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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소녀 감성의 '연기 선생님' 최형인 교수 "배우는 성직자다"
17세 소녀 감성의 '연기 선생님' 최형인 교수 "배우는 성직자다"
  • 박홍민 기자
  • 승인 2014.07.20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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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인터뷰] 배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 - ③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와 함께 화려한 아이돌의 모습에 대한민국의 수많은 청소년이 연예인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이 바라보는 것처럼 그리 녹녹치 않다. 본지에서는 연예인을 꿈꾸는 특히, 연기자를 꿈꾸는 배우 지망생들을 위해 연기 훈련을 오랫동안 받고 필드로 갓 입문한 배우와 오랜 연기생활을 한 배우, 그리고 연출자를 순서대로 만나보고 그들의 조언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배우들은 항상 '연기는 언제나 배우고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 무대에 서기 시작한 배우부터, 각종 시상식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들도 항상 '더 좋은 연기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들의 스승은 어떨까? 한평생 배우의 길에서 '연기'를 업으로 살아온 장인에게 배우라는 직업이 어떻게 보이고, 또 그들이 걸어야 할 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그리고 배우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줄 묵직한 조언도 마찬가지다.

기자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위해 배우 유오성, 설경구 등의 연기 스승이자 SBS '기적의 오디션' 특별 자문위원으로 참가해 널리 알려진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최형인을 만나 배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을 들어보았다.

최형인 교수는 한국인 최초의 연기 석사학위(NYU)를 받은 인물이자, 직접 연출을 하며 연기도 하는 대한민국 배우의 살아있는 역사다.

연극배우였던 외삼촌 덕에 어린 나이부터 무대를 곁에 두며 자연스럽게 연기를 업으로 삼아 한평생 연기만 생각해온 그녀는 아직 17세의 소녀 감성을 잃지않은 자유로운 영혼을 품고 있었다.

연기를 할 땐 항상 행복하고,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일탈을 느끼며, 무대 위에서 관객이 위로받는 모습을 볼 때 그 기쁨은 더할 나위가 없다는 최 교수와 서울 가로수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배우 출신 첫 여성연출가이신데, 직접 연출을 하실때와 연기를 하실때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 나는 연기를 할 때가 더 쉬운 것 같아요. 왜냐하면 연기는 그냥 내가 하면 되니까요(웃음). 하지만 연출은 작가가 써준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내 머리를 통해 무대 위에 올려야 해서 연기보다는 조금 더 어려워요.

▲연출가 입장에서 배우를 캐스팅하는 기준이나 특별한 배우 코치방법이 있나요?

- 우선 기본기를 잘 갖추었는지가 중요해요. 그 후에는 극 중 인물의 타입에 가장 공통된 부분이 많은 배우를 우선적으로 캐스팅하죠. 그리고 이 캐스팅이 그 배우에게도 성장할 여지가 되는지를 많이 고민하게 되죠.

작품을 연출하며 배우들에게 가장 중요시 요구하는 것은 관객을 믿게끔 하는 당위성 있는 연기에요. 그러기위해 배우들 간의 앙상블을 맞추는 것이 나의 연출스타일이며 이를 통해 관객을 극에 충분히 흠뻑 적실 수 있을 만한 연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 오랫동안 많은 배우를 양성해내신 교수의 입장으로서 연기를 시작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 일단 많은 양분을 흡수해야 합니다. 독서를 많이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기뿐만 아니라 주변 예술에도 조예가 깊어야 해요. 특히 인문학에 대한 지식을 많이 쌓아 놓는 것은 배우의 연기를 더 깊고 풍부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자산으로 쓸 만한 교양을 많이 가진 사람이 되어야죠. 단지 잘난 얼굴 하나 믿고 연기를 하는 사람이 아닌 충분한 자신의 소양을 자유자재로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합니다.

▲ 그렇다면 배우가 되기 위해 꼭 연극영화학과를 가야하나요?

