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지난달 일부 피해기업에 보상금 지급
대상‧규모 등은 비공개…사회적 책임 '강조'
키코공대위 "깜깜이 보상…금감원 사후관리해야"
[아시아타임즈=정종진 기자] 10년 넘게 이어진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와 관련 씨티은행이 지난달 자체적인 판단 아래 피해기업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면서 보상 참여를 결정한 다른 은행들도 보다 실행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피해기업들은 대상 기업과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깜깜이식' 보상에 우려를 표하면서 금융당국의 사후관리를 주문하고 있어 논란은 여전히 남을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키코 분쟁 자율조정 은행협의체에 참여한 한국씨티은행은 지난달 내부 심사를 거쳐 키코 피해기업에 보상금을 지급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통해 키코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중소기업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키로 결정한지 한달여만이다.
당시 씨티은행 측은 '키코 관련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업체' 중 과거 법원판결 기준에 비춰 보상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씨티은행의 법적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경제적 지원 차원에서 일부 기업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며 선을 그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지난달말 키코 분쟁과 관련 당행과 연관 있는 기업 가운데 심사를 거쳐 적절하게 보상을 완료했다"며 "다만 대상 기업과 규모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과거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율이 내릴 것에 대비해 환헤지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야기했다.
이후 길고 긴 분쟁 속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2일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나머지 147개 피해기업에 대해선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은행에 자율 조정(합의 권고)을 의뢰했다.
하지만 금감원 배상 권고를 받아들인 은행은 6곳 중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은행들은 8년 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키코 상품의 불공정성·사기성을 부인했고,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10년)가 지난 상태에서 배상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소극적인 태도다.
그나마 씨티은행을 비롯해 신한은행과 대구은행은 일부 키코 피해기업에 대해 자율 보상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법률적 책임은 없지만 금융회사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최근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중소기업의 현실 등을 감안했다는 명분이다.
이에 씨티은행을 시작으로 신한은행과 대구은행도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보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피해기업들은 '깜깜이식' 배상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배상을 결정한 은행들이 정확한 금액과 보상 대상을 밝히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황택 키코 공동대책위원장은 "내부적으로 보상을 받은 기업을 파악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군데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문제는 이같은 깜깜이식 보상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에선 통제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금감원을 찾아 사후관리를 촉구하는 한편 조만간 성명서를 통해 공대위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피해기업들은 키코 피해 기업에 대한 은행들의 움직임을 두고 법적 책임의 '배상'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써 '보상'을 하는 점과 대상 기업 명단과 보상 규모에 대한 비공개 등을 규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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