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19개 지점, 국민은행 22개 지점 통폐합
은행권 연말연초 특별퇴직 단행…2000여명 짐싼다
언택트 시대, 비용효율 극대화…은행들, 몸집 줄이기
[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은행들이 인력구조 효율화에 고심중이다. 판관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력과 영업점포를 축소해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언택트 시대 도래로 인해 내년이 은행권 구조조정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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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점포 통폐합 및 특별퇴직을 실시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선다./사진=아시아타임즈 |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점포 통폐합 및 그룹 체제 변환에 나선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21일 19개 영업점을 인근 영업점과 통폐합한다. △가산디지털 중앙지점 △갈산동지점 △구미4공단지점 △구서동지점 △대구용산동지점 △덕천동지점 △방이역지점 △방화역지점 △선부중앙지점 △수지신정지점 △영등포유통상가지점 △오장동지점 △일산백마지점 △창원테크노파크지점 △청계지점 △포항남지점 △회기동지점 등이다.
아울러 내년부터 일반 지점 840여곳을 117개의 지역 거점점포 중심으로 그룹화한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통폐합으로 지점을 합치는 것은 아니다"며 "거점점포 중심으로 여러 지점들이 협업을 할 수 있도록 그룹으로 묶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도 오는 21일 22개 지점을 통폐합한다. △행당동지점 △신평화점 △판교경제밸리점 △안양오비즈타워점 △권선아이파크점 △남동국가산업단지지점 △학익동지점 △사천산업단지점 △△김해율하지점 △물금신도시지점 △사상역지점 △성서공단점 △동대구지점 △외동산업단지지점 △서창점지점 △동울산지점 △부천역지점 △아산배방점 △가경남지점 △광주매곡지점 △광주금호지점 △익산모현지점 등이 문을 닫는다.
인력 재편에도 나선다. 시중은행들은 이달 말부터 내년 초까지 대대적인 특별퇴직(희망퇴직)을 단행할 예정이다. 이미 은행권에서 특별퇴직은 몇년 전부터 정례화된 추세다. 금융권에서는 연말과 연초 작년의 두배가량인 2000명 이상의 행원들이 짐을 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장 먼저 퇴직에 나선 곳은 SC제일은행이다. SC제일은행은 이날부터 내달 2일까지 특별퇴직 신청을 받는다. 이번 특별퇴직 신청대상은 상무보 이하 전직급 중 만 10년 이상 근무한 만 55세(1965년 이전 출생) 이상 직원들이다. 상무보의 경우 최대 32개월, 이사대우는 최대 36개월, 부장 이하는 최대 38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받는다. 자녀학자금은 자녀 2명까지 최대 2000만원을 지급하며 1인당 2000만원의 창업지원금도 지원한다.
하나은행은 내달 중 만 15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정례화된 '준정년 특별퇴직'을 실시한다. 하나은행은 작년 특별퇴직자에게 22~31개월치 평균임금과 함께 자녀 학자금(1인당 최대 2000만원), 의료비(최대 2000만원), 재취업·전직 지원금 2000만원이 지급됐다.
이어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연말께, 신한은행과 국민은행도 내년 초 특별퇴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이유는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채널의 확산으로 고비용·저효율의 인력구조를 재편해 인력 효율화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실제 시중은행들의 영업이익 경비율(CIR)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CIR은 영업이익에서 판관비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판관비의 50~70%는 인건비다. 우리은행의 3분기 기준 CIR은 53.7%로 높았고 국민은행 48.6%, 신한은행 44.2%, 하나은행 43.7% 등 순이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들도 디지털 시대에 맞춰 몸집을 줄여 시대상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넓은 오프라인 영업망을 유지하며 비용을 축내기 보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빅테크, 인터넷전문은행들과 플랫폼 경쟁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실제 올해 흑자전환한 카카오뱅크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무점포 전략으로 판관비를 최소화함은 물론,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고객들을 대거 확보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금융권은 카카오뱅크 및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의 주고객층이 젊은 세대라는 점에서 언젠가 기존 은행들을 넘어서는 거대 금융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전 국민은행 노조가 총파업 단행으로 5000여명의 직원들이 지점을 떠났지만, 업무마비로 곤혹을 겪은 지점은 없었다는 사례는 그만큼 은행의 인력효율성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 악화가 시작된 만큼 내년이 은행권 인력 구조조정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매년 확대하던 채용규모도 올해부터 줄어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미 올해 은행권 신입행원 채용규모는 2000명가량으로 지난해(2779명)에 비해 30% 감소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이 원하는 인재상은 기존 영업점에서 고객을 맞이하는 일반행원이 아닌, 수시채용으로 늘리고 있는 IT 전문인력들"이라며 "이전처럼 대규모 인력채용은 은행 자발적으로 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