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대로' 김앤장 변호사가 '개인 공매도 전도사'로 변신한 사연은?

김지호 기자 / 기사승인 : 2019-07-01 13:14:1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변호사를 잘 못해서 김앤장에서 나왔습니다. 변호사보다는 창업 쪽이 더 잘 맞을 것 같았어요.”


정지원 디렉셔널 대표는 최근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국내 최고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나와 창업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이같이 덤덤하게 말했다.


정지원 디렉셔널 대표
정지원 디렉셔널 대표

디렉셔널은 개인투자자간 주식대차 플랫폼으로 7월 22일 오픈할 예정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투자자들이 주식 거래하듯 서로 주식을 빌리고 빌려줄 수 있다.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돼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공매도를 하기 전 무조건 해당 주식을 빌려서 팔아야 한다. 현재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위해 주식을 빌리려면 증권사가 자의적으로 정한 불투명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마저도 아무리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고 해도 증권사는 개인에 주식을 빌려주지 않으려고 한다. 이에 올해 1분기 코스피·코스닥에서 개인투자자의 거래액 기준 공매도 비중은 전체 공매도 거래액(25조2390억원)의 1.3%(3327억원)에 그쳤다.


이런 불합리함에 로스쿨을 나와 김앤장에서 건설 전문 변호사였던 정 대표의 피가 끓었다. 입사 초부터 개인간 거래(P2P) 사이트를 보면서 창업에 대한 꿈을 가졌던 그는 4년간의 변호사 생활을 끝으로 실행에 나선다.


정 대표는 “현재 기관투자자에 대한 대차거래는 연간 70조원이 넘는데, 개인 대차는 140억원가량으로 없는 시장과 마찬가지”라며 “증권사에는 기관투자자가 우선인데다 개인에 빌려주는 종목도 매우 한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디렉셔널을 통하면 주식 거래하듯 시장에서 주식 대여 이자가 결정돼 합리적이다. 또 대여자는 자유롭게 주식을 매도할 수 있고 차입자는 매도 대금을 바로 재투자할 수 있어 ‘롱숏’과 같은 기관투자자 전략을 개인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 기존 증권사 계좌를 활용하기에 모든 주식과 자금은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증권금융에 안전하게 보관된다. 빌린 주식을 대여자가 매도했을 경우 이들 증권사가 유동성공급자(LP)로서 대신 같은 종목을 빌려준다. 대여자와 차입자 모두 주식 거래에만 신경쓰면 된다. 향후 제휴 증권사는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개인투자자도 공매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변호사라면 누구나 선망한다는 김앤장을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정 대표는 “기관과 외국인은 가위바위보를 다 내는데 개인은 가위바위만 낼 수 있는 셈”이라며 “개인이 '보'를 꼭 내지는 않더라도 낼 수는 있어야 기관이나 외국인도 개인을 경쟁 투자자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문을 열지는 않았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5일 금융투자업 인가 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했지만 현행 자본시장법상 대차 중개를 하기 위해서는 자본금 30억원 이상을 마련해 투자중개업 라이선스를 따야한다. 자본금 30억원을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금융당국의 인가가 날지는 확신할 수 없다.


정지원 디렉셔널 대표/사진=아시아타임즈
정지원 디렉셔널 대표/사진=아시아타임즈

정 대표는 “생선가게를 열고 싶은 사람에 마트를 오픈하라고 하는 셈”이라며 “금융위원회의 금융규제 특례(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되지 않았으면 디렉셔널이라는 회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뜨린다거나 일종의 특권이라는 시선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여러 가지 관련 연구가 진행됐지만,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증거는 없다”며 “주가는 우상향하는 경향을 보이는데다 차입 비용을 고려하면 공매도가 반드시 돈을 벌 수 있는 투자법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기업에 일시적 악재가 발생했을 때 호재보다는 주가에 빠르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의 가치보다 주가가 단기적으로 크게 빠졌을 때 활용하면 좋은 투자법”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아시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오늘의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청년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