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DLF 십자가는 금감원만의 몫인가

유승열 기자 / 기사승인 : 2019-10-08 16:02:05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유승열 경제부 차장
유승열 경제부 차장

[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약 한 달 반가량 54.5%가 날아갔다. 해외금리연동 파생결합상품(DLS·DLF)에 투자된 돈이다. 남은 돈의 예상손실률도 52.3%다.


금감원이 이 사태를 들여다본 중간결과 운용사들과 상품구조를 짰고 상품(선정)위원회의 승인도 거의 불법적으로 이뤄졌다. 본사는 영업점에 판매를 독려했고, 영업점은 각종 불완전판매의 행태를 보여줬다.


비난의 화살은 은행을 관통하며 금융감독원으로 향했다. "미스터리쇼핑으로 인지했으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 "본연의 감독업무를 소홀히 한 탓이다", "은행들의 눈치를 보느라 분쟁조정 결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며 뭇매의 연속이다.


금감원은 금융시장의 안정과 발전, 소비자보호를 위한 감시감독 업무를 한다. 금융회사가 투명하게 경영되고 있는지, 업무처리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상시적, 주기적으로 검사한다. 금융회사가 잘못했으면 응당한 철퇴도 내린다.


금감원의 존재감이 없어졌다. 종합검사 등 검사업무 비중이 축소됐고 금융경찰로서의 권한도 없어졌다. 차, 포가 떨어진 금감원이 지금은 소비자민원센터이고, 금융사와 고객을 화해시키는 중재인뿐이다.


미스터리쇼핑에서 DLF 문제점을 인지했으나, 할 수 있는 것은 시정조치라는 '권고' 뿐이었다. DLF사태 뿐만 아니라 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암보험금 지급 등 일련의 과정이 대변해준다. 그렇다고 "팔지 말라", "바꾸라" 목에 힘이 들어가면 "관치다" 손가락질 당한다. 결국 사태가 터지면 욕받이 신세다.


문제를 뒤짚어보자. 금융사들의 숙원사업은 시장자율화였다. 지나친 가격 개입 등으로 발전이 더디다며, 규제가 너무 심한 탓에 새로운 서비스도 내놓질 못한다며, 규제 철폐를 외쳤다. '관치' 때문에 못살겠다고도 했다. 이에 당국은 "감독이 아닌 심판 역할을 하겠다"며 사전규제를 지양하고 사후 대처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자율이 욕심이 됐고 일이 터졌다. 그래서 터진 게 DLF 사태다. 규제라는 이름으로 권한을 축소시킨 탓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자신의 배를 채우면서 고객의 수익은 등한시 했다. 투자자들은 절규했고 결국 은행들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듯 다시 고객중심경영을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감독당국도 결과적으로 체면이 구겨졌다.


소비자와 시장 참여자(은행)의 인식이 덜 성숙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태라는 평가도 나온다. 고객은 막연히 은행만 믿고 상품을 꼼꼼히 살피지 않았고, 은행은 고객과 당국의 신뢰를 쉽게 저버렸다. 재발방지를 위해 당국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율엔 책임이 따른다. 자율에 따른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게 고객에 대한 도리다. 당국도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금융 산업 발전에 치우쳐 소비자보호를 소홀히 하지 않았나 반성해야 한다. 지난 8월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 혁신방안을 발표했을때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권익이라던가 보호방안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부분 인허가 신속 처리, 면책제도 활성, 제재대상자 권리보호 강화, 종합검사 기준 및 절차 마련 등 금융권 진입-영업-검사-제재 등 전 단계에 걸쳐 혁신을 추진했다며 뿌듯해했다.


그러나 지금 뒤돌아보면 혁신은 고객에 대한 배신 뿐이다. 그들의 눈물을 먼저 닦아주는 동시에 혁신이 방관으로 변질되었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당국은 그 혁신 방향을 제시하는 주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혁신을 외칠 자격과 때가 되었는지도 말이다.


자율이 수익 우선주의라는 핑계거리가 되지 않았는지 은행들의 진심과 성숙도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 무너진 공든 탑을 다시 쌓고 금융의 신뢰도를 금융당국과 금융권 모두가 다시 세워야 한다. 시장 자율화를 얻기 위해서는 곱절의 신뢰가 필요하다. 우리의 혁신과 자율 그리고 소비자 보호의 성숙도는 몇 점일지 궁금하다.


[저작권자ⓒ 아시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유승열 기자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청년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