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토크] 국민들은 日 불매운동…보이지 않는 '기업과 사회지도층'

김영봉 기자 / 기사승인 : 2019-07-29 17: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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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쯤 사회지도층이, 대기업이 앞장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이 말을 시작으로 확산된 일본 불매운동은 어느새 한 달 동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가려고 했던 학생들은 일정을 줄줄이 취소했고,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 앞에는 ‘NO 일본’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으며, 동네 슈퍼마켓과 마트에서는 일본제품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실천하고 있지요. 심지어 마트노조와 택배노조에게까지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며 확산되고 있으니 이번 불매운동은 여느 때 와는 달리 심상치 않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픽=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사진=연합뉴스)
(사진=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연합뉴스)

아베 정부가 우리 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문제 삼으며, 우리 기업들에게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해제라는 경제보복을 자행하자, 이를 두고 보지 못한 우리 국민들은 부당한 일본의 행위에 대해, 또 우리 정부와 기업의 이익을 위해 불매운동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사업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말이죠. 기자는 최근 며칠 동안 그런 우리 국민들의 불매운동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봤습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유니클로 앞에서, 생업현장인 마트에서, 슈퍼에서, 학교에서, SNS에서 일본 아베 정부의 부당함에 싸우고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 국민들을 보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찝찝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일본 수출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 논란에 숨죽이며 각자 살길을 찾고 있고,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며 타워에 커다란 태극기를 자신 있게 걸었던 롯데그룹은 ‘처음처럼’소주에 태극기 마케팅을 펼쳤다가 구설수에 올랐고, 재일교포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수조원의 투자를 받았다가 일본기업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쿠팡은 '한국기업'이라며 억울한 모습이었고, 불매운동을 틈타 일본 아시히 맥주 6캔을 5000원에 단독행사를 했던 이마트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유니클로의 일본 본사 임원이 “한국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의 불매운동을 우습게 여겼기 때문이었을까요. 뭐라고 꼭 집어서 “이거다”라고 규정짓기 어려웠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찝찝한 기분이 하나의 이유로 모아지더군요. 우리 국민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즉 국민들은 힘 모아 일본 경제보복에 대응하고 있는데, 소위 돈 좀 있고 힘 있는 사회지도층과 경제보복의 직접적 연관이 있는 대기업들은 이번 운동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지요.


물론 민주주의 국가에서 불매운동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국가·경제·애국’이 중요하다고 외쳤던 이들이 바로 이들 사회지도층과 기업이 아니겠습니까.


사실 뭐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역사상 늘 왜구의 침략에 맞섰던 것은 민초였고, 양반층들은 숨거나 도망가기 바빴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이번 불매운동은 의병운동과 참 닮아 있습니다. 임진왜란, 정묘호란, 을미의병, 을사의병, 그리고 독립운동 처럼요. 힘없는 백성들이 자신들을 희생하면서까지 나라를 지켜놓으면, 언제나 그랬듯 슬그머니 나타나 숟가락 얻는 파렴치한 양반들과 친일파들이 있었지요.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처럼 이번 일본 불매운동도 그 옛날과 달라 보이지 않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우리는 언제쯤 사회지도층이, 그리고 대기업들이 먼저 국민보다 앞장서 싸울 수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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