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 칼럼] 분양가상한제 확대 망설일 이유 없다

강현직 / 기사승인 : 2019-09-27 1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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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이 가능하도록 요건을 완화한 주택법 시행령 입법예고가 종료됐지만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분양가상한제 발표 직후 신축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고 분양가상한제 속도조절론이 제기되자 재건축 아파트 가격까지 오르고 있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꺼낸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되레 집값을 올리는 불쏘시개가 됐다는 평가다. 또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은 주변 집값 상승을 이끌면서 서울지역 집값이 상승 반전하고 있다.

아파트 가격 상승폭도 가팔라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아파트들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에서 최고점을 뚫은 매매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 7~8월에 국토교통부에 신고한 실거래가를 보면 개포주공 전용면적 50.64㎡ 평형은 40여일 만에 1억원이 올라 23억원에 실거래 됐고 둔촌주공 전용면적 79.93㎡ 평형도 14억원에서 약 한달여만에 6000만원이 오르는 등 기존 실거래가를 경신한 단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재건축 단지에 국한되지 않고 서울 전역으로 신고가 경신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9월 들어서도 상승세가 전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3.3㎡(평)당 9400만원대로 '1평 1억원 시대' 진입을 목전에 뒀다.

새 아파트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청약시장도 최고 당첨가점과 청약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발표 이후 서울 동작구에서 분양된 '이수 푸르지오 더프레티움'은 평균 203대 1을 기록했고 인천 송도 더샵 센트럴파크도 평균 206대 1로 인천지역 최고 청약경쟁률을 경신했다. 당첨문턱도 높아져 최근 서울 송파, 서대문, 이수에서 분양된 3개 단지의 평균 당첨가점은 62.9점으로 나타났다. 분양가상한제 입법예고 전까지 분양된 32개 단지의 평균 당첨가점이 48.9점인 것을 감안하면 약 14점 가량 상승했다.

그럼에도 청약에 1만여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린 것은 시세차익 기대감 때문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될 경우 주택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조바심에 새 아파트 선호현상이 심화하면서 '5억 로또 아파트'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 거래는 80% 이상 크게 줄었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고강도 규제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주택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것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두고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 간 이견으로 가중된 불확실성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1일 "10월에 주택법 시행령이 발효되더라도 민간 분양가상한제 작동 시기는 국토부가 독자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제가 주재하는 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재건축단지 가격 상승세와 재건축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국토부 행보가 무색해졌다. 정부 내에서 이견이 발생하는 이유는 분양가상한제가 건설경기에 미치는 하방 압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의 30조원에 이르는 토지 보상금 향배도 부동산 시장의 변수로 꼽힌다. 내년 상반기 중 지구지정이 완료되면 현금으로 풀리는 토지보상액이 저금리 시대에 투자처를 찾지 못해 강남의 ‘똘똘한 한 채’로 쏠린다면 결국 서울 강남권과 도심의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채질 할 가능성이 커진다. 2003년 2기 신도시 지정 당시에도 토지보상금이 대규모로 풀리면서 노무현 정부 후반기 부동산 가격 상승의 불쏘시개가 됐다.

지방과 서울의 부동산 가격 격차가 커지면서 지방 큰손들의 ‘강남 똘똘한 한 채’ 마련 열기도 서울 집값을 올리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서울이외 지역에서 서울 아파트를 매입한 사례는 2635건으로 7월 2777건에 이어 두 달 연속 2000건을 웃돌았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계획을 발표하자 지방 큰손들이 ‘똘똘한 한 채’를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은 내달 법제처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령 개정 절차를 밟고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구체적인 규제 내용이 확정되면 공포될 예정이다.

쉼 없이 오르는 서울 부동산가격을 단번에 잡을 수 있는 비법은 없다. 분양가상한제로 재건축을 포함한 집값, 청약경쟁률, 매수심리 등 이미 크게 자극된 분위기다. 정부의 어설픈 규제 시그널이 오히려 수요자들의 조바심을 야기하고 자산가에게 투자 기회를 마련해준 꼴이 됐다. 지금이라도 ‘정부의 오류’를 제거하고 도입한 제도를 확실히 집행해야 한다. 정부가 미적거리면 국민은 정부를 불신하고 어떠한 정책이 나와도 신뢰하지 않는다. 부동산 안정을 위해 빼는 분양가상한제도 망설일 이유가 없다.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완화하고 시장 전반을 안정시킬 수 있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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