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인수 확정 시 국내 빅2 재편·글로벌 10위권…시장 확장 등 시너지
독과점·산은 셀프매각 논란·DICC 우발채무 문제는 남은 숙제
[아시아타임즈=이경화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건설기계 국내 1위·세계 9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바짝 다가섰다. 논란 끝에 성사된 빅딜로 향후 업계 재편 가능성도 커졌다.
그간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KDBI)는 인수전 승기를 잡기까지 셀프매각 논란에 휘말려왔다. 두산그룹의 구조조정 문제를 풀어내고 있는 산업은행이 자회사 KDBI를 내세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인식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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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인프라코어가 올해 10월 생산성, 품질, 안전, 친환경 관련 최신 기술을 집약한 플래그십 모델 DX800LC를 한국 시장에 선보였다. DX800LC는 두산인프라코어 굴착기 라인업 가운데 가장 큰 제품. 사진=두산인프라코어 |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마지막 퍼즐이던 두산인프라코어가 현대중공업그룹 품에 안길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최대주주(지분 35.4%) 두산중공업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중공업지주를 선정했다. 현대중공업-KDBI 컨소시엄이 인수합병 귀재로 유명한 유진그룹을 제친 것이다.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본입찰에서 매각대상 지분 36.07% 인수를 위해 8000억 원대의 가격을 제시했다.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두산그룹과 추가협상을 거쳐 연내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양사 합병 시 현대중공업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와 계열사 현대건설기계를 양대 축으로 해 단숨에 건설기계업계 국내 1위, 세계 10위권(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도약한다.
실제 영국 건설정보업체 KHL 등에 의하면 지난해 매출액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은 두산인프라코어 3.3%, 현대건설기계가 1.2%로 각각 9위와 22위다. 양사 합쳐 4.5%로 6위 볼보건설기계(4.6%), 7위 히타치건설기계(4.4%)와 어깨를 견주게 된다.
국내전체 건설기계 시장에선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가 합쳐지면 점유율이 50%이상 올라간다. 최대 강점인 대형 굴착기 부분만 떼어보면 양사 합쳐 점유율이 70% 수준에 달한다. 매각이 원만히 이뤄지면 국내시장은 현대건설기계와 볼보건설기계 투톱 체제로 재편된다.
업계에선 양사 합병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기계·엔진 사업, 연구개발 인력·역량, 특허 등을 두루 갖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통해 취약점을 보완하는 한편 중국 등 해외 시장 확장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실현과 공동 딜러망 구축으로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메이커들과 경쟁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전기굴착기, 무인·자동화 등 미래기술 관련 플랫폼 공동 연구개발로 앞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에선 대형 건설기계업체 등장으로 인한 독과점 논란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절차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공정위는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으면 독점으로 간주한다.
관련해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건설기계 분야는 무관세의 수입제한이 없는 완전자율경쟁 시장으로, 가격 결정권이 소비자에게 있어 기업결합심사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인수로 가격경쟁력을 갖추면 글로벌 메이커들 상대로 경쟁력을 한층 제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된 산업은행의 셀프 매각 의혹과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관련 소송에 따른 우발채무 문제 등은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