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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요섭 청년과미래 칼럼니스트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한국 사회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다. 사회가 ‘일시정지’된 듯한 상황에서 소상공인을 비롯한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나날들이 이어지며 청년층의 걱정 역시 날이 갈수록 이만저만이 아니다.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버렸음은 물론이고, 각종 자격시험까지 연기되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월의 청년 고용률은 42.9%를 기록했으며 2018년 이후 이보다 청년 고용률이 낮았던 적은 없었다. 아르바이트 자리는 끊기고 크고 작은 기업들이 채용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면서 올해 취업시장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줄어든 회사들의 채용에도 모자라 각종 시험일정까지 연기되니 ‘올해 취업하는 것은 무리’라며 벌써 포기한 청년들도 있다. 올해엔 스펙 쌓기 또는 연기된 시험 준비에만 몰두하고, 내년 취업을 목표로 하겠다는 이들에겐 2020년이 뜻하지 않던 유예기간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지금 청년세대는 이미 ‘유예’에 익숙한 세대다. 스펙 경쟁을 위해 1년 이상 졸업을 미루는 일도 다반사다. 4년제 대학 졸업자 10명 중 6명은 휴학이나 졸업유예를 통해 졸업 시기를 늦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취업에 필요한 사회·직무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다. 3포 세대를 넘어 n포 세대라 불릴 만큼 ‘포기’에도 익숙하다. ‘헬조선’에 살고 있다는 말이 유행하는 이유는 구렁텅이에 빠진 것만 같은 무력감에서 기인할 것이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유예해가며 버티는 청년세대가 마주한 진실은 결국 우리 사회가 평등하지 않다는 것 뿐이었다.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그녀의 딸인 정유라 씨가 권력을 이용해 대학에 부정입학한 사실이 드러났고, 대학 입학뿐 아니라 국가대표 선발 등 모든 면에서 특혜를 누리고 자라온 그녀의 인생은 청년들의 분노를 사기 충분했다. 이후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가 논문 저자 부당 등재, 편법을 통한 입학 등의 부당 혜택을 받아온 사실이 밝혀지며 청년들에 큰 박탈감을 안겼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 사이의 높낮이는 없다지만, 보이지 않는 계층이 실재한다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인정하게 됐다. 노력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얻기 힘든 사회적 구조 안에서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청년세대다.
“작은 조약돌이 되고 말았네/ 잔물결에도 휩쓸리는/
험한 산중 바위들처럼/ 굳세게 살고 싶었는데/
연체되었네 우리 마음은/ 유예되었네 우리 꿈들은/ 유예되었네 우리 꿈들은….”
‘유예’라는 이 곡의 작곡가이자 밴드 ‘9와 숫자들’의 보컬 송재경 씨는 젊은 세대에게 선택의 권리가 없다고 했다. 여건이 되는 사람들은 일찍부터 원하는 방향으로 성과를 내면서 살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원하던 꿈을 펼치면서 사는 게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다.
겨울이 가고 짧은 봄이 와야 하는 지금 이 시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모든 것이 미뤄졌다. 굳세게 살고 싶던 청년세대는 ‘작은 조약돌’이 되어 또 휩쓸리고 있다. 잠시 더 유예된 청년들의 꿈들이 어디로 가야할지 해답을 찾기 어렵다. 그것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든 우리 사회구조 때문이든, 아니면 둘 다이든 간에 말이다. 그저 같은 청년으로서, ‘힘내서 조금만 버티자’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