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 토크] ESS 화재 "잘못 없음·환영"...암덩어리 키우나

조광현 기자 / 기사승인 : 2019-06-14 11: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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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울산시 남구 성암동 대성산업가스 울산공장 ESS에서 불이 나 건물 밖으로 화염이 치솟는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울산시 남구 성암동 대성산업가스 울산공장 ESS에서 불이 나 건물 밖으로 화염이 치솟는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타임즈=조광현 기자] 정부가 장장 6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ESS 화재 원인을 최근 밝혔죠. 배터리 제조사를 비롯해 설계, 시공 업체의 복합적인 문제가 화재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해보면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는 것인데요.


조사 발표 당시 정부는 “책임소재는 화재 피해 정도에 따라 사업자 간 법정에서 가려질 문제”라며 더 이상의 조사와 발표는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정부는 도대체 6개월 간 어떤 조사를 했고, 무엇을 실험했기에 이렇게 '맹탕'인 결과물을 내놓았을까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데요. 혹,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명확한 설명을 피한 것일까요.


정부 차원의 조사 결과는 나왔지만, 오히려 의문점만 키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배터리 셀의 위험성이 높지 않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인정된 사실이죠. 전기 자동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가 ESS에 사용되는 것이 바로 그 근거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가혹하게 운영하면 위험하다”고 설명하며, 배터리의 위험성도 함께 언급하더군요. 아니면 아니라고 말하면 될 것을, 근거도 팩트도 없는 이 단어를 찾는 데 6개월이나 소요됐다는 사실에 기자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고작 이 정도 결과물을 내 놓기 위해 무려 6개월간 국내 ESS 산업을 멈춰세웠다는 사실에 말이지요.


발표 당시 정부는 “이번 사고조사는 화재와 관련해 기술적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령 규정상 위반한 것이라면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다”는 말도 했습니다. "이것은 똥도 된장도 아닙니다"가 결론입니까?


ESS 관련 업체는 법적 규제를 지켰지만 화재를 냈다. 그렇다면 관련 법규를 잘 못 만든 정부를 뜻하는 말로 해석해도 무방하다는 얘기 인가요. 제조사들은 법규를 지켰으니, 그 법규를 만든 정부에 소송을 걸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죠.


더 재미있는 부분은 ESS 업계는 이 같은 정부의 발표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는 대목입니다. 명확한 문제점을 찾지 못한 만큼 화재에 대한 보상 의무도 없다는 차원이겠지요. ESS 관련 대기업 관계자는 "새로운 산업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좋은 주사'를 맞은 것으로 받아들인다"면서 "ESS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좋은 계기"라고 평가하더군요.


하지만 우리가 정작 놓치고 있는 부분은 이번 조사를 통해 좀더 분명한 원인을 밝혔어야 한다는 대목입니다.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비로소 올바른 처방과 치료가 가능할테니까요. 이제 우리 ESS산업은 아파도 참고 그렇게 성장해야 하는 겁니까. 물혹이 암덩어리로 성장하더라도 시한부 판정을 받을 때까지 가야 하는 건지 되 묻고 싶어집니다.


무려 6개월 가량 ESS 시장이 올스톱되는 참사를 겪었는데 누구 하나 제대로된 불만조차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정부와 ESS 기업 모두 만족할 만한 조사 결과라는데 왜 이리 찜찜한 걸까요. 이번 주 뒤끝 토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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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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