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 칼럼] ‘논의조차 실종된 경제’

강현직 / 기사승인 : 2019-09-20 1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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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온통 나라가 조국 법무부장관을 둘러싸고 논란이다. 이분법적 논리에 국민들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겨져 있다. 그러는 와중에 경제는 썩어가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서 지적한대로 최근 우리 사회는 경제 이슈와 관련한 논의 자체가 아예 실종된 것 같다. 박 회장은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미중 무역 분쟁, 사우디 원유 생산시설 테러 등 대외적 악재가 겹치고 있지만 정치권이 당리당략에만 치우쳐 있다고 지적하고 "요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총력 대응을 해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상황인데 이보다 더 중요한 정치, 사회 이슈가 무엇인지 많은 걱정과 회의감이 든다"고 비판했다. 대단히 어려운 상황임에도 우리 내부를 보면 치열한 구석이 하나도 없고 대내외적 악재가 종합세트로 닥쳤는데 경제 현안 논의는 실종됐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기업 영업이익 하락, 수출 악화, 내수 부진 등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제 버팀목인 투자, 소비, 수출 등 ‘3대 성장엔진’이 모두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수출은 이미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흐름을 끊지 못하고 있고 내수 침체도 풀릴 기미가 없다.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기업 경기는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분석한 올 2분기 기업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해 1분기(-2.4%)에 이어 2분기 연속 하락했고 영업이익률도 전년 동기 대비 2.5%포인트 하락한 5.2%에 그쳤다.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만 영업이익이 작년에 비해 71% 감소했고 SK하이닉스는 89%나 줄었다.

기업들은 신용등급 강등 우려까지 겹쳐 초비상이 걸렸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자신들이 평가하는 우리나라 비금융기업 27곳 중 19곳의 신용도가 상반기 실적 악화로 부정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고 무디스도 앞서 KCC를 하향 조정 검토 대상에 올렸고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종합화학, LG화학, 이마트 등의 신용등급 전망을 줄줄이 ‘부정적’으로 바꿨다.

우리 경제가 유례없는 침체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데다 사상 초유의 저물가 상황이 나타나면서 경제가 '무기력하다'는 평가다. 마이너스(-) 소비자물가지수는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5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물가상승률이 올 내내 0%에 머물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반 년째 '경기 부진' 진단을 이어가고 있다. KDI는 특히 대내외적으로 '수요'가 위축되고 있음을 명확히 해 수요의 활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정부 분석보다 우려의 수위를 높였다. 최근의 저물가 상황은 적어도 11월까진 지속되리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경제부처는 작금의 경제 상황을 지나치게 안이하고 낙관적으로만 판단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 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 등 기존 경제 정책 고수 의지를 재차 분명히 했다. 또 새로 임명된 경제부처 장관들의 첫 행보는 소재·부품·장비업체 방문 일색이다. 국정 현안이 즐비한 가운데 ‘애국 펀드’ 가입 등 ‘보여주기식’ 정치 이벤트에만 골몰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이 1990년대 초 버블(bubble·부동산 시장 과열) 붕괴 후 30년간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원인 중 하나가 정부의 정책 실기(失機)다. 디플레이션 진입 초기에 대한 판단과 극복 시기에 대한 오판을 반복하면서 단기 경기 부양에만 매달려 '잃어버린 20년'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 정부도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사회의 권고를 근거로 대대적인 확장 재정 정책에 나섰지만 미봉책에 그친다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를 찾은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디플레이션 위험이 있을 땐 신중한 기조가 위험을 더욱 키울 수 있으므로 확장적 재정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장 내년 불황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무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특히 기업이 직면한 불확실성은 "무역 분쟁의 향방을 예측할 수가 없기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 지 방향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경제 상황은 실물경제가 탄탄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완 엄연히 다르다. 대내외적 불안 요소에 안보 불안까지 겹쳐 ‘복합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경제정책뿐 아니라 대외정책도 정치논리로 춤추는 것 같아 걱정이 크다. 정녕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정부라면 정쟁을 하루 속히 접고 경제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 국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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