- 연기를 배우지 않고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연기라는 것이 우리 일상생활을 무대나 스크린에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사실 연기는 내가 사는 것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작가가 써준 상황을 마치 나의 상황인 것처럼 믿게 하는 것이에요. 간혹 배우지 않고도 잘하는 배우가 나오지만 그런 사람은 보통 자신과 가장 비슷한 '그' 하나의 캐릭터만을 잘 소화하는 것이죠. 즉 곧 한계가 돌아온다는 말이에요. 배우란 흰 도화지 같아서 수많은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데 배움이 없으면 어려움이 많아요. 쇼팽만을 칠 수 있는 피아니스트를 피아니스트라고 부르지는 않잖아요.

▲ 그럼 배우의 재목들은 어떤 방법으로 가려내시나요.

- 기성 배우처럼 이미 준비가 끝나서 매끄러운 사람은 지양하는 편이에요. 지금은 비록 부족하더라도 앞으로 10년, 20년 변함없는 예술혼으로 연기에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인가를 보려고 노력합니다.

▲ 배우가 되기 힘든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스스로 연기를 해 봤을때 감정이입이 잘 안된다면 배우라는 직업을 택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당장 살아 숨 쉬고 있는 내 옆의 동료나 가족이 무슨 일이 있는지,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극 중 배역을 연기할 수 있겠어요. 삶에 대한 연민 즉 휴머니티를 가질 수 없다면 연기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 그렇다면 좋은 배우란 어떤 배우일까요.

- 거듭 강조하지만, 관객이 그 상황을 믿게끔 하는 배우가 좋은 배우에요. 어떠한 배역을 맡아도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어서 표현에 거짓됨이 없는 그런 배우가 좋은 배우입니다. 한 가지 역할만 잘해서 매번 똑같은 역할만 맡는 배우는 금방 소모돼 버리기 마련이에요.

▲ 배우에게는 잘생긴 얼굴은 득인가요 독인가요

독은 아니지만 절대 득도 아니에요. 배우가 많은 역할을 연기해야 하는데 너무 개성이 강하거나 트랜디한 얼굴이면 장애가 많이 있기 때문이죠. 얼굴이 잘생기지 않아도 실력이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나아요. 잘생긴 외모는 나이를 먹고 늙으면 다 빛이 바래거든요.

▲ 과거 유오성, 설경구 등 연기파 배우들을 가르치셨는데, 그때와 지금의 학생들을 가르칠 때와 달라진 것이 있나요?

-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인식의 변화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이 달라진거죠. 예전에는 배우를 하겠다손 치면 부모가 쌍수를 들고 반대했어요. 그리고 연기는 곧 가난이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래서 그 당시 배우를 꿈꿨던 학생들은 몰래몰래 열정을 불태우며 더 많은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것이에요.

하지만 요즘에는 부모들도 별로 반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연예인이 되면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을 보며 본인들도 쉽게 그런 반열에 오를 거라는 허황된 꿈을 꾸는 이들이 많아요. 덕분에 연극, 연기에 대한 순수함을 잃은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 말씀대로 배우를 꿈꾸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해주실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연예인의 인기를 꿈꾼다면 그건 전부 거품입니다. 결국 사라질 것을 쫓으며 자기를 단순한 소모품으로 만들지 않길 바랍니다. 헛된 꿈을 갖고 이 세계에 들어와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순간이 오면 자기에 대한 긍지, 자존감은 다 박살나 버립니다. 연예인이 되어도 좋아요. 그런데 무엇을 하는 연예인인지 정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실력으로 대중의 인기를 받는 배우가 되길 바래요

배우란 성직자와 마찬가지에요. 연기는 나로 시작해서 나를 버리고 자의식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무대 위에서 관객을 위해 그 배역에 몰입해서 관객을 위로하는 것입니다. 항상 사명감을 가질 그런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hm06@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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