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권 일자리 '관치' 논란…이솝우화의 교훈

임예리 기자 / 기사승인 : 2019-10-07 0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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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예리 경제부 기자
임예리 경제부 기자

[아시아타임즈=임예리 기자] 이솝우화 ‘북풍과 태양’에선 북풍과 태양이 서로 자신이 더 강하다고 싸우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내기를 했다. 북풍은 있는 힘껏 바람을 불었지만 나그네는 점점 옷을 꽁꽁 여밀 뿐이었다. 태양은 따뜻한 햇볕을 나그네에게 쬐어 주었고, 더워진 나그네는 외투를 벗었다.


지금 정부가 금융권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는 모습은 마치 북풍과 같다. 경기침체로 인해 시중은행들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채용을 확대하라는 압박과 같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다.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에 따라 매년 8~9월에 개최되는 행사다. 사실상 정부가 목표치를 정하고 금융회사가 실적을 달성하는 구조로 보인다.


지난 1일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금융위가 채용박람회의 면접이 진행되기 전에 우수면접자 비율 목표치를 발표했다. 작년 정부는 사전 보도자료를 통해 면접 응시자를 2017년 1662명에서 2018년 2585명으로 확대하고, 우수면접자 선발도 429명에서 860명으로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간접적으로 목표치를 제시하고 금융회사가 따라오라는 식이다. 그럼에도 금융회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는 금융당국의 말은 쉽게 수긍되지 않는다.


윽박과 압력으로 만든 청년고용은 부작용이 따른다. 박람회 현장에서 선발된 우수면접자에게 1차 서류전형 합격 혜택을 제시했다. 은행들이 더 많은 청년들을 채용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작년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 우수면접자로 선발된 이들 중 실제 채용된 인원은 74명으로 7개 시중은행 하반기 채용인원(2100명) 대비 3.5%에 불과했다.


일자리의 질도 걱정이다. 일자리 수를 늘리기 위한 성과위주의 고용은 은행이나 취업자 모두에게 불행하다. 은행권은 경기침체와 업황 부진으로 점포와 인력을 축소하는 등 생존경쟁에 뛰어들었다. 정보기술(IT) 시대의 핀테크 전략으로 인력의 재배치와 감축을 시도 중인데 무리한 채용으로 조직의 비대화를 야기시킨다. 또한 피고용자의 생산성과 만족도는 낮아지고, 고용자는 인건비 부담에 시달리게 된다.


실제 이들이 정상적인 보직을 맡아 오랫동안 정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 고졸 채용이 붐을 일으켰을 때도 일자리 성과라고 정부는 치적했지만 정작 이들은 자취를 감췄다.


은행업은 라이센스 사업이자 규제산업에 속한다. 정부의 관여와 간섭이 여타 산업보다 강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공공의 성격도 짙다. 청년 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자발적인 일자리 만들기 동참은 반갑지만 보여주기식 성과에 급급한 정책은 실패가 뒤따른다. 관치 논란 재생산은 정부 신뢰를 떨어뜨리게 되며 비생산적 소모전만 펼치게 된다.


은행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익을 내는 민간기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은행들도 정부 정책과 동참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북풍보다 햇빛으로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솝우화가 들려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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