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차입 매도'로 바꾸고 범죄 엄히 처벌해 순기능 살려야"

김지호 기자 / 기사승인 : 2019-09-24 0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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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무차입 공매도만이 허용되는 우리나라에서 ‘공매도’라는 용어는 맞지 않습니다. 용어부터 ‘차입 매도’로 바꾸고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관휘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최근 관악캠퍼스 본인 연구실에서 아시아타임즈와 인터뷰를 갖고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유독 높은 비난을 받고 있는 공매도와 관련해 이같이 제안했다.


공매도가 다양한 순기능이 있음에도 여러 가지 오해와 범죄 등에 휘말리면서 실체에 비해 부정적 여론이 지나치게 강하게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이런 오해와 편견을 잠재우기위해 지난달 ‘이것이 공매도다’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이관휘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
이관휘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

이 교수는 용어부터 문제 삼았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 주식을 판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이에 따라 공매도로 지칭되는 투자기법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낸다.


이처럼 차입 공매도만 한국에서 허용되고 있는데 ‘없는 주식을 판다’는 공매도라는 용어가 사실과 다르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뜨리거나 변동성을 높인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떨어진 게 아니라 과대평가된 주식이어서 공매도가 늘어난 것”이라며 “공매도로 좋은 기업을 주가를 끌어내리기는 어렵고 단기적으로 내려갔더라도 곧 회복된다”고 소개했다.


이어 “주가 모멘텀과 다르게 오르고 있는 주식이 내린다고 예상하는 ‘역모멘텀’ 투자기법인 공매도는 주가의 변동성을 오히려 떨어뜨린다”며 “공매도는 주가 변동성을 늘린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매가 금융당국 등에 서 주장하는 가격(발견)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유동성을 공급해 주는 것과 더불어 기업경영과 금융생태계를 정화하는 기능이 있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공개된 다큐멘터리 ‘차이나 허슬’(The China Hustle)에서는 우수한 기업으로 포장돼 정치권이나 금융당국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중국기업이 공매도 투자자에 의해 그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 교수는 “기업은 자신에 불리한 실적 등을 최대한 애매하게 공시하거나 심지어 분식회계를 저지른다”며 “공매도 투자자는 이를 꿰뚫어보고 시장에 특정 기업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시그널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생기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 역시 공매도가 막을 수 있다”며 “경영자가 (자신의 임기 연장 등을 위해) 무리한 경영을 하면 공매도 투자자는 단번에 알아채고 공매도에 나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언급했다.


공매도 투자자는 이론적으로 주가가 계속 오를 경우 무한대 손실을 입기에 일반 투자자에 비해 보다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했을 때 최악의 경우 원금만 손실을 입는 것과는 리스크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친구를 따라 주식을 살수는 있어도 공매도를 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기 전 공매도 물량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공매도 투자자는 보다 똑똑하게 정보를 활용한다. 이 교수는 “공매도 투자자는 일반 매수자보다 훨씬 큰 리스크를 져야해 보다 신중하거나 확실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금융당국이 증시 폭락기에 일시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을까. 지난 8월에 증시가 크게 내리자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다시 “공매도 한시적 금지” 방안을 얘기했다.


이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크리스토퍼 콕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시행했다고 유동성과 시장효율성 저하로 3개월 만에 후회하는 발언을 했다”며 “다만 국제결재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춰야 하는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는 미국에서도 ‘약탈적 공매도’(Predatory Short)라고 불리며 금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2008~2009년 금융위기 때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금융주의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이 교수는 선제조건으로 공매도의 순기능이 제대로 일어나려면 관련 범죄에 대한 보다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한미약품 사태처럼 미공개정보를 이용하거나 골드만삭스처럼 무차입 공매도를 해도 과태료와 같이 거의 처벌을 안 받는 수준”이라며 “지금보다 공매도 관련 처벌이 100배는 강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특히 과거 현대상선과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 단행 시 성행한 공매도로 주가 하락를 부추긴 뒤 할인된 신주를 받아 갚는 얌체행위는 미국에서는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한국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11월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매도 처벌의 한계도 있다고 인정했다. 이 교수는 “애널리스트가 매도 보고서를 내기 전 지인에 미리 정보를 알려주는 것과 같은 ‘티핑’(Tipping) 행위로 선행매매를 부르는 사례까지 적발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매도는 아니었지만 이번에 선행매매로 문제가 된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애널리스트가 특정 종목 보고서가 외부에 발표되기 전 차명 계좌를 통해 미리 주식을 사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적극 참여도 필요하다고 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초부터 지난 18일까지 국내증시에서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거래금액 비중은 1.10%에 불과하다. 일본 증시에서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비중이 10%가량인 것으로 감안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는 “은행이 위험하다고 개인에 대출을 안 해주지는 않는다”며 “(보다 리스크를 져야 하는) 증권사도 개인투자자를 잘 심사해 공매도를 위한 주식 대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시민단체가 제기하는 공매도 금지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면 몰라도 알만큼 아는 시민단체가 공매도 폐지 주장을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공매도의 이런 순기능을 알고도 그런다면 나쁘고 모르고 그런다면 무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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