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미 칼럼] 배신자인가? 아님 불소지신(不召之臣)인가?

유연미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10-02 09: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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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미 논설위원

그렇다. 결국 임명했다. 지난달 9일 문재인대통령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임명을재가했다. 해서 지리(루)한 여름 장마는 끝난듯했다. 하지만 끝난 게 끝난 것이 아니었다 다시 가을장마가 시작되었다. 나라는 분열됐다. 니편, 내편, ‘진영’으로 갈라졌다. 예상대로다. 엊그제 저녁, 청명한 하늘은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다른 한편, 오곡백과의 상징인 땅은 숯덩이의 색이 됐다. ‘조국 사퇴’를 명하는 묵언의 머리카락으로 말이다. 이 아름다운 천고마비의 가을, 어찌하여 나라는 이지경이 되었는가? 그야말로 쑥대밭이다. 난국이다. 필자의 가슴도 시퍼렇게 물들고 있다. 그 가슴을 비집고 자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금태섭 더불어 민주당 의원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오랜 기간 SNS를 통해서 사회문제에 대해 특히 공정함에 대해 발언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후보자가 지금까지 해온 말과 실제 살아온 삶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 (젊은이들은) 충격을 받은 겁니다. 후보자 또는 후보자 주변에서는 “위법은 없다”, “결정적인 한방은 없지 않느냐”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상식에 맞지 않는 답변입니다.”

“(…) 후보자는 학벌이나 출신과 달리 진보적인 삶을 살아왔다는 이유로 비판 받는 것이 아닙니다.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언행불일치 때문입니다.”

“후보자가 지금까지 인터넷에 올린 많은 SNS에 대해서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바로 우리 편을 대할 때와 남의 편을 대할 때 기준이 다르고, 따라서 편가르기를 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불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느 편이냐에 따라서 잣대가 달라졌다는 것은 공정함을 생명으로 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큰 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후보자가 과연 법무부장관에 적합한 검찰개혁에 적임자인지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후보자 주변을 압수수색 등 검찰의 강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후보자는 검찰개혁이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100%동감합니다. 그런데 이런 여러가지 문제점과 검찰수사를 놓고 보면 후보자가 과연 검찰 개혁의 적임자인지 여부가 논란의 핵심입니다. (…)”

9월 6일 조국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 더불어민주당 금태섭의원의 질의 내용이다. 극히 일부를 제외한 전문이다. 다소 진부하지만 그대로 인용했다. 곱씹어 보고 싶어서다.

“(…) 우리 윤총장님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 정말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또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그런 자세로 아주 엄정하게 이렇게 처리해서 국민들 희망을 받으셨는데 그런 자세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끝까지 지켜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제가 그 점을 강조하는 것은 이제 그런 자세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청와대든 또는 정부든 또는 우리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엄정한 그런 자세로 임해 주시길 바라고 그렇게 해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서 국민들이 체감도 하게 되고 그 다음에 권력형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그런 길이라 생각합니다(…).”
7월25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 수여하는날, 문재인대통령의 환담내용 일부다. 이 또한 그대로 인용했다. 되새겨 보고 싶어서다.

보자. 우선 금태섭의원, 그의 질의 내용, 올곧았다. 그리고 울림이 있었다. 여당의원이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국민이 궁금해 하는 부분들을 조목 조목 쏟아낸 질문. 하지만 소속당 수뇌부들의 의중과는 전적으로 대조적인 내용이었다. 더욱이 당·청의 의견과 전면 대치되는 질문이었다. 여기에 질의 대상자는 금의원의 대학원 지도교수. 한 발 더 나아가 ‘문의 남자’다. 그러기에 임명권자에 대한 항명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배신자가 되었다. 총선은 명년, 그리고 그는 초선 의원, 그럼에도 그는 스스로 큰 부담이 되는 입장을 만들었다. 정치인으로서 말이다. 왜 그랬을까? 이러한 자충수를 두면서까지. 나의 가슴에 그의 이름이 차지하게 된 이유다.

윤석열총장. 대통령의 환담 내용은 윤총장의 뒤안길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검사로서 걸어왔던 그의 행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최고의 찬사다. 그러기에 대통령의 신망과 국민의 믿음에서 출발한 윤석열 총장, 하지만 그는 의외의 복병을 만난다. 바로 그의 직속상관이자 ‘왕의 남자’ 조국법무부장관과 연관된 일들. 이는 그에게 정말 ‘뜨거운 감자’, 순탄치 않은 출발의 신호탄이다. 어쩌면 그에게 일대기의 큰 시련일 수도 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권력’에 메스를 사용해야 할 ‘얄궂은 운명’. 이를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난망한 상황이다.

임명된 지 30여일, 그 사건에 관한 검찰은 직공이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윤총장의 면모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부산대 의전원 등 압수 수색,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사무실 압수 수색, 정경심 교수 사문서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 급기야 법무부장관 집 압수 수색. 오롯이 조국 법무부장관에 관한 일들이다. 그러기에 이 또한 대통령에 대한 항명으로 비춰질 다분한 소지가 있다. 여기에 임명직인 검찰총장, 이래저래 윤총장도 배신자가 되었다. 더욱이 대통령은 그에게 꽃가마를 태워준 장본인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그는 이렇게 했다. 왜 그랬을까? 나의 가슴에 그의 이름이 함께 하게 된 까닭이다.

그렇다. 그들의 태도는 강하고 담대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든다. 왜 그랬을까? 여당과 일부 국민들은 그들에게 아우성이다. 특히 윤석열총장에 대한 항의는 날로 거칠어 지고 있다. 맹공이다. 심지어 ‘적폐청산의 상징’이었던 윤총장, 지금은 ‘적폐’의 당사자로 내몰리고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통령의 신망은 배신자의 상징으로 변환됐다. 결국 ‘우리 윤총장님’은 몹쓸 사람이 돼버렸다. 두 달만이다. 아무리 속성의 시대라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작금의 현실, 그는 이렇게 신의 없는 무모한 총장으로 추락했다. 궁금하다. 과연 그의 태도는 대통령에 대한 항명인가? 아님 직간(直諫)인가? 정말 그는 배신자인가? 아님 불소지신(不召之臣)인가? 지켜보자. 곧 진위여부는 가려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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