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KCGI측 신주발행금지가처분 기각
산은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이뤄낼 것"
전문가 "부실기업이 더 부실한 기업 인수"
"성급한 통합 독 될 수 있어…독립법인도 방법"
[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법원이 KCGI측이 신청한 한진칼 신주발행금지가처분을 기각함에 따라 산업은행이 추진한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산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항공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하게 통합하면 부작용만 속출할 수 있다며 법인 독립 운영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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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 여객기들이 주기돼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1일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산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위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기로 했다.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을 투입하고,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에 KCGI는 지난달 산은의 한진칼 투자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 방편이 되고 있다며 3자 배정 유증이 아닌 다른 방식을 취해야 한다며 산은에 배정하는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산은도 "양대 국적항공사의 통합과 항공산업 구조개편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한진칼에 대한 보통주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는 현재 계열주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번 법원의 판단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국적항공사 설립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그동안 전문가들의 예상도 엇갈려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불안했다"며 "이번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내려준 만큼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으로 항공산업의 경쟁력 제고애 힘쓰겠다"고 말했다.
산은은 한진칼의 5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2조5000억원을 증자하는 데 한진칼은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아 8000억원을 대한항공에 넣는다. 대한항공은 나머지 1조7700억원을 조달하면 무난하게 아시아나항공 인수을 할 수 있게 된다.
이후 한진칼은 지주회사로서 전체적인 통합과 기능 재편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시키게 되면 '글로벌 톱10'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는 게 산은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기대보단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우선 재무건전성이 극도로 나빠진 두 회사의 합병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각각 1099%, 2291%에 이른다. 기업의 적정선(200%)을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부분 자본잠식 상태다. 재무 구조가 나쁜 회사가 더 나쁜 회사를 인수하는 셈이다.
즉 부실을 털어내기 위한 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승자의 저주'에 걸릴 가능성이 큰데, 인수주체 역시 건전성이 악화된 탓에 모두 죽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통합 항공사 추진보단 독립 법인으로 기업가치 제고가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외국이 통합 항공사로 경쟁력을 제고한다고 해서 우리나라도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며 "통합 추진으로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대한항공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오히려 아시아나 항공을 구조조정하고 부실을 털어 중소 항공사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현대, 기아차의 경우 통합하지 않고 법인이 다르게 따로 움직이며 함께 질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도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