은행
10일 서울 여의도 소재 산업은행 본관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산업은행

◇"구조조정 실기론 나오는데…업무확대는 무리"
금융권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구조조정 실기론이 나오며 본연의 업무에 대한 질책이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은 한치 앞을 모르는 상황이다. "매각주체에 맡기겠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글로벌 1위 조선그룹을 만들겠다던 현대중공업의 경우 "정부의 헐값 매각 의혹, 기자재를 비롯한 주변 산업의 고사, 원하청 노동자의 일자리 파괴, 대우조선의 산업잠재력 파괴 등의 역효과를 낳아 '한진해운의 도산'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본연의 업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업무로 확대한다 해도 제대로 볼 수 있겠냐는 것. 오히려 덩치와 업무영역이 커지며 조직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사자인 수은은 당황스러운 입장이다. 산은은 대내 정책금융을, 수은은 대외 정책금융을 전담해 업무영역이 다른 만큼 이 회장의 소신은 틀렸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은 노조는 "이 회장의 발언은 산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책임회피 발언이다.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동걸 회장은 업무영역과 정책금융 기능에 관한 논의로 본인의 경영능력 부재와 무능력함을 감추고 있다"며 "타 국책기관의 고유 업무영역에 기웃거리지 말고, 어떻게 현재 당신에게 주어진 임무와 역할을 다할 것인지 고민하라"고 비판했다.


◇"선진국은 업무영역 분리…정부 입장에서도 부담"
금융권은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한 현실 가능성에 대해 굉장히 낮다고 평가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일단 두 기관의 주무부처가 다르다. 산은은 현재 정무위원회 소관기관이고, 수은은 기획재정위원회 소관기관이다.


때문에 합병을 하려면 주무부처에 함께 있어야 하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기재위, 정무위 입장에서 소관기관을 놓치고 싶어 하겠냐는 것이다.


주무부처가 바뀐 적은 한 번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산은은 기재위에서 정무위 소관기관이 됐다. 합병이 현실화되려면 정부 차원에서 먼저 움직여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부 출범 초기라면 몰라도 현 시점에서 이를 추진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를 위해서는 청와대부터 해결해줘야 하는데, 정작 정부는 수은에 관심이 없다"며 "행장이 공석인 데 아직도 앉힐 생각도 없다더라"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서도 이는 부담이다. 산은, 수은 합병이 사실화된다면 정부는 자신들의 정책을 뒤집어 지난 과오를 답습하겠다는 뜻 밖에 되지 않는다.


과거 우리나라는 대외 정책금융에 두 기관이 경쟁했다. 해외 PF사업 등에 수은과 정책금융공사가 같은 영역에서 경쟁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제살 깎아먹기'가 됐다. 외국 정부 등이 저렴하게 지원을 받기 위해 서로 금리를 비교하고 낮출 것을 요구하는 '론쇼핑'을 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3년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을 발표하며 산은은 대내 정책금융을, 수은은 대외 정책금융을 전담하는 것으로 업무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해외 중장기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공적수출신용기관인 수은에 전담하도록 했다.


정책금융공사는 2015년 1월 결국 다시 산은으로 흡수합병됐다.


선진국들은 '1국 2공적수출신용기관(ECA)' 체제라는 점, 업무영역을 각 기관으로 세분화한다는 점도 인수합병 주장에 설득력을 낮추고 있다.


일례로 독일의 경우 지주회사인 KfW금융그룹은 산은의 국내 개발금융 역할과 수은의 해외수출입 금융 역할을 모두 담당했었다. 하지만 유럽연합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들어왔다. 지원자금의 목적이 확연히 구분되지 않고, 해외에서 벌어들여 국내에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에 독일은 KfW의 수출입은행 업무를 도맡아 하는 IPEX-Bank를 자회사로 설립해 업무영역을 나눴다.


◇"산은 숙원 풀려는 의도?…의미 없는 얘기"
금융권은 이 회장의 발언에 산은의 숙원을 해결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의 숙원은 글로벌이지만, 수은과 업무가 중복돼 불가능하다"며 "이 회장이 말하는 기업고객, PF는 수은이 하는 것인데, 현실화되면 또다시 금리경쟁이 시작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단순한 해프닝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국 수장들이 이에 대해 일축하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7일 "산은과 수은은 고유 핵심기능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아무 의미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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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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