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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 20일 Wedne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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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칼럼] ‘기생충’의 ‘반지하’

 

▲ 강현직 주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을 휩쓴 뒤 ‘반지하 주택’이 외신들의 집중 주목을 받고 있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넣어 두는 창고나 세탁실, 아이 놀이방 정도로 인식하는 서양적 사고로 보면 주거지로서의 ‘반지하’는 생소할 수밖에 없다. 기생충의 영어 자막을 만든 번역가 달시 파켓은 반지하를 ‘semi-basement’ 또는 ‘basement apartments’라고 표현했고 영국 BBC는 소리 나는 대로 ‘banjiha’로 옮기며 고유명사로 대접했다.

외신들이 전한 ‘반지하’의 실상은 우리가 느끼는 그 이상의 참담함이 있다. BBC는 ‘한국의 수도 서울엔 수천 명이 사는 반지하라는 곳이 있다. 반지하는 기본적으로 햇빛이 없다. 빛이 거의 없어 키우던 식물이 살아남을 수 없다. 10대들이 가끔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땅에 침을 뱉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시선만 내리면 내부를 볼 수 있을 정도이고 욕실은 천장이 낮아 제대로 서 있기 힘들 정도로 좁다’고 전하고 있다.

BBC는 이어 ‘반지하’에 거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값 싼 임대료’라며 ‘한국이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지만 값싼 주택이 부족해 가난한 젊은이나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한다’고 한국의 빈부격차, 양극화 문제를 지적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반지하를 ‘가난의 상징’으로 소개하고 빈민층이 지하층으로 내몰렸다며 사회적 격차가 만든 한국만의 독특한 주거문화라고 전했다.

‘기생충’에는 빛이 들지 않는 ‘반지하’ 집과 대비해 거실 전면이 통 창으로 시공되고 정원이 시원한 고급주택이 등장한다. 영화촬영소의 세트이지만 시원한 서양식 주택은 의식주를 해결하는 기능보다는 갤러리처럼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 우리 사회의 계층 간 격차를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삶의 현격한 격차를 보여 주는 고급주택과 반지하 공간이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우리 사회의 민낯이 생생하고 날카롭다.

절반은 지상 절반은 지하, 지층에 창문이 걸린 희한한 층이 어쩌다 생겨났나. ‘반지하’는 분단과 급격한 도시화, 빈부격차라는 우리 현대사의 그림자가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1968년 북한의 청와대 습격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건축법을 개정해 국가비상사태 시 모든 신축 주택 지하를 벙커로 사용할 것을 의무화하면서 생긴 공간으로 창고 등으로 활용되다가 1980년대 서울 인구가 늘어나면서 부족한 주거를 해결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건물주에겐 방을 만들어 세입자를 받는 수익 창출의 공간이 됐고 세입자들은 싼 가격에 방을 구해서 좋았다

건물의 최하층에 있는 반지하는 가장 낮은 사회계급을 상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지하는 옥탑방, 고시원과 함께 ‘지옥고’로 불리며 빈민층의 상징이 됐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2015)에 따르면 전체 가구(1911만1731가구) 중 36만3896가구(1.9%)가 지하(반지하)에 거주하고, 5만3832가구(0.3%)는 옥상(옥탑)에 살았다. 지하(반지하)층과 옥탑층에 거주하는 가구를 합하면 총 41만7728가구, 그 중 93.4%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당시 가구당 가구원수 2.5명을 감안해 환산하면 약 90만7740명이 지하(반지하)층에, 13만4580명이 옥탑층에 사는 셈으로 100만명이 넘는다.

반지하와 옥탑방은 도시빈민의 최후 공간으로 범죄에도 취약하다. ‘2017년 청년주거안전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거환경이 위험하게 느껴진다’는 반지하·옥탑방 거주자가 37.9%(지상층 거주자 22.2%)에 이르며 ‘현관 출입구 보안장치나 폐쇄회로(CC)TV 등 방범 시설이 없다’고 응답한 거주자는 36.7%(지상층 19.3%)였다.

이처럼 주거 빈곤이 계속되는 건 주거 안정을 통해 안정적 생활을 이어 가는 이른바 ‘주거 사다리’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소득 대부분을 비싼 월세로 지출하는 탓에 미래에 대한 대비도, 주거환경 개선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회의 맞춤형 대책은 마련되지 않는다. 정부가 사회 초년생, 청년, 신혼부부에 대한 주거 정책을 시행한다고 하지만 당사자들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한다. 또 폭주하는 집값은 상대적 박탈감을 깊게 하고 계층이동 의지마저 꺾고 있다.

사회 불균형과 불평등, 불공정에 대한 담론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특권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가르는 ‘보이지 않은 선’에 대한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가난은 본인의 노력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배우며 경쟁하였지만 가난은 개인의 탓이 아닌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좌절하는 젊음이 많아지고 끝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허덕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보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먼저 지적하는 외신들을 보며 뒷맛이 개운치 않다. 비정규직 문제, 사회복지 확대, 부동산 가격 안정 등 산적한 과제는 뒷전에 놓고 총선 표계산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의 자성이 시급하다. 모두 진정성을 가지고 사회 불평등의 해소책을 찾는 노력이 절실하다.
강현직 주필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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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받는 금감원 독립론…맞받아친 은성수

[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주장하는 금감원 독립론에 국회가 힘을 실어주면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 독립론이 금융위 해체로 이어지면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은 위원장은 지난 1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2021년도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두 가지(금융육성-금융감독)를 나눈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안 맞고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는다"며 "실제로는 감독정책과 금융정책이 엮여 있어 나누는 게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체계 개편은 전체적 정부조직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데, 지금이 정부조직법을 개편하기 적절한 시기인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이상적으로 학계에서 하듯이 하면, 한계에 부딪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개편) 논의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힘이 실리고 있는 금감원 독립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분석도니다. 앞서 지난달 23일 윤석헌 금감원장은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학자 시절부터 지론이었던 감독체계 개편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시 윤 원장은 "이원화된 감독체계 아래에서는 감독 정책과 집행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며 "결과적으로 사후 개선이 잘 안 되고 금융감독의 비효율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포함해 다양한 (금융감독체제 개편 관련) 대안을 놓고 검토중"이라며 조만간 관련 제안서를 국회에 제출할 계획까지 밝혔다. 윤 원장의 주장에 대해 국회에서도 법안 발의를 준비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르면 이달 말 금융감독원법안 및 정부조직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금융위를 해체하고 금융위의 업무 중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금융감독 기능을 금감원에 이관하는 것이 골자다. 금감원 내에는 금융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 업무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금융감독위원회를 설립하고 금감원장과 수석부원장이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겸임하는 구조다. 아울러 배진교 정의당 의원,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에서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최근 준비중인 법안들이 금감원 독립이 금융위 해체와 연결되면서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금감원이 독립해도 공공기관 지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위는 최근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금융위원회 설치법에 보면 금감원의 예산, 결산을 금융위가 최종 심의하고 의결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별도의 공공기관 지정이 필요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금감원이 독립하게 되면 금융위가 이같은 의견을 낼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독립이 금융위의 해체로 이어지며 금융위 내에서는 이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은성수 위원장의 취임 이후 당국간 갈등이 해소될지 관심이 모였지만, 결국 갈등의 골은 깊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